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에 많이 아팠다" 스롱 피아비, 결국 다시 일어섰다 '환상적 대역전극', 'LPBA 최다' 7승 달성 위업

안호근 기자 2024. 2. 11.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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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스롱 피아비가 11일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LPBA 챔피언십' LPBA 결승전에서 챔피언 샷을 성공시킨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스롱. /사진=PBA 투어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34·블루원리조트)가 부진을 딛고 다시 일어섰다. 끌려가던 상황에서도 기적적인 뒤집기를 보여주며 정신적으로도 한층 성숙해졌음을 증명했다.

스롱은 11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 PBA 투어 8차전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LPBA 챔피언십' LPBA 결승전에서 임정숙(크라운해태)을 세트스코어 4-2(9-11, 3-11, 11-8 11-10, 11-4, 11-6)로 잡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 3000만원을 손에 넣은 스롱은 통산 7승으로 김가영(하나카드·6승)을 제치고 이 부문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나아가 누적 상금에서도 2억 5292만원으로 김가영(2억 7015만원)을 바짝 쫓았다.

우여곡절이 많은 시즌이었다. 지난 시즌 월드챔피언십 포함 3승을 추가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스롱은 올 시즌에도 2차전에서 정상에 서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문제는 이후였다. 다음날 PBA 정상에 오른 프레드릭 쿠드롱의 우승 인터뷰에 앞서 스롱의 지인이 방문해 쿠드롱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고 쿠드롱은 이로 인해 우승자 인터뷰를 보이콧했다. 이 과정에서 공식 매니저가 아닌 사람이 관계자 현장에 함부로 출입하고 공식 일정을 방해했다는 비판이 나왔고 스롱은 직격탄을 맞았다.

샷을 준비하는 스롱. /사진=PBA 투어
스롱(왼쪽)이 임정숙의 샷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PBA 투어
일부 당구 팬들은 스롱을 비판을 넘어 인신공격성 비난까지도 쏟아냈고 정신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성적으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3,4차 대회 32강, 5차 대회 64강에서 탈락했다. 팀리그에서도 주춤하며 결국 블루원리조트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최근엔 기세를 되찾는 듯 보였다. 6차 대회에서 8강에 올랐고 팀리그 5라운드에선 단식에서 6전 전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까지 긍정적 영향이 이어졌다. 64강에서 애버리지 1.389로 김명희를 가볍게 꺾은 스롱은 32강에서 전애린(휴온스 레전드)에게 2-1(8-11, 11-0, 9-8), 16강에서 김다희에게 2-1(4-11, 11-8, 9-3)로 연달아 역전승을 거뒀다.

8강에서 만난 장혜리에게 3-0(8-11, 11-7, 11-2) 완승을 거둔 스롱은 준결승에서 김경자와 풀세트 접전 끝에 3-2(9-11, 11-10, 3-11, 11-9, 9-8)로 이겼다. 이번에도 역전승이었다. 초반 집중력이 아쉽다고도 볼 수 있었지만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승리를 챙기는 면모가 돋보였다.

결승전은 이번 대회 스롱의 성격을 명확히 보여주는 경기였다. 긴장한 탓일까. 1세트 양 선수들이 모두 긴장한 끝에 19이닝까지 경기가 펼쳐졌다. 스롱은 5이닝 만에 5점을 냈지만 11이닝 동안 2득점에 그쳤고 결국 기선제압에 실패했다. 2세트엔 임정숙이 힘을 냈고 피아비는 단 3점에 그치며 고개를 떨궜다.

그러나 승부는 3세트부터 시작이었다. 이번 대회 스롱을 대표하는 뒤집기 본능이 살아났다. 1이닝 1점, 2이닝 6점을 몰아치며 앞서간 스롱은 11이닝 2득점하며 한 세트를 따라붙었다. 특유의 몰아치기가 빛을 발했다. 4세트에도 7연속 공타에 그치던 스롱은 8이닝 하이런 8득점으로 기세를 높였다. 이후 임정숙이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10-10 동점으로 위기에 몰렸지만 14이닝 곧바로 빗겨치기를 성공시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우승 후 점프를 하며 기뻐하는 스롱. /사진=PBA 투어
스롱이 우승 후 양팔을 뻗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사실상 흐름이 스롱에게로 넘어온 순간이었다. 5세트를 가볍게 잡아낸 스롱은 6세트 5이닝 7득점, 6이닝 2득점하며 상승세를 탔고 9이닝 2득점으로 마무리하며 결국 왕좌를 탈환했다.

