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15억 수뢰사건...檢·공수처가 서로 수사 미루는 이유

유종헌 기자 2024. 2. 1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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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3급 공무원 뇌물 수수 사건’이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간 신경전 탓에 한 달 째 표류하고 있다. 이 사건은 당초 공수처가 수사해 검찰에 넘겼는데, 검찰이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며 공수처에 사건을 반송하려 했다가 거부당한 상태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과 공수처 모두 이 사건에 대해 “상대 기관이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검찰이 사건 기록을 보관 중이지만 공수처에 다시 이송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검찰이 사건을 보내도 접수를 거부한다는 입장이다.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모습. /뉴스1

이 사건은 감사원 3급 간부 김모씨가 2013년 전기공사 업체를 차명으로 설립해 운영하면서 감사 대상 건설·토목 기업으로부터 전기공사 하도급 대금 명목으로 15억8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내용이다. 공수처가 2021년 10월 감사원 의뢰로 수사에 착수하며 시작됐다.

공수처는 지난해 11월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김씨가 (공사 계약 등에) 개입했음을 인정할 수 있는 직접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고, 반대 신문권의 보장이 필요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그러자 공수처는 같은 달 김씨 등에 대한 공소 제기를 요구하며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이송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3급 이상 공무원의 뇌물 수수 혐의를 수사할 수 있지만 기소권은 검찰에만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12일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공수처에 사건을 반송하려 했다. 공수처 수사 결과만으로는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공수처가 사건을 보완해달라는 취지다. 그러자 공수처는 “(사건 반송은) 법률적 근거 없는 조치”라고 반발하며 사건 접수를 거부했다. 사건 기록을 보관 중인 검찰은 이후 한 달 간 사건 처리 방향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여전히 공수처가 이 사건을 보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은 불가분의 관계인만큼, 검찰이 기소권을 가진 사건에서는 검사가 수사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권리가 필연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또 공수처가 검찰에 공소 제기 요구를 하면서 보완수사를 검찰에 미루는 것은 ‘검찰 견제’라는 공수처 설립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사건을 검찰에 보내는 순간 공수처 일은 끝났으니 검찰이 알아서 기소·불기소 처분을 하면 된다’는 공수처 주장은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공수처는 검찰이 사건을 다시 돌려보내더라도 접수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공수처 관계자는 “공수처법 어디에도 공수처가 이미 공소 제기 요구한 사건을 다시 보완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다”고 했다. 또 검찰이 사건을 공수처로 돌려보내기 전 아무런 의사 조율 과정도 없었다는 것이 공수처 주장이다.

서울중앙지검 전경. /조선일보DB

법조계에선 ‘검찰과 공수처가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법조인은 “공수처는 검찰의 반송 요구를 받아들이면 앞으로 검찰이 자신들을 사법경찰 취급할 것이라고 보고 있고, 검찰도 ‘공수처가 허술하게 수사한 사건의 뒤치다꺼리를 검찰이 도맡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라면서 “지난 정부 공수처법이 졸속 입법된 탓에 이런 상황에 대한 규정이 없어 단기간 내 해결은 요원하다”고 했다.

한편 두 기관 간 신경전이 벌어진 탓에 사건 수사는 사실상 멈춘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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