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모인 가족…조심해야할 뒷목[뇌졸중 극복하기]

이지현 2024. 2. 1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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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편]
뇌졸중 보다 뇌출혈 가능성 커
‘이웃손발시선’ 반드시 기억해야
서울대 의대 학사, 석·박사를 거친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중환자의학과 교수는 현재 대한뇌졸중학회에서 홍보이사를 맡고 있다. ‘뇌졸중 극복하기’ 연재 통해 뇌졸중이 치료 가능한 질환임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서울대병원 신경과 김태정 교수]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다른 사람과 흥분해 언쟁을 벌이고 소리를 지르다가 뒷목을 잡고 “억!!” 하면 쓰러지는 장면과 함께 이후 ‘뇌졸중’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것은 뇌졸중 증상인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건 다 뇌졸중일까?

뇌출혈 가능성↑ 의식 유무 확인부터

결론을 말하면 다 뇌졸중은 아니다. 뇌졸중은 갑자기 뇌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져서(뇌출혈) 발생하는 초급성 응급중증질환이다. 뇌졸중 중에서 80%는 뇌경색, 20%는 뇌출혈이다. 이 중에서 흥분한 상태에서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것과 관련성이 좀 더 높은 것은 뇌출혈이다. 뇌출혈을 뇌실질 안의 혈과의 파열로 인해 발생하는 뇌내출혈이 15%, 대부분이 뇌동맥류 파열로인해 발생하는 지주막하출혈이 5%다.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중환자의학과 교수
뇌졸중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는 고혈압인데 고혈압이 조절이 잘되지 않을 때 뇌출혈의 위험은 4배 이상 올라가게 된다. 다른 사람과 소리를 지르며 싸우는 경우 자연스럽게 혈압이 정상보다 훨씬 높게 올라가게 되고 그 순간 그 압력을 견디지 못한 뇌혈관이 파열되게 된다면 그때 뇌출혈이 발생하게 된다. 뇌내출혈의 원인 중 대표적인 것이 고혈압성 뇌내출혈이며, 뇌동맥류로 인한 지주막하출혈이 있는 환자에서 50% 정도는 고혈압 병력이 있으므로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뒷목을 잡고 쓰러진 이후 뇌졸중 여부를 급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것을 확인해야 할까. 우선 중증 뇌졸중(뇌경색 혹은 뇌출혈)의 경우는 의식을 잃는 경우가 있다. 뒷목을 잡지 않더라도 갑자기 쓰러진다면 호흡이 있는지, 맥박이 있는지 확인하면서 환자를 크게 불러 의식이 있는 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맥박과 호흡이 없다면 당연히 심정지를 의심하며 심폐소생술을 시작하고 119에 신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맥박과 호흡은 있으나 부르는 소리에 반응이 없고 팔다리 움직임이 없거나 한쪽 팔다리만 움직인다며 중증 뇌졸중일 수 있으므로 즉시 119 신고해 뇌졸중센터로 방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식 없다면 기억해야 할 4가지

의식이 없는 상태라면 ①중증 뇌졸중의 경우 뇌압상승으로 구토할 수 있으므로 얼굴을 위해 보게 하는 것보다 옆으로 돌려 구토로인한 질식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②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급하게 우황청심환이나 물, 약 등을 주면 안 된다. 의식이 없기 때문에 누워 있는 상태에서 음식물을 주면 기도로 넘어가 호흡부전이 올 수 있다. ③야간이나 휴일이라고 해서 그 상태로 기다리지 말고 즉시 119에 신고하여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④수지침 등의 뇌졸중 치료에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시행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의식이 있고 뒷목을 잡지 않더라도 갑자기 신경학적인 증상이 발생하면 ①안면마비: “이”하고 웃지 못하는 경우 (이웃) ②편측마비: 한쪽 팔다리 혹은 손, 발의 마비 (손) ③발음장애 혹은 실어증: 발음이 어눌하거나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 (발) ④안구편위: 양쪽 눈이 한쪽으로 쏠려 있는 경우 (시선) 등과 같은 ‘이웃손발시선’을 반드시 기억해 119에 신고하고 뇌졸중센터를 방문하여 골든타임 내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이외에도 △심한 어지럼증과 함께 중심을 잡지 못하는 증상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복시 △한쪽 시야가 검게 보이는 시야장애 등도 뇌졸중 증상일 수 있으므로 기억하고 있으면 도움이 된다.

민족의 명절 설이다. 온 가족이 모여 서로의 소식을 공유하고 명절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이 반갑고 기쁜 날이다. 평소 고혈압이 있는 부모님이나 가족이 있다면 집에 혈압계가 있는지 확인해 없으면 준비해 방문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혹시라도 명절 동안 여러 이유로 흥분할 상황이 있다면 혈압이 오르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고, 평소 혈압이 목표한 대로 유지가 되는지 매일 혈압을 측정하여 확인하는 것이 향후 뇌졸중, 특히 뒷목 잡고 쓰러지는 중증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이지현 (ljh4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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