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경제 심각성 간과가 가장 큰 문제"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시사스페셜-정운갑의 집중분석]
박 승 “이대로 가서는 일본보다 더 가혹한 경기 침체 겪을 것” “과학기술 경쟁력으로 성장 동력 세우는 길 밖에는 없어” “대학까지 교육비 무상 등 교육 사회화 노력 있어야” “5월 넘어 미국 금리인하, 한국 하반기쯤 인하 시작” “미국 4%대 초반, 한국 3% 내외...연간 내내 고금리 기조” “국내 투자 일어날 수 있도록 투자 환경 빨리 회복 시켜야” “출산율, 국가 소멸 걱정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 “이민의 폭 넓히는 방향으로 이민 정책 재검토할 때” “중국도 저출산 고령화로 몸살, 한국경제에 어두운 그림자” “집값과 빈부격차로 고소득 저생활국” “제로 성장, 인구 감소..정치권 인식 답답”
■ 프로그램: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 (시사스페셜) ■ 방송일 : 2024년 2월 11일 (일요일) 오후 3시 30분 ■ 진 행 : 정운갑 앵커 (논설실장) ■ 출연자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기사 인용 시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시사스페셜)’ 출처를 반드시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정운갑>해가 바뀌면 경제가 나아질까 기대를 걸어보지만, 고금리와 고물가에 중동 사태 등 해외 불안 요인이 겹쳐 체감 경기는 더 어렵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는 글로벌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치하면서도 한국에 대해서는 2.2%로 오히려 더 낮췄습니다.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는 무엇이고, 올해 어떤 점을 눈여겨봐야 할지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박 총재님, 안녕하십니까?
박승>네.
정운갑>지난해 우리 경제 국내 총생산 GDP 성장률이 1.4%였습니다. 외환위기, 코로나19 사태 등과 같은 경제 위기 때를 제외하면 최저 수준인데. 1%대의 성장률 이거 참 심각한 문제 아닙니까? 지난해 이맘때쯤 이 프로그램에서 장기 저성장 문제를 경고한 바 있으신데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저성장 국면에 이미 접어든 겁니까?
박승>네, 참 앞으로 우리 경제의 앞길이 걱정입니다. 우리나라 경제는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수출 주도 고도성장을 지속해서 지금 선진국의 문턱까지 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2020년대 들어서서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이 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닮아가는 것 아니냐 하는 그러한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보겠습니다. 한국은 지금 급속도로 생산 노동력이 감소하고 있고,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수출 증가는 이미 10년 전부터 증가세가 꺾여서 현상 유지 아니면 감소 추세로 돌아섰고. 그렇게 되면 내수로 성장을 해야 할 것인데, 내수는 무거운 가계 부채로 짓눌려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많은 연구기관들이 앞으로 한국경제는 20년 내지, 30년 이내에 성장이 멈출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제로 성장으로 간다 이렇게 보고 있고. 그래서 안타까운 일이지만 제가 볼 때는 이대로 가서는 우리가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한국경제는 일본이 경험한 것과 유사한 장기 침체 또는 그보다 더 가혹한 경기 침체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정운갑>그러면 이 시점에서, 경제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 어떤 점에 가장 역점을 둬야 합니까?
박승>정부나 국민, 여와 야, 진보나 보수 할 것 없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느끼고 이에 대해서 대응책을 서두르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우선 당장 시급한 것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생산 노동력, 이 감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이것이 국내 출산으로 안 된다면 외국 인력을 가지고라도 해결을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보고요. 그리고 이게 우리나라처럼 지금 자원은 없고 생산 노동력은 부족해지는 나라에서, 앞으로 경제 성장 동력을 세우는 유일한 방법은 과학기술 경쟁력으로 성장 동력을 세우는 길밖에 없다 이렇게 봅니다. 또 한 가지 더 당장 중요한 문제는 우리나라 국내에 투자가 일어날 수 있도록 그리고 외국 자본이 우리 한국에 들어와서 투자할수 있도록 투자 환경을 빨리 회복시켜야 한다. 지금은 그게 안 돼 있습니다.
정운갑>말씀하신 대로 저출산과 인구 감소 문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 같은데요. 그런데도 정부나 정치권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출산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합니까?
박승>참 이거 걱정입니다. 이게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0.7입니다. 이게 지금 미국은 1.7, 일본은 1.3, 중국은 1.2, 북한은 1.9 그리고 OECD 국가의 평균은 1.6입니다. 우리나라가 1970년대 합계 출산율이 4.5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인구만 감소할 뿐 아니라 인구 노령화가 급진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미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가 되는 초고령사회에 내년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이러한 상황이 진행된다면 결국은 우리나라는 국가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이런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 재깍재깍 다가오고 있는데. 아직도 이것이 그런 상황을 절감하고 이것을 그 해결 노력을 하는 노력은 대단히 미흡한 상태여서 대단히 답답한 상황입니다.
