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상징? 8000만원 넘는 차만 다는 ‘연두색 번호판’ 보셨나요 [세모금]
개인리스 제외, 세금뺀 가격…전기차 포함
정책효과 확인?…“아직은 글쎄, 더 지켜봐야”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 최근 한 수입차 커뮤니티에 ‘연두색 번호판’을 단 의문의 스포츠카 사진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포드가 이달 국내에 출시할 예정인 머스탱 GT500을 초록색으로 래핑하고 초록색 번호판을 합성한 사진입니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초록색 차량에 연두색 번호판을 다니 예쁘다”는 의견부터, “대다수 차량 가격이 8000만원 이하일 것으로 보이는 머스탱에는 연두색 번호판을 달 수 없다”는 내용까지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렸죠. ‘연두색 번호판’에 대한 수입차 오너들의 반응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새로운 자동차 등록번호판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자동차 등록번호판 등의 기준에 관한 고시’ 일부개정안을 고시하고 올해 1월부터 시행에 나서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난달 22일 기획재정부가 연두색 법인전용 번호판을 부착한 업무용 승용차만을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해주는 ‘2023년 개정 세법 후속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는데요.
대부분 법인차가 차량을 구입하면, 이를 사업비용으로 신고하고 여기에 대한 혜택을 받습니다. 지금까지는 업무 전용보험만 가입하면 혜택을 줬는데, 올해 1월부터 등록된 차량은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해야만 사업비용으로 인정해준다는 의사를 밝힌 겁니다. 세금에 대한 문제까지 확정이 됐으니 이제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 채비를 마친 셈입니다.
매년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집계하는 통계에 따르면 전체 수입차에서 법인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40% 수준(2022년 기준 39.1%)에 달합니다. 법인을 통한 구매량이 상당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대부분 자기 소유의 법인 명의로 차량을 구매하는 경우만이 아닌, 리스나 장기 렌트를 통한 차량 구매도 여기에 포함되겠지만 말입니다. 연두색 번호판 이슈가 뜨거운 감자가 된 이유입니다.
▶차량가액 8000만원이 기준, 개인리스·렌트 포함 안 돼 = 우선, 왜 정책이 시작되게 된 걸까요.
최근 고가의 업무용 차량을 주말이나 휴가지에서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회사에 근무하지 않는 가족 구성원에게 제공하는 사례가 문제로 지적됐기 떄문입니다. 국토교통부는 많은 논의를 거쳐, 일단은 한정적인 차원에서 8000만원 이상의 고가 법인 차량에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는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고시 내용을 살펴보면 이번 정책은 차량가액을 기준으로 8000만원 이상인 법인 명의 구매 자동차만이 해당됩니다. 리스나 장기렌트 차량의 경우에는 자동차대여 사업자(리스·렌트카 업체)가 법인에게 1년 이상 대여한 승용자동차일 때 연두색 번호판을 적용받습니다. 본래 파란색 번호판을 다는 전기자동차의 경우에도 올해부터 구매한 취득가액 8000만원 이상의 경우에는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해야 합니다.
단, 개인이 리스나 렌트카 업체로 고가의 승용차를 빌린 경우나, 또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가 업무 용도로 고가 승용차를 들이더라도 정책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되는 것이죠. 최근 금융상품을 통한 차량 구매가 늘어난 상황에서 이를 통해 올해 차를 구매하려던 소비자들 입장에선 한시름 놓을 만한 결정입니다.
한편 출고가가 아닌 차량가액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세금을 제외한 차량 가격만을 계산합니다. 예컨대 출고가가 8000만원을 넘는 BMW 5시리즈 530i xDrive 모델을 구매하더라도, 딜러를 통해 가격을 8000만원 미만으로 책정된 경우에는 연두색 번호판이 부착되지 않습니다.
앞서 사례로 소개한 머스탱 GT500은 소비자 가격이 스탠다드 모델은 7990만원, 컨버터블 모델은 8600만원인데요. 소비자 가격은 취득세 등 약 10%의 세금이 포함된 가격인 만큼 실제 머스탱 구매자들의 경우에는 연두색 번호판을 달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차량을 사다 보면 다양한 옵션도 설치하게 되고, 또 이를 정식 업체가 아닌 민간업체(속칭 사제)에서 부착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차량 가액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이런 옵션을 두고 앞으로 많은 얘기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언론 매체에서는 일부 딜러들이 8000만원 이상 자동차에 할인 정책을 더해 연두색 번호판을 피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국토교통부가 우선 ‘업무용 자동차 오용’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정책을 내놓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합니다.
