"피란민 다 죽일 셈이냐"…이스라엘 공격안에 국제사회 부글부글

서혜림 2024. 2. 11.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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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만명 몰린 가자 최남단 지상전 두고 우려와 공포
이슬람권 넘어 서방도 "재앙 닥친다" 반대 한목소리
이집트 중재중단 위협…인권단체, 전쟁범죄 가능성 경고
피란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국경도시인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지상 작전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자 대규모 민간인 피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등 주변국은 물론이고 그동안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서 이스라엘의 입장을 더 고려하던 서방국도 점점 등을 돌리는 모습이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라파에 대한 군사 공격 전망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캐머런 장관은 현재 우선순위는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보내고 억류된 인질들을 석방하기 위한 즉각적인 휴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9일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현재 라파에 있는 팔레스타인인 140만명은 도망칠 안전한 곳이 없고 굶주림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보렐 대표는 "이스라엘군의 라파 공격에 대한 보도가 걱정스럽다"며 "그것은 이미 끔찍한 인도적 상황과 감내하기 어려운 민간인 희생을 악화시키는 재앙적 결과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 역시 X에 "가자지구에 있는 사람들은 허공 속으로 사라질 수 없다"며 이스라엘의 라파 지상전은 인도주의적 재앙이 될 것이라고 썼다.

이스라엘의 가장 큰 우군 역할을 하던 미국도 이스라엘의 라파 지상 작전이 미칠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작전에 대해 "도를 넘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이스라엘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질책이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같은 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브리핑에서 "라파에는 난민이 많으며 이스라엘군은 라파에서든 어디에서든 작전을 수행하면서 무고한 민간인 생명의 보호를 고려해야 하는 특별한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주변국들의 비판도 거세다.

가자지구 진입 기다리는 구호품 트럭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라파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집트는 이스라엘의 라파 지상전이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에게 국경을 개방하라는 자국에 대한 압박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8일 성명에서 "이집트는 팔레스타인인들을 그들의 땅에서 강제로 이주시키려는 모든 시도나 노력은 실패할 것임이 자명하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역설했다.

이집트는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이 인도주의 통로 폐쇄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며 평화 협상을 중단하겠다는 위협을 했다고 AP통신이 이집트 외교관들을 인용해 11일 보도했다.

그동안 이집트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및 인질 협상을 중재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외무부는 10일 성명에서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은 인도주의적 재난을 일으킬 것이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국제앰네스티(AI)는 이스라엘군이 지상전을 명목으로 주민들에게 떠나라고 명령한다면 이는 "강제이송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영리단체 '프로젝트 호프'(Project HOPE)의 체사 라티피 부국장은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은 "더 많은 민간인 사망뿐 아니라 식량 배급, 의료 진료 등 필수 서비스에 대한 접근 중단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질 석방 요구하는 이스라엘 시위대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가운데, 10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는 인질들의 즉각 송환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 등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한 시위자는 "네타냐후가 전쟁을 계속 끌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그는 그 뒤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른다"고 비판했다.

라파는 국제사회가 가자지구에 구호물자를 지원하는 주요 관문이자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을 피해 남부로 내려온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몰려있는 곳이다.

라파에는 가자지구 전체 인구 240만명의 절반이 넘는 약 140만명이 피란한 것으로 추정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9일 성명에서 라파에 대한 지상 작전 의지를 명백히 밝힌 데 이어 이날 방영된 미국 ABC 방송 인터뷰에서도 "라파에 남아 있는 하마스 테러 부대를 소탕할 것"이라며 관련 계획을 재확인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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