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가 경제성과를 훼손한다고? 바보야, 문제는 따로 있다고

윤효원 아시아노사관계 컨설턴트 2024. 2. 1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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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원의 '노동과 세계'] 문제는 고령화가 아니라 불평등이야

국제통화기구(IMF) 같은 국제기구는 전 세계적으로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고령화가 진짜 인구 폭탄이라고 주장한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근로연령의 인구가 줄어 기업에서 필수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근거를 댄다. 고령화가 경제 성과를 훼손할 것이라 공포를 퍼트린다.

"고령화가 중요한 게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5~50년까지 60세 이상 인구 비중이 12%에서 22%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고령화 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일본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3624만 명으로 29.1%(2022년)다. 우리나라는 950만 명으로 18.4%(2023년)다.

정책 담당자와 학자들은 노인이 생산적이지 않으며 국민경제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노인이 비생산적이거나 일하지 않아 세수는 감소하는데 비해, 의료비 같은 비용이 는다는 논리다. 영국의 경우 2023~24년 회계연도에 퇴직자 연금으로 1750억 달러(234조 원)가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90.6%가 국가가 충당한다. 국민건강서비스(NHS)에 드는 정부 예산도 막대하다.

영국 캠브리지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인공지능(AI)이 인간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패트릭 메이어(Patrick K. Meyer)는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인간 노동을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스럽지 않은 것으로 만드는" 상황에서 "고령화는 글로벌 경제에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23년 3월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3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주재했다. ⓒ연합뉴스

"신흥 엘리트가 축적한 부를 재분배해야"

홍콩 영자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인터넷판 2월 3일자에서 메이어는 "강력한 신흥 엘리트가 축적한 부(富)를 모든 사람이 괜찮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재분배하는 것"이야말로 본질적인 문제라고 강조한다.

지난달 15일 글에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전 세계 일자리의 40%가 인공지능의 영향을 받게 된다고 썼다. 인공지능 연구자인 벤 고어첼(Ben Goertzel)은 몇 년 안에 기계가 일자리의 80퍼센트를 대체한다고 예측한다. 대만 출신 중국 벤처사업가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인공지능을 개발했던 리카이푸(李开复)는 "15년 안에 세계 일자리의 40%가 사라질 걸"로 본다.

고령화에도 사회적 부는 계속 증가

자동화와 인공지능은 생산성과 이윤 증대에서 인간적 요소를 제거하며, 숙련과 전문적 기술을 요구하던 일자리를 기계로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숙련 노동자층, 특히 고학력 청년층의 실업률이 올라가는데, 이는 불가피한 현상이다. 친서방 반중국 언론은 중국 대졸 청년층의 취업난이 심각하다고 떠들어대지만, 이 문제는 한국이 훨씬 심각하다.

국제로봇학연맹(IFR)에 따르면, 2022년 인구 1만 명당 로봇 수는 한국(1천12대)이 가장 많았다. 그 뒤는 싱가포르(710대), 독일(415대), 일본(397대), 중국(392대), 스웨덴(343대), 홍콩(333대), 스위스(296대), 대만(292대), 미국(285대) 순이었다. 2017년부터 한국의 로봇 증가율은 연평균 6%를 기록했다.

인구는 빠르게 고령화되지만 사회의 부는 준 적이 없다. 생산성 향상과 생산비 절감 덕분에 이윤은 전례 없이 늘고 있다. 따라서 인류의 당면 문제는 사회적 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고령화가 아니다.

반대로 문제는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인간노동에 들어갈 비용을 제거하면서 막대한 이윤을 창출한 결과, 사회적 부가 소수 엘리트의 손아귀로 더 많이 집중되는 현실이다. 부의 격차가 날로 커지는데 반해, 사회 구성원 다수가 자기 노동으로 괜찮은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은 날로 축소되고 있다.

IMF "종합적인 사회안전망 수립해야"

인류가 당면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종합적인 사회안전망을 수립하고 취약 노동자를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인공지능 전환을 보다 포용적으로 만들고, 생계를 보호하고 불평등을 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초부터 해외에서 펼쳐지고 있는 자동화와 인공지능 논쟁은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청년 담론, 노인 담론, 여성 담론이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 단편적인 문화적 현상일 뿐이라는 점을 드러낸다. 고령화는 현상이지 본질이 아니다. 청년과 노인과 여성 담론을 꿰뚫는 본질적인 문제는 물질적 불평등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패트릭 메이어가 "생산적 혹은 비생산적, 청년 혹은 노인에 상관 없이 모두가 괜찮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부를 재분배하기 위한 새로운 사회경제적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윤효원 아시아노사관계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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