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김민재 조종하는 다이어라니...뮌헨, 레버쿠젠에 0-3 완패 → 리그 우승 불씨 꺼졌다
[스포티비뉴스=장하준 기자] 최악의 밤이 되고 말았다. 아시안컵에서 돌아온 김민재는 이날 처음으로 에릭 다이어와 호흡을 맞췄다. 그리고 다이어는 경기 내내 김민재에게 수비적인 지시를 했다. 축구통계매체 '소파 스코어'에 따르면 다이어는 이날 무려 17회의 턴 오버를 기록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11일(한국시간) 독일 레버쿠젠 바이아레나에서 열린 2023-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1라운드에서 바이어 04 레버쿠젠에 0-3으로 패했다. 뮌헨 입장에서는 이번 경기 승리가 절실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분데스리가 2위 뮌헨은 승점 2점 차이로 레버쿠젠을 추격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경기에 승리했다면 리그 선두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0-3 대패를 당하며 계획이 무너졌다. 두 팀의 승점 차이는 5점으로 벌어졌다. 레버쿠젠은 현재까지 유럽 5대 리그에서 유일하게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는 팀이다. 분데스리가 20경기에서 16승 4무를 거두며 역사상 첫 1부 리그 우승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반면 뮌헨은 지난 시즌을 포함해 분데스리가 11연속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독일 내에서 최강팀으로 꼽히고 있다. 비록 지난 시즌 도중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고, 후임으로 급히 토마스 투헬 감독이 들어오는 등 복잡한 상황이 있었다. 여기에 더해 마지막 라운드에서 FC쾰른에 승리를 거뒀고, 선두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마인츠 05에 패하며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이처럼 뮌헨은 독일에서 가장 우승 트로피에 가까이 있는 팀이었다. 그렇기에 뮌헨 팬들은 우승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이날 홈팀 레버쿠젠의 사비 알론소 감독은 3-4-2-1을 꺼내 들었다. 최전방에는 아민 아들 리가 섰으며, 2선에는 네이선 텔러와 플로리안 비르츠가 선택을 받았다. 중원은 요시프 스타니시치와 그라니트 자카, 로베르트 안드리히, 알렉스 그리말도가 선발 출전했다. 백3는 에드몽 탑소바, 요나탄 타, 피에로 인카피에로 구성됐다. 골키퍼 장갑은 루카시 흐라데키가 꼈다.
원정팀 뮌헨 역시 3-4-2-1로 맞섰다. 최전방에는 해리 케인이 섰으며, 자말 무시알라와 르로이 자네가 2선을 구축했다. 중원은 사샤 보이와 레온 고레츠카, 알렉산드르 파블로비치, 누사이르 마즈라위가 책임졌고, 백3는 김민재와 에릭 다이어, 다요 우파메카노로 구성됐다. 골키퍼 장갑은 마누엘 노이어가 꼈다.
오랜만에 김민재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김민재는 지난 1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리고 곧바로 아시아축구연맹(AFC)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 참가했다. 김민재는 대회 내내 한국의 후방을 든든히 지켰지만, 4강에서 요르단의 벽을 넘지 못하며 탈락했다. 공교롭게도 김민재는 지난달 15일에 있었던 바레인전에서 경고를 받았고, 이어진 호주와 8강전에서 다시 경고를 받으며 요르단전에 경고 누적으로 결장했다. 김영권과 정승현이 중앙 수비 라인을 구축해 김민재의 공백을 메우려 했었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 요르단에 0-2로 패한 한국은 4강에서 짐을 쌌다. 그리고 김민재는 빠르게 뮌헨에 복귀해 우승 경쟁에 힘을 보탰다.
경기 전 토마스 투헬 감독은 김민재의 선발 출전을 예고했다. 투헬 감독은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김민재와 조슈아 키미히, 우파메카노가 훈련에 복귀했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면, 그들은 모두 원정 경기 명단에 포함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김민재가 복귀하기 전, 키미히와 우파메카노는 각각 어깨와 햄스트링을 다치며 결장했었다. 이러한 이유로 뮌헨은 김민재가 없는 사이 주로 마티아스 더 리흐트와 다이어를 세워야 했다. 뮌헨은 일단 이 조합으로 아우쿠스부르크와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를 상대로 2연승을 거두며 승점 3점을 따냈다.
