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연탄 검댕' 정치권 공방 이슈가 가린 것은
사흘 동안 정치권 이슈 떠올라
정치권 '가난 활용법' 고민해봐야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새해 연휴 정치권 공방에 선 이슈는 '한동훈 얼굴 연탄 검댕'이었다. 4월 총선을 앞둔 여야 신경전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의 봉사 활동에 대한 쇼 논란으로 확산됐다.
한동훈 위원장은 지난 8일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을 찾아 국민의힘 지도부와 함께 저소득층 가정에 연탄을 나르는 봉사활동을 했다. 한 위원장의 모습은 뉴스를 타면서 화제가 됐다.
이어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댕쇼' 논란을 제기하면서 관심이 증폭됐다. 민 의원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왜 옷은 멀쩡한데 얼굴에만 검댕이 묻었을까”라며 “누군가 양손으로 볼에 묻히고 콧등에도 한 점 찍은 듯 인공의 흔적까지 담았다. 이런 일을 여러 번 해본 분들에 따르면 옷보다 얼굴에 먼저 연탄 검댕이 묻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꼬집었다. 한 위원장 얼굴에 묻었던 검댕이 인위적인 연출이라는 주장이었다.
민 의원은 “가끔 짓궂은 장난의 대상이 되거나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만지는 경우는 예외지만, 대개 이런 행사에 참여하면 검댕이 얼굴에 묻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서 저런 경우가 흔치 않다”며 “설을 앞둔 시점에 동료시민 돕는 '연탄 나르기'마저 정치적 쇼를 위한 장식으로 이용한 건 아니겠지”라고 했다.
민 의원 주장에 야당 지지층이 호응하면서 이슈가 됐고, 현장 영상에서 장난식으로 한 위원장 얼굴에 검댕을 묻히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사실 공방으로 이어졌다.
현장 영상을 보면 기념 촬영을 하면서 허기복 연탄은행 전국협의회장이 장난치는 듯 한 위원장 콧등에 검댕을 묻히는 장면이 나온다. 이어 주변에서 한 위원장 얼굴에 다시 검댕을 묻히는 장면에서 한 위원장이 “일부러 안 묻혀도 된다”라고 말하는 장면도 나온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1일 논평을 통해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한동훈 위원장의 연탄봉사를 폄하하려고 '일하는 티'라는 둥 왜곡하고 조롱하기까지 했다. 하다하다 '연탄 정치쇼'까지 등장했다”고 했다. 박 대변인은 “답답할 노릇입니다. 당시 봉사활동 현장 영상을 조금이라도 찾아봤더라면 거짓 가득한 일방적 비난을 버젓이 SNS에 올리진 못했을 것이다. 이제라도 진실을 알았다면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현장 영상은 장난식으로 검댕을 얼굴에 칠하긴 했지만 한 위원장이 “일부러 안 묻혀도 된다”고 말했던 만큼 인위적인 연출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반면 야권 지지층은 해당 장면이 인위적 연출에 해당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위원장 봉사활동 보도→민형배 의원 페이스북 인용 보도→현장 영상 확인 보도로 이어지고 국민의힘이 논평을 내놓으면서 정점을 찍었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3일 동안 '한동훈 연탄 검댕'이 설 연휴 이슈로 떠오른 이유다.
본질은 정치인들이 설과 같은 명절이 되면 '가난'에 도움을 주는 서민 친화적 이미지를 확산시키기 위해 연탄 나르기와 같은 봉사활동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연탄 검댕과 같은 정치권 공방은 정치권의 '가난 활용법'에 대한 고민을 은폐시킨다.
한동훈 위원장이 봉사활동을 했던 백사마을을 다음날 찾은 오마이뉴스는 주민의 목소리를 들었는데 이 중 “마을이(정치인 방문으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가난을) 파는 것처럼 보여요”라는 말은 핵심을 간파한 말이다.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한 주민은 “평소에는 정치인들이 서민들에게 무관심하고 이야기도 들어주지 않다가, 명절이나 선거 직전 달동네나 재래시장에 들르는 건 생색내기로 보인다. 살기 좋은 마을인데 언론 보도를 통해 마을이 가난하게만 보도되는 것이 싫다”고 말했다.
얼굴에 무엇이 묻었는지 중요한게 아니다. 달동네 주민은 왜 명절과 같은 때만 정치인들의 '조연'으로만 머물러야만 하는 현실에 대한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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