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K팝 방식까지 동원한 선거유세 치열…인도네시아 대선 미리보기

김서영 기자 2024. 2. 11. 18:0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민주주의’로 불리는 인도네시아가 오는 14일 제8대 대통령을 선출한다. 약 2억480만명의 유권자가 표를 행사할 예정이다. 임기 말 지지율이 약 80%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현직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은 연임 제한에 걸려 이번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대신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출마한 그의 아들이 당선돼 ‘조코위 왕조’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조코위 후임’ 누가 되나
인도네시아 대선에 출마한 기호 1번 아니스 바스웨단 대통령 후보(54)가 4일(현지시간) 자카르타에서 열린 TV 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대통령·부통령 후보를 기호 순으로 보면, 기호 1번에는 아니스 바스웨단 대통령 후보(54)와 무하이민 이스칸다르 부통령 후보(58)가 함께 뛴다. 아니스 후보는 학자 출신으로 자카르타 주지사를 역임했다. 그는 조코위 대통령의 신수도 건설 사업인 ‘누산타라 프로젝트’를 이어가겠다고 약속하지 않은 유일한 후보다. 아니스 후보는 평등과 공정한 발전을 주로 언급하고 있다. 이스칸다르 후보는 현 하원의장으로, 아니스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계몽당(PKB) 대표를 맡고 있다.

인도네시아 대선 후보로 출마한 기호 2번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72·왼쪽)와 그의 러닝메이트 기브란 라카부밍 부통령 후보(37)가 4일(현지시간) 자카르타에서 열린 후보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기호 2번으로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72)가 조코위 대통령의 아들 기브란 라카부밍 후보(37)와 손을 잡았다. 프라보워 후보는 특수부대 사령관 출신으로 현 국방장관이다. 조코위 대통령의 정책을 가장 확실하게 이어받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2014년과 2019년에도 대선에 출마했으나 조코위 대통령에게 패했고, 이번에 세번째로 도전하게 됐다.

프라보워 후보는 1990년대 민주화 운동가들의 납치와 고문, 파푸아와 동티모르의 인권 유린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프라보워 자신은 이러한 혐의를 부인했으며 형사 처벌을 받은 적도 없다. 프라보워 후보는 유세 기간 좀더 부드럽고 친화적인 모습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

조코위 대통령의 장남 기브란 후보의 출마를 둘러싸고도 말이 많다. 원래대로라면 기브란 후보는 대통령과 부통령의 피선거권을 40세 이상으로 제한한 규정에 걸려 출마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러나 지난해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는 ‘이미 지방선거와 총선 등의 선거에서 승리한 후보’에게는 예외를 허용하며 현 수라카르타 시장인 기브란 후보의 출마길을 열어줬다. 조코위 대통령의 처남이 당시 헌재 소장이었고, 규정 예외의 수혜자가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점에서 비판이 인 바 있다.

인도네시아 대선에 기호 3번으로 출마한 간자르 프라노워 후보(56)가 3일(현지시간) 자카르타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기호 3번으로는 간자르 프라노워 후보(56)와 마흐푸드 엠데(67)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간자르 후보는 중부자바 주지사를 역임했으며 이밖에도 공직 경력이 풍부하다. 조코위 대통령이 속한 인도네시아투쟁민주당(PKI-P)의 대선 후보로 선택됐다. 마흐푸드 후보는 현 정치법률안보조정장관이다.

틱톡·정치 왕조·결선 투표? 관전 포인트는
인도네시아 대선 후보별 주요 경제 공약 및 입장.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현지 언론, 선거 공약집을 토대로 정리한 것에서 발췌

이번 대선은 후보들 간 이념적 차별화가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외관계나 인프라 개발, 교육이나 복지 정책 등에 있어 유권자를 가를 만한 차이점이 크지 않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 운동 국면에선 후보 각각의 ‘인물성’이 부각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틱톡’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구 약 3억명이 유인도 1만3000여개에 걸쳐 거주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에서는 국민 약 5분의 4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 게다가 인도네시아는 미국 다음으로 틱톡 사용자가 많은 국가다. 이는 SNS를 통해 외딴 섬에 있는 이들에게도 얼마든지 선거운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특히 프라보워 진영이 틱톡을 활발히 사용하고 있다. 장군 출신이란 이미지를 벗기 위해 프라보워 후보는 자신이 춤추는 영상을 비롯해 귀여운 이미지를 강조했으며, 기브란 후보는 젊은 세대답게 각종 춤과 틱톡 유행을 따른 영상을 게시했다. 그의 일부 영상은 200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니스 후보의 팬들이 만든 홍보 이미지. 엑스 갈무리

아니스 후보 역시 틱톡과 엑스(옛 트위터)에서의 홍보 덕에 최근 여론 조사에서 간자르 후보를 앞서게 됐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아니스 후보의 지지자들이 그를 ‘박 안 나이스’라는 한국식 별명으로 부르며 현장에 ‘밥차(푸드 트럭)’를 보내는 등 K팝의 홍보 방식을 따른 것이 SNS에서 주목을 끌었다고 매체는 분석했다.

이번 대선의 또 다른 관건은 조코위 대통령이 ‘정치 왕조’ 구축에 성공할지 여부다. 조코위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했던 PKI의 대선 후보인 간자르 후보가 아니라 자신의 아들이 속한 프라보워 후보 쪽으로 기울어졌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지지 후보를 대놓고 밝히지는 않았으나, 최근에는 노골적으로 아들 지원 공세에 나섰다는 비판에 처했다.

관용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주민들을 향해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고 손가락 2개를 ‘V’자로 흔들었던 것이 한 예다. 기브란 후보와 프라보워 후보의 ‘기호 2번’을 연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미 그의 임기 내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만큼, ‘정치 왕조’가 끝내 성사된다면 신생 민주주의로 분류되는 인도네시아 민주주의를 더 취약하게 만드리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 4일 마지막 대선 후보 TV 토론이 끝났다. 후보들은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는 선거 유세가 금지되며, 14일 투표를 실시한다. 14일 전체 유권자의 50% 이상을 득표하고 동시에 인도네시아 전체 주의 절반 이상에서 20% 이상을 득표한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1·2위 후보는 6월26일 결선 투표를 치른다. 결선 투표 여부와 관계없이 차기 대통령의 임기는 올해 10월 시작한다.

인도네시아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발리의 한 물류 창고에서 투표 용지가 든 박스를 정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프라보워 후보가 약 47~50%의 지지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가 과반을 넘길 수 있을지에 대해선 분석이 갈린다.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인디케이터 폴리틱’ 여론조사에서 프라보워 후보는 48%, 아니스 후보는 24%, 간자르 후보는 21%의 지지율을 보였다. 지지 후보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5.6%였다. 한편 ‘인도네시아 서베이 서클’(LSI)의 지난달 30일 조사를 보면, 프라보워 후보가 50.7%의 지지율을 보였으며 아니스 후보(22%)와 간자르 후보(19.7%)가 뒤따랐다.

결선 투표 여부는 14일에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결선에 가게 되면 투표일인 6월26일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은 만큼 그 사이 또다른 변수가 생길 수 있다.

14일에는 대선뿐만 아니라 총선과 지방선거도 함께 치러진다. 유권자 절반 이상이 17~40세이며, 약 3분의 1은 30세 미만이다.

하노이 | 김서영 순회특파원 westzer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