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후 한 달···비트코인 가격은 ‘흐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자산 업계 초미의 관심사였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한지 한 달이 지났다. 비트코인 가격은 시장의 기대와 달리 저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현물 ETF 상장됐지만, 오히려 떨어진 비트코인
11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현물 ETF가 미국의 주식 거래소에 상장된 지난달 11일 비트코인은 한때 4만8600달러(한화 약 6450만원)선까지 치솟았다. 한때 4만9000달러선 돌파를 목전에 뒀던 비트코인은 상승 동력을 소진하고 다음날 4만2000달러(5580만원)선으로 내려앉았다.
비트코인은 현재 4만4000달러(5840만원)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을 앞두고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 하반기 50% 넘게 올랐던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비트코인 가격 흐름이 부진한 원인은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섰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그간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기대감과 지난해 10월 이후 미국 시중금리 하락세와 맞물리면서 강세를 보여온 만큼 실제 상장을 확인한 데 따른 차익실현성 매물이 나타났다”면서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 기대로 비트코인 거래량이 급증했던 2~3년 이전 구간에서 매수한 장기 투자자들에게는 손익 분기점으로 인식돼 매도 압력을 가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가격 다시 오를 수 있을까?
비트코인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여러가지 우려가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해킹으로 파산한 마운트곡스 거래소는 채권자들에게 비트코인 총 14만2000개를 분배하기로 한 바 있다. 비트코인을 배분받은 채권자들이 시장에 일부 물량을 매도하면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지난해 파산한 가상자산 대출 기업 제네시스가 보유하고 있는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 ETF(Grayscale Bitcoin Trust ETF, GBTC) 13억8000만달러어치를 청산하기 위해 미국 법원의 승인을 구하고 있는 상황도 비트코인에는 악재다.
그레이스케일은 최초의 비트코인(BTC) 투자펀드이자 세계 최대 디지털자산 운용 회사 가운데 하나로, 기존에 판매해온 GBTC를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로 전환해 이달 11일부터 거래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GBTC를 처분하면서 그레이스케일은 비트코인을 시장에 내다팔고 있다. 제네시스가 GBTC를 처분하면 대규모 물량이 시장에 풀릴 수 있다.
‘돈나무 언니’ 캐시우드가 이끄는 아크 인베스트먼트는 지난 3일(현지시간)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투자 비중을 늘릴 경우 비트코인 가격이 2030년까지 230만달러(약 30억7000만 원)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순항 중인 비트코인 현물 ETF…한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 자체는 견조한 자본 유입으로 순항 중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블랙록이 출시한 비트코인 현물 ETF인 ‘iShares Bitcoin Trust(IBIT)’에는 연초부터 지난 5일까지 31억9400만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올해 전체 ETF 중 5번째로 많은 유입량이다. 피델리티가 출시한 ‘Fidelity Wise Origin Bitcoin ETF(FBTC)’도 26억3800만달러가 유입되며 유입량 8위를 기록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가격이 횡보했음에도 코인베이스는 ETF 승인 이후 디지털자산 거래량이 감소하며 주가가 부진했다”면서 “ETF와의 경쟁으로 인한 결과라기보다는 (비트코인 가격 횡보로 인해) 디지털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 저하로 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투자는 아직 불가능하다. 지난달 11일 금융위원회는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를 ‘자본시장법 위반’이라고 못 박으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매매하는 길이 막혔다.
다만, 지난 5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024년도 업무계획’ 발표 자리에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게리 갠슬러 위원장과 만나 가상자산 이슈와 비트코인 현물 ETF 등을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금융당국의 기존 입장에서 변화가 감지되는 발언이다.
한 가상자산 시장 관계자는 “비트코인 현물 ETF의 국내 도입이 불투명한 상황이라 직접 투자 혹은 이더리움 선물 ETF 투자로 선회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면서 “시장 안정을 위해 금융당국이 노선을 확실히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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