▶ 정책효과? 아직은 판단 유보 = 그렇다면 실제 정책이 시행되고 약 40일이 지난 현시점에서, 정책의 영향은 어떨까요.
지난 1월 신차 등록 통계가 민영 자동차 통계업체들에서 속속 발표되고 있지만, 아직 정책이 수입차 업계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기엔 시기상조인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차 법인 구매량은 4876건으로, 연두색 번호판 제도 시행 전인 지난해 12월(1만2670대)과 비교해 60% 이상 감소했다고 합니다. 수입차 구매 비중에서 법인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37.3%에 지난해 12월 46.5% 대비 9.2%p(포인트) 줄어들었습니다.
사실 정책이 시행되기 전 많은 딜러사들이 “연두색 번호판을 피해야 한다”고 광고하며, 지난해 12월에는 일반적인 경우(약 40% 수준)보다 법인을 통한 차량 판매가 늘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일시적인 광고 효과인지, 아니면 연두색 번호판에 대한 거부감으로 사적 유용에 활용할 법인차를 미리 산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죠.
또 본래 수입차 업계와 리스·렌트카 업체들은 연말에 많은 금융 정책 상품을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의 수입차 판매를 독려하곤 합니다. 연간 실적 때문이죠. 리스나 장기렌트 정책을 통해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가 많았으면 법인차 판매가 늘게 되는 셈입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연두색 번호판 정책이 처음 시행되기 때문에 정책의 목적을 감안했을 때도 여기에 따른 영향이 없을 수는 없다”면서 “앞으로 이 정책이 수입차 판매량에 미칠 영향이 업계의 가장 큰 관심인데 단기적인 변화만 놓고선 상황을 평가하기 섣부르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모델별로 판매량을 봤을 때는 어땠을까요? 특별히 고가로 분류되는 브랜드나 차량도 있으니까요. 법인차만을 정리하진 못했지만, 카이즈유자동차연구소가 내놓은 1월 브랜드별로 판매 대수를 확인해봤습니다.
브랜드별로 봤을 때 BMW는 전년 동월 대비 28.9% 판매량이 감소한 4330대, 고급 스포츠카의 상징인 포르쉐는 전년 동월대비 판매량이 6.7% 감소한 679대로 집계됐습니다. 그런데 벤츠는 전년 동월대비 1.2% 판매량이 늘어난 2934대, 판매가가 대부분 1억원 이상인 이탈리아의 자존심 마쎄라티도 16대 판매되며 전년 동월대비 23.1% 늘었습니다. 지난해 12월과 대비했을 땐 모두 두 자리수 이상 판매량이 줄었죠.
차량별로는 전년 동월과 비교했을 땐 각양각색의 판매량 변화를 보였고, 지난해 12월과 비교했을 때는 BMW X5(3.0%↑)를 제외한 대부분 차량이 모두 판매량이 줄었습니다. 단, 앞서 언급했듯 연말에 실적이 몰리는 수입차 업계 상황을 감안했을 때, 아직은 정책을 통한 변화상을 파악하긴 힘들어 보입니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도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차량마다 신차효과도 있고, 주로 평택항을 통해 수입해 들어오는 자동차의 수입 물량이나 각 사별 프로모션 정책 등 다양한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서 “일선 딜러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엇갈려서 연두색 번호판이 미친 영향을 분석하려면 빨라도 1분기, 길게는 올해 한 해 결과를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두색 번호판에 대한 우리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큰 지를 확인하는 것도 아직은 확인이 안되는 것으로 보이네요.
연두색 번호판 정책을 놓고서는 아직 말이 많습니다. 시작 전부터 개인리스와 장기렌트가 사용자, 개인사업자, 기준 선정을 놓고 뜨거운 감자가 됐습니다. 여전히 연두색 번호판 제도에 대해선 소비자들의 반발이 ‘강화’와 ‘완화’를 놓고서 엇갈리고 있구요. 하지만 정책 취지에 대해선 시민들과 정부, 업계의 이견이 없는 만큼 기존 취지를 잘 살리는 방향으로 추진이 됐으면 합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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