정운갑>노동 인구 감소에 따라 이민 정책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이런 제안들이 나오는데요.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신가요?
박승>이제 그런 단계가 되었다고 봅니다. 이제 이민의 폭을 넓히는 방향으로 이민 정책을 재검토할 때가 됐다고 보고요. 이와 동시에 국내적인 출산 정책에 있어서도 재검토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지금 결혼을 기피하고 출산을 기피하는 주원인은 첫째가 집 사기가 어렵다는 것이고, 두 번째가 자식 가르치기가 힘들다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이게 바로 주거 문제와 교육 문제라고 보겠는데 그래서 이 집값을 그렇게 좀 싸게 만드는 대책이 없는가 하는 것을 찾아봐야 할 것이고. 또 교육 문제에 있어서도 사교육을 시정하는 노력도 필요하고 동시에 이 교육을 사회화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다시 말하면 교육비를 국가가 부담하는, 가령 독일이나 지금 덴마크나 스웨덴이나 이런 나라에 있어서는 모든 국민의 교육비를 대학까지 교육비가 무상으로 교육하고 있고. 거기다가 한 달에 약 100만 원 정도의 교육지원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정도까지는 재정이 허용치 않는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저소득층까지만이라도 우선 그런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정운갑>미국은 그동안 고금리 강달러 정책을 펴왔습니다. 미국 금리 정책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 금융시장도 영향을 받게 되는데요.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을 언제로 예상하고 있고, 향후 우리나라의 금리와 환율 시장에 대해서는 어떤 전망이세요?
박승>지금 2년 전에 미국의 정책금리가 0%에서 지금 5.5%까지 올리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한때 미국이 9%까지 물가가 올랐던 것이 지금 점점 물가가 내려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연말에 미국 물가가 소비자 물가가 2.6%까지 내려왔고, 이것이 올 연말에는 미국 소비자 물가가 2%. 그러니까 정책 목표치인 2%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금리를 내릴 여건은 물가 면에서의 여건은 충족이 됐다고 보겠는데, 다만 미국이 지금 금리 인하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경기가 너무 좋아서. 흔히 말하는 골드락스 말하자면 물가가 안정된 속에서 호경기가 유지되는 그래서 고용이 완전 고용이 이루어지고 그에 따라서는 임금 상승이 일어나는 이런 상황이어서 아직 금리 인하를 못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이 당초 3월로 예상을 보도들 했는데, 아마 5월은 넘어야 미국이 금리 인하하지 않을까 이렇게 봅니다. 우리도 2년 전에 0.5% 정책금리가 지금 3.5%까지 올라와 있는데, 우리나라 한국은행에서의 금리 인상은 미국보다 한발 늦게 뒤따라서 인상해 왔습니다. 따라서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게 되면 우리도 인하할 것으로 보는데, 우리도 재작년에 물가가 5.1%까지 올랐던 것이 올 연말에는 소비자 물가가 2%대의 목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경우도 이제 금리를 내리게 될 것인데 제가 보기에는 미국보다 앞서서 내리지는 않을 것 같고. 미국을 뒤따라서 내리게 되지 않을까. 그러면 우리나라도 아마 하반기쯤에는 인하가 시작될 걸로 보는데, 올 연말에 가서는 미국의 정책금리가 약 4%대 초반. 그리고 한국은 현재 3.5%가 약 3% 내외 수준이 될 것으로 봐서, 올해 금리를 내린다고 하더라도 연간 내내 고금리 기조에는 변동이 없으리라고 봅니다. 따라서 여기 그런 문제가 있어서 결국은 주택시장이나 이런 데는 계속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이 미국이 금리를 내리게 되면 미국의 달러 가치는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현재의 강달러는 다소 약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고, 이에 따라서 한국의 원화는 상대적으로 강하게 돼서 제가 보기에는 연말 가서는 1,200원대, 1달러대 그런 수준에서 결정되지 않을까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정운갑>지금 중국에 대한 수출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무역 수지에도 직격탄을 주고 있는데요. 미-중 갈등 속에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이 큽니다.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더욱 불확실성에 빠져들게 되는데요. 중국과의 경제 문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박승>중국 경제가 지금 심상치 않습니다. 