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10명 중 3명 '우울증 의심', 정신건강 빨간불

윤평호 기자 2024. 2. 1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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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량이 굉장히 많아요. 매주 하는 것이 버거울 정도에요. 교수님이 원하는 양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다 해내려면 주말에 나오는 것이 너무 당연히 여겨집니다. 심지어 유해 요인 노출로 인한 특수 건강진단이 있다고 연락을 받았는데, 교수님이 그걸 뭐하려고 받냐고 못 가게 하셨어요. 받을 필요 없다고요(30대 석·박사통합과정 대학원생)."

"지도교수님이 갑자기 저에 대한 지도를 거부했어요. 그래서 전공 책임 교수님과 캠퍼스 대표 교수님, 학생팀 담당자와 교내 인권 센터, 캠퍼스 내 옴부즈맨 학생 담당자 등 모두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요. 그런데 모두 본인 소관이 아니라고 거절하더라고요. 총장이 주재하는 징계위원회 소집도 요청해 봤지만, 교수의 정당한 자기 권리 행사였다는 답변을 주고 징계위원회도 열리지 않았습니다(20대 석·박사통합과정 대학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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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업무량이 굉장히 많아요. 매주 하는 것이 버거울 정도에요. 교수님이 원하는 양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다 해내려면 주말에 나오는 것이 너무 당연히 여겨집니다. 심지어 유해 요인 노출로 인한 특수 건강진단이 있다고 연락을 받았는데, 교수님이 그걸 뭐하려고 받냐고 못 가게 하셨어요. 받을 필요 없다고요(30대 석·박사통합과정 대학원생)."

"식사시간, 씻거나 이동하는 시간 등을 빼더라도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는 것 같아요. 연구든 교육이든 학업이든 모두 합쳐서요. 토요일 하루 정도는 쉬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쉽지 않아요. 평일에 못한 거를 주말에 해야 해서 압박은 주말이 더 커요(30대 박사과정 대학원생)."

"지도교수님이 갑자기 저에 대한 지도를 거부했어요. 그래서 전공 책임 교수님과 캠퍼스 대표 교수님, 학생팀 담당자와 교내 인권 센터, 캠퍼스 내 옴부즈맨 학생 담당자 등 모두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요. 그런데 모두 본인 소관이 아니라고 거절하더라고요. 총장이 주재하는 징계위원회 소집도 요청해 봤지만, 교수의 정당한 자기 권리 행사였다는 답변을 주고 징계위원회도 열리지 않았습니다(20대 석·박사통합과정 대학원생)."

학생연구노동자인 대학원생 가운데 상당수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일부는 자살시도까지 하는 등 정신건강이 위태롭다. 이런 상황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의 '학생연구노동자의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통해 알려졌다.

박민영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임상강사가 연구책임자로 참여한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해 9월 15일부터 10월 20일까지 석사 과정 이상의 대학원생 300명 설문조사와 같은 해 5월부터 11월까지 대학원생 10명의 면접조사로 진행됐다. 지난해 말 제출된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대학원생의 우울증 진단율이 30.7%에 달했다. 불안장애와 수면장애 진단율도 각각 23%, 19.5%로 조사됐다. 강박장애 진단율도 9.6%를 보였다. 특히 정신건강 설문 결과 34.8%에서 임상적 우울증 의심이 될 정도의 수치가 확인됐다. 29%는 중등도 불안에 해당됐다. 응답자의 14.8%는 불면증 위험군에 속했다.

최근 1년간 자살을 떠 올린 비율은 20.2%로 일반 인구에 비해, 연령, 성별을 감안해도 수치가 매우 높았다. 자살계획과 시도를 경험한 비율도 각각 7.7%, 2.2%로 집계됐다. 전체 응답자의 18.1%에서 번아웃 증후군이 확인됐다. 대학원생의 15.9%는 고정 소득이 전무했다.

불안정한 정신건강은 대학원생의 처지와 무관하지 않았다. 조사 결과 33.2%는 지도교수로부터 적절하고 충분한 지도를 받고 있지 못하다고 응답했다. 지도교수와 관련된 연구 윤리 및 부적절한 업부 지시 등의 경험율도 10%를 상회했다. 응답자의 40.4%는 지도교수와 불화 경험이 있다고 토로했다. 대학원 생활동안 언어폭력 및 모욕적 행위를 경험한 경우도 각각 19.9%, 23.5%를 차지했다.

연구진은 대학원생들 정신건강이 위기상황이라며 대학원생에 대한 사용자의 책임 강화 환경 조성, 안전한 연구활동을 위한 서면 협약 및 계약 체결, 경제적 지원, 물리적 연구 공간의 필수 제공, 신체적·정신적 회복을 위한 '절대적 시간' 지원, 대학원생 당사자 조직의 활동, 정신건강 위기 개입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체계 형성을 개선방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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