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장 관용차 대신 시내버스·자전거 출퇴근 왜?
박상돈 충남 천안시장이 시내버스를 타고 출근한다.
서울 등 대도시 시장들이 콩나물 시내버스나 지옥철로 불리는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서민들의 고통을 살피기 위해 시내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경우는 있었지만 지방 중소도시 시장·군수의 시내버스를 출퇴근은 없었다.
인구 70만명이 채 안되는 충남 천안시의 박상돈 시장은 왜 일주일 넘게 운전원과 수행비서가 딸린 관용차 대신 시내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것일까?
그가 시내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것은 시내버스 혁신과 스마트교통도시 구축을 위해서다.
천안은 경부선 호남선 장항선 KTX·SRT·일반철도, 수도권전철, 고속버스 등 모든 육상 교통수단이 전국 모든 곳과 연결돼 있는 사통팔달, 전국 최고의 교통도시다. 천안은 해방 이후 이러한 교통도시 여건을 기반으로 성장한 대한민국 대표 지방 강소도시다.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LG생활건강을 비롯한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즐비하고 대학교도 9곳이 있다.
고속전철·수도권전철·고속버스를 이용해 출퇴근하거나 통학하는 인구가 많지만 도심 대중교통서비스는 늘 악평을 받아 왔다. 난폭운전, 불친절, 손을 들어야 정차는 시내버스, 비나 눈이 오면 운행을 멈추고 들어가버리는 개인택시 등으로 이용자 불만과 항의가 많았다.
17·18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2018년 천안시장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시고 한 때 정치적 야인생활을 했던 시절, 박 시장은 자주 시내버스를 타거나 도심 산책길에서 시민들을 만났는데 시내버스에 대한 불만을 많이 들었다. 그는 그때부터 ‘내가 시장이 된다면 반드시 시내버스 혁신을 이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2020년 천안시장에 당선한 그는 그때의 다짐을 이행하기 위해 시청 조직에 교통정책과와 대중교통과 외에도 부시장 직속기관으로 ‘시내버스혁신추진단’을 신설하고 스마트 교통도시 혁신을 직접 지휘해 왔다.
지난달에는 자치단체장이 가장 하기 어렵다는 시내버스 노선을 개편하고 부르면 달려오는 콜버스를 도입했다. 또 일반시내버스와는 다른 노선순환급행버스 운행을 도입해, 도심 주요대로를 계속해서 순환해서 운행하는 이 버스와 일반 시내버스 콜버스가 시내권 외곽지역·읍면동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도록 버스 운행체계를 바꿨다.
박 시장은 이러한 시내버스 운행체계가 어떻게 작동하고 친절도나 시민평가는 어떤지 직접 확인하기 수행원 없이 직접 시내버스를 탑승하고 있다. 박 시장이 일주일째 시내버스로 출근하고 있다는 소식에 기자들 몇명이 설 명절을 앞둔 지난 6일 시내버스 출근에 동행했다.
이날 남색 외투를 입은 박 시장이 신부동 경남아파트~천안시청까지 운행되는 시내버스 1번에 탑승했다. 시내버스를 기다리는 사이에 박 시장은 웃으며 “관용차로 출근하는 시간이나 시내버스로 출근하는 시간이나 큰 차이고 없고, 조금이라도 더 걷고 시민들도 만날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현재 천안시 대중교통의 문제점과 민원 해결 방법, 콜버스, 도심순환급행버스, 트램 도입 구상 등 다양한 스마트교통혁신도시 정책 견해를 밝혔다. 박 시장은 이날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고 자가용 운용 횟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시내버스 환승 체계구축'을 수차례 강조했다. 새로 개편한 노선에 대해서는 한달간 모니터링을 시행하고 수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노선은 재개편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박 시장은 옆좌석에 앉은 출근 시민에게 시내버스에 대한 불편 여부도 물었다. 옆좌석 시민은 "천안시가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종종 시내버스 종사자들이 정류장을 무정차하는 등 서비스 측면에서 아쉬운 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시청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시청을 향해 걸으면서 기자들에게 “시내버스 노선 혁신뿐 아니라,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 만족도를 높이는 부분도 과제”라며 “버스 기사분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교육을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천안시는 시내버스 종사자 근무여건 개선 등을 위해 1일 2교대 도입을 통한 운수종사자 확보, 보조금의 투명성과 시내버스 공공성 확보를 위한 (준)공영제 도입 검토 등을 통해 천안형 시내버스 운영체계 전환을 구상하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해 여름부터 자택에서 8㎞ 가량 거리에 있는 시청을 종종 출퇴근하기 시작했다. 이후로 시청 직원들 가운데 자전거 출퇴근 인원이 늘었는데, 이번에는 시장이 시내버스 출근을 하자 이에 동참하는 직원들이 생겨나고 있다. 직원들의 시내버스 출퇴근 인구 증가는 조금 한산해진 직원주차장 여유 공간에서 확인된다.
박 시장이 핵심 시책의 하나로 추진중인 ‘스마트교통도시 천안’의 꿈이 천안의 대중교통체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된다.
박 시장은 "대중교통서비스 이용 편익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을 높이고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스마트 교통도시 구축을, 천안의 발전을 위해 저 박상돈에게 주어진 시민들을 위한 과업과 사명으로 생각하고 교통혁신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천안=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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