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인분(人糞) 봉투가 쌓인 이유
우주선 잔해와 문 로버, 각종 장비 등 226톤 쓰레기, 달에 그대로
지난 8일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산(8848m)과 제2봉 로체봉(8516m)을 관장하는 네팔의 파상 라무 시 측은 “산에서 악취가 난다”며 “앞으로 두 봉우리에 오르는 산악인들은 반드시 인분(人糞) 봉투를 베이스캠프에서 구입해야 하며, 하산 시에는 이 봉투의 사용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해마다 워낙 많은 등반객이 몰리면서, 해발 5000m 대의 베이스 캠프 야외뿐 아니라, 이보다 높은 제2, 제3 캠프 주변에도 인분이 넘쳐난다고 한다.
그러나 이동 시 ‘흔적’을 남기는 인간이 배설물을 남긴 곳은 지구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구에서 평균 38만 4400㎞ 떨어진 달 표면에도, 인분을 비롯해 인간이 만든 쓰레기가 남아 있다.
인류가 마지막으로 달을 밟은 것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아폴로 17호가 착륙했던 1972년 12월이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러시아ㆍ중국ㆍ인도ㆍ이스라엘ㆍ일본의 정부와 민간 기업들이 무인 우주선을 보내면서 45억 년 동안 전혀 변화가 없었던 달에 계속 쓰레기를 남겼다.
10여 년 전인 2012년 7월 NASA가 집계한 달 쓰레기는 우주선[착륙선]과 잔해, 각종 장비 등 50만 파운드(약 226.7톤)에 달한다.
가장 많은 쓰레기를 남긴 것은 NASA의 아폴로 프로그램이었다. 모두 12명의 미 우주인이 6대의 아폴로 착륙선으로 달을 오가며 40만 파운드(약 181.4톤)의 인공 물질을 달에 남겼다.
이 중 매우 흥미로운 품목이 우주인들의 대ㆍ소변과 토사물(吐瀉物)을 담은 비닐 봉지 96개다. 달에는 공기ㆍ대기ㆍ바람도 없으므로, 남긴 것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6차례 아폴로 미션에서 우주인 12명이 남긴 배설물 비닐 봉지 96개는 인류가 달에 다녀갔다는 가장 직접적인 흔적이다. 우주인들은 우주복 엉덩이 부분에 부착된 백(bag)에 일을 봤고, 이륙선의 탑재물 중량 한계 탓에 그것들을 담은 봉지를 달에 버리고 떠났다.
인분(人糞)의 50%는 수분이다. 또 인체의 장(臟)에는 1000개 이상의 미생물 종(種)이 산다. 따라서 인분을 담은 비닐 봉지 안은 지구에서 옮겨간 바이러스ㆍ박테리아ㆍ진균류가 서식할 수 있는 탁월한 생태계를 이룬다. 우주인들은 미션마다 2~3일 달 표면에서 보냈다.
◇인분 속 미생물은 어떻게 됐을까
따라서 우주생물학자들은 인체에서 나온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등 각종 미생물이 달의 혹독한 환경에서 어떻게 됐을지 궁금해 한다.
실제로, 달에서 총 71시간을 보낸 아폴로 16호 우주인들은 9개의 미생물 종을 우주선 밖에 놓았는데, 비록 3일이었지만 상당수는 살아 남았다. 인분 투기(投棄) 봉지를 잘 밀봉했다면, 그 안의 기저귀는 습기를 계속 보존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달에는 자외선을 차단할 오존층도, 우주 방사선을 반사할 강력한 자기장도 없다. 또 지구일(日)을 기준으로 각각 보름씩 번갈아오는 달의 낮과 밤 기간에 달의 온도는 100°C에서 -173°로 극한의 차를 보인다. 따라서 일반적인 의견은 우주인의 대소변과 토사물에 포함된 미생물은 얼마 못 가 다 죽었으리라는 것이다.
플로리다대 우주생명과학자인 앤드루 슈어거는 “방사선과 100°C의 기온으로, 미생물들은 수일, 수주 내에 다 죽는다. 이 미생물들이 살았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생물들이 죽었다고 해도, 극한의 환경에서 새롭게 적응하거나 변형하려는 흔적을 남겼다면, 이의 발견은 학문적으로 큰 소득이 될 수 있다.
◇골프 공, 매의 깃털, 알루미늄 망치는 왜 달에?
미국 우주인들이 달에 남긴 것들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큰 것들은 추락한 탐사선, 착륙선, 로버와 같은 우주 장비들이다. 이들은 약 70점의 우주비행 장비, 5대의 문 로버 외에도, 12켤레의 우주인 부츠, 강력한 자외선에 색이 완전히 바랬을 성조기, 카메라 장비, 백팩, 가족 사진 한 장 등을 남겼다.
아폴로 15호(1971년 7~8월) 선장인 데이비드 스캇은 27.2g짜리 매의 깃털과 1.36㎏ 되는 알루미늄 망치를 동시에 떨어뜨리는 실험을 했다. 두 물체는 진공 상태에서 동시에 바닥에 떨어졌다. ‘공기 저항이 없으면, 낙하하는 모든 물체는 같은 운동을 한다’는 갈릴레오의 법칙을 달에서 증명했다.
골프광이었던 아폴로 14호(1971년 1~2월) 우주인 앨런 셰퍼드는 6번 아이언 헤드와 골프 공 2개를 몰래 우주복과 양말 속에 넣어 우주선에 올랐다. 이것들은 아폴로 프로그램의 공식 구매 품목에 없었다. 셰퍼드는 달의 흙(레골리스ㆍregolith)을 푸는 삽의 자루에 아이언 헤드를 끼고 휘둘러 인류 최초의 ‘달 골퍼’가 됐다.
이 아이언 헤드와 골프 공도 그대로 달에 남았다. 월석을 실은 우주선의 이륙 중량은 세밀한 단위까지 미리 계산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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