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장군’ 그린 고려인 화가…광주에 첫 미술관 연다

고귀한 기자 2024. 2. 1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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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출신 문빅토르 미술관 내달 1일 개관
광주고려인마을에 정착 예정인 카자흐스탄 대표 고려인 화가 문빅토르. 광주고려인마을 제공

카자흐스탄을 대표하는 고려인 화가 문빅토르(72)의 미술관이 광주에 문을 연다. 미술관에는 그의 대표작을 비롯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 50여점이 전시된다.

11일 광주고려인마을에 따르면 ‘문빅토르 미술관’이 다음달 1일 광주 광산구 월곡동 광주고려인마을 지원센터 2층(99㎡)에 정식 개관한다.

광주고려인마을은 국내 정착을 희망하며 지난달 31일 카자흐스탄에서 입국한 문 화가를 위해 이곳에 주거공간과 작업실, 전시실을 마련했다.

미술관에서는 그의 대표작인 ‘우수리스크 나의 할아버지’와 ‘1937 고려인 강제이주열차’, 인물화 ‘홍범도 장군’이 전시된다.

‘우수리스크 우리 할아버지’는 1910년대 초반 한반도에서 연해주로 이주한 조부를 문 화가가 상상하며 그린 작품이다. 러시아 연해주로 강제 이주했지만, 민족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살았던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있다.

러시아 건축물을 배경으로 위풍당당하게 갓을 쓰고 도포를 입고 활보하는 모습은 한민족의 자랑스러운 민족정신과 기상이 잘 표현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1937 고려인 강제이주열차’는 스탈린에 의해 강제 이주되는 고려인들의 수난 등 아픈 역사를 생생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홍범도 장군’은 코트 차림의 늠름한 모습 속 그윽하면서도 강렬한 눈빛이 장군의 기상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개관식에서는 그의 미공개 작품 50여점이 최초 공개된다. 해당 작품은 카자흐스탄에서의 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한국에 정착하면서 화가가 챙겨온 작품들이다. 일부 작품은 전시를 위해 마무리 작업 중이다.

독립군 총사령관이었던 홍범도 장군 사진(왼쪽)과 고려인 3세인 문빅토르가 그린 인물화. 광주고려인마을 제공.

문 화가는 자신의 이름을 단 미술관을 갖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당초 광주고려인마을은 그가 작품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단독주택을 매입해 미술관을 설립하려고 했으나, 자금력 부족으로 현 위치에 미술관을 개관하기로 했다.

광주고려인마을은 문 화가를 지원하기 위한 모금 운동을 전개해 새 미술관을 건립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천영 고려인마을 공동대표는 “현재 미술관은 공간적 제약이 많아 문작가가 작품 활동에 집중하고 전시까지 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그가 고려인들과 한국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도록 많은 분이 모금 운동에 참여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 화가는 고려인 3세이자 카자흐스탄을 대표하는 미술계의 거장이다. 1951년 고려인 최초의 정착지인 카자흐스탄 우슈토베의 바스토베 구역(옛 레닌기치)에서 태어나 1975년 고골 알마티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1977년부터 20년간 국립 고려극장 주임미술가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다.그의 작품은 카자흐스탄 대통령궁과 카자흐스탄 국립미술관을 비롯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집트, 일본, 러시아 등의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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