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카오 코인’ 난항? 합병 비율 두고 동상이몽
카카오가 주도한 블록체인 ‘클레이튼’과 네이버 관계사 라인의 블록체인 ‘핀시아’ 통합이 난항을 겪고 있다. 클레이튼과 핀시아 측은 지난달 16일 “두 플랫폼의 생태계 통합을 결정했다”며 2월 2일까지 투표를 통해 통합 여부를 정하기로 했었다. 영향력 있는 두 블록체인을 통합해 ‘아시아 대표 블록체인’으로 거듭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각 가상화폐의 교환 비율에 대해 핀시아 투자자들이 반대 의견을 보였다. 이 때문에 기존의 투표 일정이 미뤄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두 블록체인의 통합은 업계 최초의 대규모 M&A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불렀다. 클레이튼과 핀시아의 생태계가 통합되면 인프라, 서비스, 사용자, 커뮤니티 등을 한곳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두 국가가 국민, 기반 시설, 문화 등을 합쳐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셈이다. 이들은 블록체인 생태계가 통합되면 아시아권에서 2억5000만명의 잠재 사용자, 460여 개의 서비스, 40여 개의 참여 기업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카오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한국, 싱가포르, 베트남 등에 인프라를 갖춘 클레이튼과 일본, 대만, 태국 등에 라인 기반 네트워크를 갖춘 핀시아가 합쳐지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화폐 통합’에서 발생했다. 클레이튼의 코인 ‘클레이(KLAY)’와 핀시아의 코인 ‘핀시아(FNSA)’가 ‘PDT’라는 하나의 코인으로 합쳐지는데, 이 비율에 대한 인식차가 나타난 것이다. 현재 확정된 교환 비율은 1 클레이는 1PDT로, 1핀시아는 148PDT다. 핀시아 투자자들은 이 비율이 너무 적다고 본다. 핀시아는 리브랜딩을 거친 지 얼마 되지 않아 성장 잠재력이 더 큰 이른바 ‘긁지 않은 복권’이라는 것이다.
양 재단은 투표에 앞서 핀시아 보유자들을 달래기 위해 보상 정책을 추가했다. 핀시아를 예치한 참여자들에게 총 8000만PDT를, 위임 수량이 많은 3곳에 4000만PDT를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교환 비율이 정정되지 않았다. 지난달 30일까지 클레이튼 측에서 행사된 투표는 모두 합병안 찬성이었는데, 핀시아 쪽 투표는 모두 ‘강한 반대’였다.
합병 불발 가능성이 커지자 지난달 31일 양 재단은 투표를 일시 중지했다. 7일까지 합병안에 대한 추가 설명을 통해 보유자들을 설득하고, 8일 투표를 재개해 오는 15일까지 투표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11일 오후 기준 클레이튼 측은 11.11%가 투표해 전원이 찬성했고, 핀시아 측은 62.83%가 투표해 그중 88%가 찬성했다. 합병 가능성이 크게 올라간 것이다. 그럼에도 절차에 아쉬움이 남는다는 반응이 나온다. 가상화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블록체인의 핵심은 ‘탈중앙화’인데, 현재 통합 과정은 그와는 거리가 멀다고 본다”며 “합병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답은 이미 ‘합병’으로 정해진 상태로 투표가 진행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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