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인도 모디 총리 입간판 전쟁…관권 선거? 행정 홍보?
사진 찍으려는 시민 몰려…입간판 지킴이까지
시민단체 “치적 홍보 가장한 정치 캠페인”
최근 인도에선 공항과 기차역, 백화점과 공원 등 사람들로 붐비는 곳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 입간판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모디 총리 입간판 주변엔 셀카(셀프카메라) 촬영을 하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 모습이 달갑지 않은 야권은 오는 5월 총선을 앞두고 모디 총리가 이른바 ‘입간판 불법 선거 운동’을 펼치고 있다며 시정을 요구했고 인도 정부는 “단순한 치적 홍보”라며 맞섰다. 때아닌 입간판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3일(현지시간) “요즘엔 인도 어디를 가든지 모디 총리가 옅은 미소로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며 “그의 이미지는 오랫동안 광고에 등장했지만, 총선을 앞두고 수많은 입간판이 새롭게 세워졌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최근 몇 달 동안 모디 총리의 업적을 알릴 수 있는 곳에 입간판을 대거 설치했다. 세계 최초로 달 남극에 착륙한 ‘찬드라얀 3호’를 홍보하는 전시관이 대표적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70% 이상의 지지율을 얻고 있는 모디 총리 입간판이 있는 곳은 인도인들 사이에선 셀카 명소로 통한다. 수도 뉴델리에 사는 18세 고등학생 무자밀 라자는 “누구나 배우, 크리켓 선수와 셀카 촬영을 하고 싶어한다”며 “내겐 모디 총리가 최고의 연예인”이라고 치켜세웠다.
워낙 사람들의 손을 타 입간판이 망가지는 일이 속출하자 인도 정부는 이른바 ‘입간판 지킴이’도 고용했다. 28세 아카시 우자인왈은 WSJ에 “뉴델리 공원에서 입간판을 보호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모디 총리 팬들이 입간판 어깨에 손을 올리려고 해서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권과 시민단체는 모디 총리가 입간판을 활용해 관권선거를 치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WSJ에 따르면 한 활동가는 “인도 국방부가 부서와 산하 단체에 입간판을 설치할 800곳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변호사 프라나브 사크데바는 “정부가 치적 홍보를 가장해 정치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며 “공무원과 공공 기관을 사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모디 총리 입간판과 셀카 부스 한 곳을 설치하는 데 1500달러(약 200만원)를 인도 정부가 지출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려졌다. 이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모디 총리 입간판 주변에 노숙인이 누워있는 사진이 대거 게재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도 정부는 “시민들에게 정부가 진행한 프로그램을 알리는 행위는 정당하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WSJ는 “모디 총리는 그의 이미지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그는 2014년 총선에서 #SelfiewithModi(모디와 함께 셀카를) 캠페인을 펼쳐 재미를 봤다. 2015년 7월엔 리커창 중국 총리 생일을 맞아 그와 함께 촬영한 셀카 사진을 SNS에 올렸는데, 영국 가디언은 “세상에서 가장 막강한 셀카 사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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