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용 철도패스 30만원 쑥 … 日 뛰는 물가에 관광객은 울상

이승훈 특파원(thoth@mk.co.kr) 2024. 2. 11. 16: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해 2.8% 물가 인상 전망
입장료·교통비·밥값 들썩
후지산 통행료 3배로 오르고
JR패스 7일권 77% 뛰어
식당선 인터넷 예약비 도입
단골 선물인 위스키값도 2배

30년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라는 단어를 모르고 살았던 일본이 최근 잇단 물가 인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22~2023년 2년 연속 물가가 2% 이상 오른 일본은 올해에도 물가가 2.8%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요즘 일본의 체감물가는 '자고 나면 오른다'는 수준이다. 식료품 가격은 물론이고 휘발유 가격, 교통비 등도 들썩이고 있다.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에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일본 대표 관광지인 후지산을 찾는 관광객은 오는 7월부터 1인당 3000엔(약 2만7000원)을 내야 한다. 현재는 '후지산 보전 협력금'이란 명목으로 1000엔을 내면 됐는데, 이것이 3배 오르는 것이다. 후지산이 위치한 야마나시현은 7월부터 협력금과 별도로 2000엔을 등산객에게 걷기로 했다. 결국 후지산 등산을 위해서는 1인당 3000엔이 필요하게 된 셈이다.

야마나시현은 후지산 등산로 '요시다 루트' 5부 능선에 요금소를 설치해 통행료를 걷을 계획이다. 통행료 부과와 함께 하루 등산객도 4000명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여기에 오후 4시부터 이튿날 오전 3시까지는 산장 숙박객 이외에 입산을 금지하는 조치를 병행한다. 일본 현지 언론은 1인당 3000엔이란 금액이 너무 과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야마나시현은 후지산의 과도한 혼잡을 막고 후지산 분화에 대비한 피난소 정비 등을 위해 추가 징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해 10월부터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열차 승차권 '재팬 레일 패스(JR패스)' 가격이 크게 올랐다. 기존 2만9650~3만3610엔이던 일반 차량용 7일권은 5만엔(상승률 49~69%)으로, 3만9600~4만4810엔이던 그린차량용(특실) 7일권은 7만엔(56~77%)으로 각각 올랐다.

가격을 인상하기 전에는 7일권 JR패스 가격이 도쿄·오사카 신칸센 왕복권 가격과 거의 같았다. 이에 JR패스를 구매할 수 없는 일본인 사이에서는 예전부터 "불공평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JR패스 가격도 오르게 된 것이다. '철도 왕국'인 일본 전역의 JR노선 길이는 총 1만9000㎞가 넘는다. JR패스 하나로 JR그룹의 거의 모든 철도와 노선 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을 여행하는 데 가장 경제적인 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관광객이 즐겨 찾는 식당도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괜찮은 식당을 예약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을 틈타 별도 '예약비'를 받는 식당이 생기고 있다.

도쿄 긴자의 '긴자하치고(銀座八五)'는 인터넷 예약을 유료로 받는다. 1인당 수수료는 500엔(약 4500원)이다. 긴자하치고는 중화풍 라면으로 미쉐린 스타를 받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좌석이 단 6개뿐인 데다 별도 예약을 받지 않아 2~3시간 대기는 기본으로 통했다. 오전 11시에 문을 여는데 주말에는 새벽 6시부터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다. 이곳의 중화풍 기본 라면 가격은 1200엔(약 1만1000원)인데, 여기에 예약금이 추가되면 가격이 1700엔으로 오르게 되는 셈이다. 예약 시스템은 식당 예약 전문 사이트인 테이블체크가 운영한다. 테이블체크는 긴자하치고를 시작으로 올해 연간 300곳까지 유료 예약제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수수료 수입은 테이블체크와 음식점이 나눠 갖는다.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의 '최애' 선물인 위스키 가격도 크게 오른다.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품귀 현상이 계속되자 업체가 대대적으로 가격 인상에 나섰다.

일본 식음료 업체 산토리는 오는 4월부터 위스키 19종 가격을 최대 125% 인상한다. 이 업체가 생산하는 '야마자키(山崎) 12년' '하쿠슈(白州) 12년' 700㎖ 한 병은 1만엔(약 9만원)에서 1만5000엔(약 13만5000원)으로 50% 인상된다. 연수 표시가 없는 '야마자키'와 '하쿠슈'는 4500엔(약 4만500원)에서 7000엔(약 6만3000원)으로 56% 오른다. 프리미엄 위스키 제품 가격은 더 뛴다. '히비키(響) 30년' '야마자키 25년' '하쿠슈 25년' 700㎖ 한 병 가격은 기존 16만엔(약 144만원)에서 36만엔(약 324만원)으로 125%나 오를 전망이다. 산토리는 수입 위스키와 와인 가격도 인상한다고 밝혔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