챔피언 샷을 성공시킨 스롱은 외마디 함성과 함께 기쁨을 표출했고 임정숙과 악수를 나눈 뒤에는 춤을 추기까지 했다. 그만큼 어느 때보다도 더욱 간절했던 우승이었다.

PBA에 따르면 스롱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고생한 끝에 우승했다. 너무 기뻐서 말도 잘 안 나오고 눈물도 안 난다"며 "일이 많았다 보니까 이제 눈물도 말랐다.(웃음)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역시 여제'라는 말을 자아내는 감격의 우승, 그 후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고개를 떨궜고 부진이 이어졌다. 그 과정은 매우 힘든 순간의 연속이었다. 스롱은 "우승하면 자신감이 올라서야 하는데 그 이후에 테이블 앞에 서면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오늘 게임도 멘탈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결승전에서의 느낌과 감각을 다 잃어버린 듯했다"며 "'이렇게까지 멘탈 관리가 되지 않을 수도 있구나' 싶었다. 2세트 졌을 때 사실 포기하고 싶었다. 생각대로 공이 움직이지 않았다. 공만 집중하려 했는데 상대방이 의식되다 보니까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3세트부터 놀라운 반등에 성공하며 대역전극에 성공했다. 스롱은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가서 지난 결승전을 생각했다. 2021~2022시즌에 열린 에버콜라겐@태백 챔피언십 대회 결승전 때 이뤄냈던 역전승을 기억했다. 한 세트만 따면 조금 더 편해질 테니까 '한 세트만 잡자'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순간 공타로 다소 집중력이 흐트러졌던 것에 대해선 " 평상시에는 편하게 맞는 공임에도 급하면 맞지 않는다. 그래서 그 변화가 너무 복잡하다. 자꾸 생각이 많아진다. 그럴수록 더 안 맞는다. 그래서 그랬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우승 후 기뻐하는 스롱. /사진=PBA 투어
스롱이 우승 후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리고 있다. /사진=PBA 투어
힘든 시기를 겪어내 더 뜻깊은 우승이다. 스롱은 "당시 힘든 일이 있었는데 그런 일까지 겹쳐 더 힘들었다. 무서웠다. 모르는 사람들도 나를 욕했다. 이상한 사람들 만나지 말라고 욕을 많이 했다. 너무 무서웠다. 악플을 많이 봤다. 사실 댓글이나 저에 관한 글을 잘 안보고, 뜻도 모르지만 가끔 본다. 많이 아팠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 관심도 애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감사한 부분이 있다.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고 생각했다"며 "옛날에 나를 아무도 모를 땐 느끼지 못했지만 이제 어느 정도 당구도, 나도 유명해지고 보니 이해해야 한다. 고국 지인들과의 대화나 멘탈 코칭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파리는 쓰레기 냄새를 좋아하고 벌은 아름답고 예쁜 꽃을 좋아한다. '파리' 같은 말을 듣지 않고, '벌' 같은 말만 보고 들으려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정상에 서기까지 7개월이 걸렸다. 스롱은 "내가 쓰고 있는 큐 브랜드 TPOK의 전남수 대표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대표님께서 '스롱, 맨날 우승하면 힘든 것들은 언제 배우겠어. 이렇게 힘든 일을 겪으면서 이겨내야 나중에도 힘들 때 이겨낼 수 있어'라고 하셨다"며 "대표님도 한 때 당구 선수였다. 공의 원리를 잘 알려주셨다. 사실 여러 사람들에게 레슨을 받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저는 항상 새로운 길을 도전한다. 팀리그가 끝나자마자 계속 업체 공장이 있는 일산에 왔다. 10시간 연습하는 것 보다 1시간 새로운 것들을 안다면 나는 그게 좋다. 그래서 도전했다. 당구는 점수를 잘 내는 게, 승패가 중요한 게 아니다. 선수생활을 오래 하신 분들은 원리를 잘 아신다. 당구를 더 잘 알고 싶다. 그래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힘든 시간을 겪어낸 터라 더욱 앞으로가 기대된다. 스롱은 "이번 우승 역시 지난 일이 됐다. 안주하지 않고 연습만 하겠다. 매일 연습하고 새로운 것을 알다 보니까 하루를 보내는 것이 재미있고 좋다. 돌이켜보면 힘든 일이었고 우승했지만 다 지난 일"이라며 "내일은 다시 새로 시작이다. 남편이 데이트 신청을 하는데 매일 연습하느라 거절했는데 내일은 바다에 회를 먹으러 가야겠다"고 웃었다.

