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신나개∼” 대구 도심 ‘공공형 반려견 놀이터’ 가봤니?
“모찌야, 모찌야, 달려~!”
지난 8일 대구 달서구 장동공원에서 견주 김수현씨(36)가 올해 3살이 된 리트리버 ‘모찌’를 쫓아다니며 외쳤다. 공장이 밀집해 달서구에서도 인적이 뜸했던 이 근린공원에는 모찌를 비롯해 보더콜리, 믹스견 등 5마리의 견공들이 목줄 없이 드넓은 잔디밭을 쏜살같이 뛰었다. 견공들은 견주가 던진 공을 물어오려 서로 앞다퉈 달리거나 다른 친구들의 냄새를 맡는 등 놀이에 여념이 없었다.
김씨는 “대형견은 목줄을 풀고 마음껏 뛰어놀 공간이 많이 없다”며 “다른 개들과 어울리며 사회성을 키워야 덜 짖고 온순해진다. 이곳에 자주 와야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대구 달서구에 도심형 반려견 놀이터인 ‘달서 반려견 놀이터’가 지난 2일 정식 개장했다. 대구에서 공공형 반려견 놀이터가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달서구청이 2021년 2월 처음 계획해 사업비 34억원을 들여 조성한 반려견 놀이터는 전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규모다. 장동공원 내 산28번지 일대에 7672㎡(약 2320평) 규모로 지어진 이 놀이터는 중·소형견 놀이터와 대형견 놀이터, 보호자 쉼터, 펫카페, 산책로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공원 입구에 전용 주차장(36면)도 조성해 이용객들에게 뛰어난 교통 접근성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반려견 체격별로 놀이 공간을 분리한 점이 특징이다. 대형견이 갑자기 소형견을 향해 달려드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다른 개의 훈련을 돕는 헬퍼독에게 입질 테스트를 받고 통과하면 목줄을 풀고 입장할 수 있다.
공원이나 펫카페 등에서 큰 개가 작은 개를 물어 죽이는 사례는 전국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경북 의성에서도 지난해 5월 반려견 놀이터에 상주하는 보더콜리가 몰티즈를 물어 죽이는 사고가 일어났다.
놀이터 주변에도 반려견의 체격에 따라 높이 1.2~2m 내외 안전 펜스를 설치했다. 반려견 전용 진입로를 만들어 기존 공원 이용객과 동선을 분리했다.
놀이터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동절기 오후 5시)까지 개방된다. 동물등록이 완료된 반려견만 이용할 수 있으며 입장료는 중·소형견 2000원, 대형견 3000원이다. 달서구민들은 500∼1000원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달서구청은 구조견이나 시각장애인 안내견, 마약탐지견 등 국가와 지역사회에 기여한 반려견에 대한 입장료는 받지 않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예비 반려인과 행동교정이 필요한 개 주인를 위해 반려동물 문화교실도 상시 운영할 방침이다. 오는 10월에는 반려 가족을 위한 희망나눔 축제와 반려동물 캐릭터 공모전도 준비하고 있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119구조대에서 활동하는 견공들이 하루 정도는 마음껏 뛰어놀고 아이들은 제복 견공을 직접 볼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반려견·반려묘 전체 규모가 860만 마리(2022년 기준)에 이른다고 추정하고 있다. 전국의 등록 반려동물 수는 지난해 기준 320만4801마리다. 대구에는 14만4386마리가 등록돼 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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