그리고 김민재는 이날 다이어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그런데 다이어가 백3의 중앙에 위치하며 김민재에게 많은 지시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다이어는 경기 내내 손가락으로 김민재에게 수비 지시를 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불안함을 노출했다.
최근 기세도 좋았고, 김민재도 복귀한 뮌헨이었지만 레버쿠젠은 절대 쉽지 않은 상대였다. 알론소 감독은 투헬 감독을 한 수 가르쳤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뮌헨에서 레버쿠젠으로 임대를 떠난 스타니시치가 선제골의 주인공이 됐다. 전반 18분 안드리히가 왼쪽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이 볼은 뮌헨 수비진 모두를 지나쳐 오른쪽에 있던 스타니시치에게 연결됐다. 스타니시치는 가볍게 볼을 차 넣으며 골망을 갈랐다. 스타니시치는 곧바로 셀레브레이션을 하지 않으며 친정팀에 대한 예우를 표했다.
뮌헨 입장에서는 아쉬운 실점이었다. 실점 직전 김민재는 보이에게 스타니시치의 위치를 체크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보이가 이 지시에 따르지 않았고, 결국 스타니시치를 놓치며 실점으로 이어졌다.
레버쿠젠이 기세를 잡았다. 23분에는 인카피에가 침투 패스를 시도했고, 텔러가 이를 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하지만 이를 노이어가 잘 막아냈다. 이어진 세컨드 볼을 비르츠가 슈팅했지만, 뮌헨의 육탄 수비에 가로 막혔다. 다음 상황에서 나온 코너킥에선 타가 그리말도의 킥을 받아 헤더 슈팅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노이어에게 막히며 레버쿠젠은 아쉬움을 삼켰다.
뮌헨이 반격을 시도했다. 27분 마즈라위가 파블로비치의 패스를 받아 왼발 슈팅을 시도했지만, 흐라데키가 이를 잘 막아냈다. 전반 종료 직전에 양 팀은 한 번씩 슈팅을 주고 받았다. 안카피에가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지만, 이 볼은 골문 위로 떴다. 43분에는 마즈라위의 패스를 받은 자네가 슈팅했지만, 이 슈팅 역시 위로 떴다. 결국 두 팀의 전반전은 레버쿠젠이 1-0 리드를 잡은 채 마무리됐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레버쿠젠이 완벽히 기세를 잡았다. 후반 5분 그리말도의 패스를 받은 텔러가 박스 안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뮌헨의 골망을 갈랐다.
분위기를 탄 레버쿠젠은 계속해서 뮌헨을 몰아 붙였다. 14분에는 텔러가 김민재를 앞에 두고 슈팅을 시도했다. 이를 노이어가 막아내며 추가 실점 위기를 넘겼다. 곧바로 뮌헨은 변화를 꾀했다. 파블로비치와 우파메카노 대신 토마스 뮐러와 요주아 키미히를 투입하며 경기의 흐름을 바꾸고자 했다.
교체 직후 효과가 나오는 듯 했다. 17분 고레츠카 박스 안에서 자네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받아 헤더로 연결했다. 하지만 이 슈팅은 수비진에 걸렸다. 8분 뒤에는 마즈라위가 무시알라에게 패스했고, 무시알라는 곧바로 오른발 슈팅을 때렸다. 그러나 이마저도 레버쿠젠 수비에 가로막혔다.
그리고 경기 종료 직전 뮌헨은 총공세를 위해 노이어까지 공격에 가담했다. 하지만 이 상황이 오히려 역습으로 이어졌고, 제레미 프림퐁이 빈 골대에 볼을 차 넣으며 3-0을 완성했다. 이렇게 경기는 레버쿠젠의 승리로 끝났다.
