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돌보는 할머니·할아버지도 육아휴직 쓰게 될까
조부모 등 실제로 아동을 돌보는 사람이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5일 발표한 ‘남성 육아휴직 사용 활성화 및 제도 유연성 확보’ 보고서에서 조부모가 육아휴직을 대신 사용하는 일부 유럽 국가 사례를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리투아니아는 2018년 4월 법 개정을 통해 조부모에게 육아휴직 사용권을 부여했다. 최근 24개월 중 최소 12개월 동안 사회보장세(social insurance taxes)를 낸 노동자라면 조부모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다. 제도 도입 첫해인 2018년 503명의 조부모가 손자녀를 위해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헝가리는 2020년 일하는 부모를 대신해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의 육아휴직 사용을 허용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근로 중인 조부모는 부모를 대신해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매월 약 123만원의 급여를 받을 수 있다. 불가리아도 아동의 어머니(생모 또는 입양모)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 아버지가 동의하면 조부모 중 한 명에게 육아휴직을 양도할 수 있다. 이때 육아휴직을 하려는 조부모는 최근 12개월 동안 사회보장 제도에 가입된 노동자여야 한다. 핀란드의 경우 출생아의 생모가 사망하고, 다른 부모가 아이를 돌볼 수 없는 경우 육아휴직급여를 실제 아이를 돌보는 사람에게 지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7월 ‘근로자 모성보호제도 확대’에 대한 정책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조부모 육아휴직제도 도입 타당성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당시 노동부는 입찰 공고에서 “조손가족이 상당수 존재하고, 최근 맞벌이 부부 증가 등으로 조부모의 손주돌봄이 증가하고 있어 가족돌봄휴직, 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부모 육아휴직은 육아휴직 제도의 유연성을 높일 순 있지만 돌봄부담을 가족에게 전가하는 방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적돌봄을 확충하고 조부모 대신 부모가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정공법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유럽 일부 국가처럼 일정 기간 고용보험에 가입한 조부모에 한해 육아휴직 사용권을 부여할 경우 대상 폭이 좁을 수 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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