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출산률 0.78명…2030 여성들의 '솔직토크'[저출산 공포③]
나아졌다지만…여전히 느껴지는 '육아=여성 몫'
과도한 경쟁으로 불행한 사회에 꺼려지는 출산
'노키즈존' 논란에 "무서워서 아이 못 낳겠다"
[서울=뉴시스]여동준 기자 = 정부는 매년 저출생 극복을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편성하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매해 출생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합계출산율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고, 아동인구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6월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자녀·육아 인식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4%가 '나의 자녀가 있어야 한다'고 답했으나 20대 여성들은 42%, 30대 여성들은 49%만 '나의 자녀가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임신과 출산의 가장 직접적 당사자인 2030 여성들이 되려 가장 자녀 갖기를 꺼리는 셈이다.
뉴시스가 만난 2030 여성 10여명은 임신 및 출산을 내켜하지 않는 이유로 ▲경력 단절 ▲과도한 경쟁 ▲여성과 아이들에 대한 혐오 등을 들었다.
나아졌다지만…여전히 느껴지는 '육아=여성 몫'
뉴시스가 만난 강모(31)씨는 "분명 육아휴직에 대한 시선이 변했다고 느껴지지만 남성의 육아휴직에 대해 아직은 '대견하다'거나 '신기하다'는 기류가 더 많이 감지된다"고 전했다.
심모(30)씨도 "남성의 육아휴직을 아직 주변에서 보지 못했다"며 "과거보다 '육아는 부모가 공동으로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이 육아를 주로 담당하고 있어 특히 여성이 임신과 출산을 꺼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2022년 육아휴직 통계에 따르면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6.8%에 그쳤다. 전년과 비교하면 1.6배(2.7%p) 상승한 셈이지만 여성의 육아휴직 사용률(70.0%)에 비춰보면 턱없이 모자른 상황이다.
2030 여성들은 남성의 육아휴직이 여전히 적은 상황에서 경력단절에 대한 걱정을 숨기지 않았다.
홍모(25)씨는 "남성에 비해 여성은 출산 뒤 직장에서의 경력을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며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출산을 선택할 여성은 많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모(28)씨는 "당장 내 직장에서도 출산 이후 업무에 사용하는 에너지와 시간이 줄면서 출산 이전처럼 많은 업무량을 담당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이 있다"며 "휴직 후 모든 에너지를 쏟아도 다시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려울 텐데 육아와 업무가 병행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과도한 경쟁으로 불행한 사회 속 꺼려지는 출산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2023년 자녀·육아 인식조사에 따르면, 자녀가 없어도 되는 이유 중 1위는 경제적 부담(64%)이었고 2위는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61%)였다.
반면 20대 여성을 따로 보면 아이가 행복하기 살게 힘든 사회라는 응답이 74%로 1위였고 30대 여성의 경우에도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라는 응답이 63%로 평균보다 높았다.
문모(27)씨는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는 것은 '나 살기도 바쁘다'는 것이고 이는 내 생존도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아이를 낳으면 어떻게 잘해줄지보다 지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앞으로도 잘 살 수 있다는 안전망을 확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모(28)씨도 "임신이나 출산을 떠올리면 당장 혼자 생계를 책임지는 것도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며 "취업을 위해 투자한 시간과 돈을 생각하면 출산을 하는 것이 손해 같다"고 전했다.
2022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첫째아 출산 연령은 32.8세로 10년 전인 2012년(30.5세)과 비교하면 2.3세나 늘었다.
서씨는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갖춰질 때 아이를 낳는 것이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좋은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고 홍씨도 "경제적으로 안정이 된 뒤 자녀 계획을 생각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심모(30)씨는 "자녀 계획을 확실히 하고 있다면 가능한 빨리 아이를 갖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부모의 경제적 상황과 결혼 생활에 대한 관념이 정립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노키즈존' 논란에 "무서워서 아이 못 낳겠다"
특정 공간에 영유아를 배제하는 '노키즈존'을 두고는 부정적인 반응이 잇따랐다.
홍씨는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나오는 행동들에 여러 멸칭을 붙여가며 아이를 혐오하고 아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보호자, 특히 엄마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며 출산에 대한 의지가 줄어들었다"며 "노키즈존을 두고 친구와 '무서워서 아이 못 낳겠다'는 농담을 주고 받은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A(26)씨는 "경력단절 등의 이유로 출산을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안정적 가정에 대한 욕구 때문에 나중에 입양을 하려 한다"며 "노키즈존, 맘충 등으로 대표되는 엄마와 아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행동을 통제하기 어려운 어린 아이보다는 일정 나이 이상의 아이를 입양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씨는 "아이가 울거나 소란을 피웠을 때 빠르게 대처하거나 조용히 시키지 못하면 '맘충'이 돼버리는 것이 충분히 상상된다"며 "노키즈존이 아닌 곳이라고 해서 아이가 환영받지는 못한다는 점이 더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런 반응과 달리 여론은 노키즈존에 긍정적이며 저출생의 원인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2월 발표한 노키즈존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노키즈존을 허용할 수 있다는 의견은 73%에 달했고 62%는 노키즈존이 저출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이는 노중년존, 혹은 노시니어존에 대한 입장 제한을 허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57%, 허용할 수 없다는 의견이 34%인 것과 대조된다.
경제적 지원에 문화 개선 노력도 병행돼야
합계출산율 제고를 위해 정부의 각종 경제적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출산을 100여일 앞둔 권모(34)씨는 "육아휴직 급여 상한선이 150만원으로 낮은데다 25%는 복직 후 지급돼 소득 대체율이 낮다"며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올린다면 더 많은 부모들이 육아휴직을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육아휴직 급여 상한이 올라갈 경우 남성의 육아휴직 비율이 늘어났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같은 자녀에 대해 부모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때 두 번째 육아휴직자의 급여 상한을 인상한 2014년과 2017년, 2018년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각각 1.2%p, 4.9%p, 4.4%p 증가했다.
또 임신 기간 필요한 검사 및 입덧약, 영양제 등에 필요한 비용이나 난임 치료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면 좋겠다는 요구도 있었다.
경제적 지원에 더해 문화 개선 노력 역시 병행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김모(31)씨는 "남성의 육아휴직이 더욱 보장되는 사회라면 임신과 출산 의사에 현저하게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 같다"며 "특히 사기업의 경우 제도가 있어도 남성은 실질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남성의 육아휴직이 의무가 되기 시작한다면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홍씨는 "일이냐 가정이냐, 아이냐 직장이냐는 선택지는 왜 여성들만 고민하게 되는지 모르겠다"며 "여성에게만 양육을 강요하는 분위기를 벗어나 성평등한 출산 및 양육 문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다만 서씨는 "이미 수도권 집중 문제, 노동 문제, 성차별적 문화 등 전문가들의 지적은 차고 넘치는 듯 하다"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보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꼬집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yeod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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