스롱(가운데)이 우승 후 장상진 PBA 부총재(왼쪽), 윤현식 웰컴저축은행 본부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스롱(왼쪽)이 우승 상금을 받고 미소짓고 있다. /사진=PBA 투어
당구 외적으로도 봉사활동 등 외부활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스롱은 "나 같은 사람이 이렇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들이 어디 있겠나. 나는 우리나라와 국민들을 사랑한다. 매일 국민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한다. 가끔 봉사활동을 깊이 생각하다 보니까 당구에 집중이 안 될 때도 있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이 마음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물어본다. 대부분 좋지만 너무 외부적인 일만 생각하다 보면 내 본업인 당구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니, 잘 구분하라 조언해주신다. 지금은 당구에만 집중하고 봉사활동은 잘 정리했다. '한캄(한국-캄보디아)사랑' 재단에 일하시는 분들이 따로 있다. 나는 당구만 연습하고 성적만 내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제 4월에 시즌이 끝나면 캄보디아에 가서 기부하고 봉사를 하려고 한다"고 남다른 고국사랑도 나타냈다.

반면 통산 6승 사냥에 도전한 임정숙으로선 아쉬움이 큰 경기였다. 임정숙은 "경기력이 너무 안 나왔다. 실망하셨을 분들께 죄송하다. 5세트부터 집중력이 거의 없다시피 경기했다. 너무 힘들었다. 왜 더 컨디션 관리를 잘하지 못했을까, 조금 더 집중하지 못했을까 후회가 많이 되는 경기였다"며 "사실 좋은 컨디션이라는 건 별 것 없다. 잠만 잘 자면 된다. 그런데 어제도, 오늘도 잠을 잘 못했다. 숙소를 잘못 잡았다.(웃음) 새벽에 술에 취하신 분들이 많다 보니 소음에 잠을 여러 번 깼다. 4시간 정도 밖에 잠을 못 잤다. 제 불찰이다. 좋은 숙소를 골랐어야 했다. (외부적인 요인 때문에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다면 억울할텐데) 이미 일어난 일이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4-0으로 승리하지 못하면 진다는 생각으로 왔다"고 전했다.

1,2세트를 모두 따낸 뒤에도 패한 것에 대해 "3세트까지만 해도 평정심이 있었는데 4~5세트 계속 이어져서 '오늘은 나의 날이 아닌가 보다' 라는 생각을 했다. 4세트부터 체력적인 부분도 부담이 됐다. 스코어 10-10에서 원뱅크 실수를 한 것이 패인이 됐다.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편인데, 끝나고 보니 후회가 많이 남는다"며 "당장에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아니지만, 좋은 컨디션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이번 대회 내내 컨디션이 좋았는데 어제와 오늘만 컨디션 관리에 실패했다. 우선 잠을 좀 푹 자고 싶다. 잠이 올 진 모르겠지만(웃음)"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편 남자부 8강에선 임성균(하이원리조트)이 강민구(블루원리조트)를 3-2(15-10, 4-15, 15-8, 8-15, 11-3), 김병호(하나카드)가 황형범을 3-1(15-5, 5-15, 15-9, 15-11)로 꺾고 4강으로 향했다. 이날 열릴 박기호와 하비에르 팔라존(스페인·휴온스), 권혁민과 조건휘(SK렌터카)의 대결 승자가 4강에 오른다.

결승은 12일 오후 9시 30분에 펼쳐진다.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는 스롱. /사진=PBA 투어
우승 후 7회 우승을 의미하는 손가락 7개를 펴들고 포즈를 취하는 스롱. /사진=PBA 투어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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