중국 경제가 지난해 5.2% 성장을 했는데, 올해는 4%대 중반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문제는 5% 이상의 고도성장이 작년으로 끝나고, 올해부터는 중국이 5% 이하의 저속 성장 시대에 진입하고 있지 않나, 이렇게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지금 중국도 저출산, 고령화 인구 감소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중국이 지금 출산율이 1.2인데 재작년부터 인구가 줄기 시작해서 작년에는 무려 200만 명이 감소했습니다. 이에 따라서 중국의 젊은 노동력의 공급 부족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고 여기다가 중국은 한국과 더불어서 세계에서 대표적인 부동산 중심국입니다. 말하자면 가계저축이 부동산으로 모두 집중되는. 그래서 중국의 부동산은 중국 GDP의 약 25%를 차지하는데, 지금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가 대단히 심각합니다. 집값이 하락할 뿐 아니라 막대한 양의 미분양 아파트에 몸살을 앓고 있고, 이것과 연관이 돼서 중국의 31개 성 가운데 17개 성의 재무 구조가 부실화가 돼서. 심한 경우는 월급 주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의 성장률은 앞으로 20년 뒤에 현재 4~5%에서 2%대로 줄어들고, 미국의 성장률은 현재 2% 수준을 그때까지 지속할 걸로 봅니다. 그래서 앞으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기는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입장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다 같이 경기가 좋고 경제가 잘 발전해야 우리도 좋은데. 결국은 중국 경제가 이와 같이 심각한 침체 상황으로 빠지기 때문에 이것은 한국경제의 장래에 대단히 어두운 그림자를 들여오고 있다 이렇게 보겠습니다.
정운갑>박 총재께서 “우리나라가 이대로 간다면 고소득 선진국이 되더라도 저생활국이 될 수밖에 없다”고 여러 차례 경고한 바 있는데요. 어떤 의미의 지적인지요?
박승>세계 여러 나라를 보면요. 소득이 높아져서 선진국이 돼서 생활 수준도 그만큼 따라서 올라가는 나라도 있고, 다른 나라들은 소득은 올라가는데 생활 수준은 따라가지 못하는 나라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른바 고소득 고생활국은 가령 미국이나 스웨덴 이런 나라들을 지적할 수 있고. 고소득 저생활국은 한국과 일본 이런 나라들입니다. 한국은 아시다시피 지금 소득 규모가 세계 13위에 이르고 있지만 국민 생활 만족도는 OECD의 꼴등이고 청년 생활 만족도도 꼴등입니다. 그리고 출산율도 꼴등입니다. 그러한 반면에 노인 빈곤율이나 자살률은 1등을 합니다. 이런 것은 모두가 다 생활 질이 나쁘다는 걸 뜻하는데, 그러면 고소득 고생활국과 고소득 저생활국을 가르는 것이 무엇이냐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집값이고 하나는 빈부격차입니다. 그러니까 집값이 비싸면 월급의 많은 부분을 주거비에 쏟아 부어야 하기 때문에 삶의 질이 나빠질 수 나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리고 빈부격차가 커지면 커질수록 국민 생활의 불만은 커지기 때문입니다.
정운갑>총선이 코앞입니다. 여야 할 것 없이 선거에 집중하면서 철도와 도로 지하화 등 이런저런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제대로 된 경제 정책에 집중하기 어려워 보이는데요. 정부와 정치권에 어떤 점을 주문하고 싶으세요?
박승>저는 여당이나 야당이나 저는 다 같이 나는 문제가 있다고 보는 입장이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했는가 하는 것을 우리나라 여당은 제대로 느끼고 있는지. 또 우리나라 야당은 제대로 느끼고 있는지 그리고 지금 이 두 가지 지금 우리나라의 심각한 문제가 핵심 문제가 두 가지입니다. 한 가지가 아까 이야기한 대로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 동력이 꺼져서 제로성장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이고 따라서 이걸 어떻게든지 동력을 살려야 한다는 문제고. 또 하나가 인구가 감소하고 이게 노령화가 심해져서 노쇠한 나라로 가고 있다. 따라서 이 인구 문제를 어떻게 할 거냐 그래서 이 제로성장 문제와 인구 절벽 문제인데 이 두 가지에 대해서 과연 우리나라 여야 정치권이 제대로 인식하고 있고,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 사실은 저는 대단히 답답합니다. 그래서 이 점에 대해서 좀 정부나 국민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대해주었으면 이렇게 생각합니다.
정운갑>경제성장률 1%대의 심각성을 과연 우리는 어느 정도나 느끼고 있을까요? 정부와 정치권, 언론 모두 성장률 하락의 원인과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을 쏟아야 합니다. 오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승>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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