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카트의 놀라운 진화...물건 담으면 '계산·반납' 알아서 척척
대형마트에서 장보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한 모습을 보면 '설 명절 맞구나'하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가족 단위로 온 손님들이 쇼핑카트를 끌며 고기·생선·과일·나물 등 먹거리를 담는 장면을 볼 때면 때론 "카트가 없었다면 마트 매출은 과연 어떻게 됐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플라스틱 장바구니만 있었다면 명절 대목에 큰 재미를 보지 못했을 겁니다.
실제로 쇼핑카트와 관련한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큰 쇼핑카트일수록 구매 상품 양이 증가했습니다. 많이 담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카트는 대형마트의 영업 1등 공신으로 평가받습니다.
이런 카트도 제법 긴 역사를 두고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 왔습니다. '맛있다 과학 때문에'의 저자이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용기 명예연구원으로부터 '쇼핑 카트에 대한 이모저모'를 들어봤습니다.
먼저, 마트에서 쓰는 쇼핑카트의 역사는 193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최초 쇼핑카트의 등장은 1937년, 미국 오클라호마시에서 '피글리 위글리'라는 슈퍼마켓 체인을 운영하던 실반 골드만(Sylvan Goldman)이 개발했습니다. 고객들은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계산대 앞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게 힘들고 불편했습니다.
이 때문에 장바구니가 어느 정도 차면 더 이상 구매하지 않았습니다. 이 모습을 본 골드만은 '편리하고 더 큰 장바구니'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바로 쇼핑카트입니다. 접는 나무의자의 앉는 부분에 시장 바구니를 얹고 다리에 바퀴를 달면 더 많이 사지 않을까라는 그의 생각은 적중했습니다. 이것이 최초의 바퀴 달린 쇼핑카트입니다.
카트는 이후 미국 전역으로 확대됐습니다. 카트로 엄청난 부를 거둔 골드만은 아예 '폴딩 바스켓 캐리어 컴퍼니'라는 회사를 차리고 카트 개발·공급에 열을 올립니다.
처음 만들어진 카트는 하지만 마트 주인들의 불만을 샀습니다.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한다는 겁니다. 그 후 올라 왓슨(Orla Watson)이 1946년 카트 뒷부분이 젖혀져 서로 포개지는 방식의 카트를 디자인합니다.
이후 골드만이 바구니가 하나면서 뒷부분이 젖혀져 포개질 수 있는 오늘날의 쇼핑카트와 유사한 형태의 카트를 개발, 1948년 특허를 출원합니다. 이를 본 왓슨은 분노합니다. 누가 봐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차용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은 결국 법적다툼을 벌였고 골드만은 왓슨의 발명을 인정하고 손해배상금을 지불하면서 동시에 뒷부분이 접혀 포갤 수 있는 네스트 카트(nest-cart)의 판매에 따른 특허료를 지불하겠다는 조건으로 특허 실시사용권을 부여받습니다.
그 후 한동안 두 회사는 뒤쪽이 접히는 쇼핑카트의 독점적 생산권을 누리며 크게 성장했지만, 연방정부가 1950년 골드만에게만 부여된 독점 라이선스는 무효라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해당 카드 디자인은 다른 기업들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쇼핑카트는 계속 진화해 왔고 현대판 쇼핑카트엔 앞엔 '스마트'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예컨대 월마트는 2016년 자율주행 쇼핑카트 관련 기술장치를 개발하고 특허승인을 받았습니다. 중앙컴퓨터의 통제를 받아 작동하는 자율주행 쇼핑카트는 기존 카트에 위치기반 센서, 공간·사물 인지 센서, 카메라, 무선 네트워크 등의 장치를 부착해 만들었습니다.
이마트 미국 자회사 굿푸드홀딩스가 식료품 배달업체 인스타카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브랜드 광고판이 붙은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카트를 선보인 적도 있습니다. 이름하여 '케이퍼카트'는 브랜드 광고판이 부착돼 있어 신제품이나 시즌 한정 제품 런칭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할인 혜택은 물론 프로모션 소식도 알려줍니다. 또 고객이 쇼핑하는 동안 장바구니에 담긴 제품 정보를 추출,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이를 분석해 추천 제품을 보여줍니다.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도 2020년 '스마트 쇼핑카트'를 유기농 식료품 소매체인인 홀푸드매장에 설치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대시 카트'로 불리는 이 카트는 쇼핑한 식료품을 카트에 담으면 컴퓨터 비전과 센서 기술을 이용해 자동으로 고른 제품들을 식별하고 계산까지 해줍니다. 전체 가격을 계산해 카트에 달린 디스플레이로 보여줍니다. 또 쇼핑객이 전용 라인을 거쳐 매장을 빠져나가면 사전에 등록된 신용카드로 자동결제가 이뤄집니다.
국내에선 2018년 6월 17일부터 나흘간 트레이더스 하남점에서 자율주행 스마트카트 '일라이'가 시범운영됐습니다. 이 카트는 사람을 인식할 수 있는 센서, 음성인식, 상품 무게 측정 센서 등이 달려 있습니다. 상품이 있는 자리로 고객을 안내하거나 고객과 일정 거리를 두고 따라다닐 수 있는 것이 주요 특징입니다. 카트를 통해 즉시 결제도 가능합니다.
소비자들이 가장 번거롭게 여기는 카트 반납 기능도 있습니다. 마치 로봇청소기처럼 스스로 움직여 충전소로 돌아갑니다. 이밖에 쇼핑 소요 시간, 주차 위치 정보도 제공하고, 휴대폰 유무선 충전도 가능합니다.
어느덧 서빙 로봇이 일상화됐듯, 첨단 기술이 접목된 카트의 진일보는 소비문화생활의 가치를 더욱 높여줄 것입니다. 가까운 미래에 카트가 알아서 장을 보고 고객은 매장 내 커피숍에서 명절의 여유를 만끽하는 모습이 머릿 속에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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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j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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