축구 팬들은 이날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에릭 다이어를 꼽았다. 올겨울 토트넘 홋스퍼를 떠나 뮌헨에 합류한 다이어는 이날 김민재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그런데 경기 내내 손가락으로 김민재에게 지시를 내린 것이다. 다이어는 이날 백3의 중심으로 선발 출전했다. 최후방에서 경기장을 넓게 바라보며 지시를 내려야 하는 역할인 것은 맞다. 하지만 다이어가 뮌헨에 합류하기 전, 토트넘에서의 모습을 고려했을 때 김민재에게 지시할 만한 실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다이어는 이날 불안함을 자주 노출하기도 했다.
뮌헨이 다이어를 영입한다는 소식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투헬 감독은 센터백뿐만 아니라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까지 소화할 수 있는 다이어 영입을 선호했다. 여기에 더해 김민재가 아시안컵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김민재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다이어 영입 후 크리스토프 프로인트 뮌헨 디렉터는 “다이어와 계약할 수 있어 기쁘다. 이번 이적 시장에서 우리의 계획에 있던 선수이며, 다이어는 앞으로 우리 팀 수비진에서 필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밝혔다. 이어서 “다이어의 기량과 경험은 우리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투헬 감독 역시 “다이어는 센터백 전문가다. 우린 다이어를 센터백으로 보고 있으며, 오른쪽이나 왼쪽뿐만 아니라 백3에서도 뛸 수 있다. 몇 년 전에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기도 했다”라며 다이어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다이어는 포르투갈의 스포르팅 리스본에서 프로 데뷔했다. 유스팀을 거쳐 2012년부터 1군 무대에 진입했다. 이후 2014년 토트넘에 입단했다. 입단 초반에는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그리고 조세 무리뉴 감독의 지시를 받아 센터백으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2018-19시즌을 제외하고 모든 시즌에 30경기 이상을 소화하며 주전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 역시 다이어를 적극 기용했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부름도 받았다. 매 경기 잉글랜드의 주전으로 활약했다. 토트넘이 계속해서 감독을 교체하는 사이에도 꾸준히 입지를 넓혔다.
하지만 점차 불안함을 노출하기 시작했다. 다이어는 주로 후방에서 수비진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판단력과 민첩성 등이 떨어지며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약점이 도드라졌다.
그리고 토트넘은 지난 시즌 63개의 실점을 허용했다. 프리미어리그 팀 중 최다 실점 6위에 올랐으며, 리그는 8위로 마무리했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티켓은커녕, 유럽축구연맹 유로파컨퍼런스리그(UECL) 티켓도 획득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다이어는 계속해서 실책을 저지르며 실점의 빌미를 자주 제공했다.
이후 이번 시즌을 앞두고 토트넘에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부임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다이어를 프리 시즌 동안 관찰했지만, 결국 다이어를 전력 외 자원으로 분류했고 대신 볼프스부르크에서 데려온 미키 반 더 벤은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그 결과 토트넘은 다이어가 없는 사이 시즌 초반 리그 10경기에서 8승 2무로 무패 행진을 달렸다.
하지만 작년 11월에 있었던 첼시전에서 반 더 벤이 부상을 당하고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다이렉트 퇴장으로 3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자연스레 다이어는 다시 모습을 드러냈지만, 토트넘은 첼시전을 포함해 리그 5경기 무승 행진에 빠졌다. 결국 다이어는 다시 외면을 받으며 이적설을 낳기도 했다. 무리뉴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AS로마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종 행선지는 뮌헨이었다.
뮌헨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합류한 김민재에게 휴식을 줘야 했다. 더 리흐트와 우파메카노가 번갈아 부상을 당하며 수비 라인이 계속해서 무너졌다. 김민재는 자연스레 공식전 15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하기도 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독일에서도 김민재의 혹사 논란이 제기됐다. 당시 독일 매체 ‘스포르트1은 "김민재의 체력 소모가 너무 크다. 지금의 경기력을 얼마나 유지할지 모르겠다"며 "바이에른 뮌헨은 중앙 수비를 볼 수 있는 선수가 3명밖에 없다. 이 포지션에서 선수층이 매우 얕다. 그런 가운데 김민재는 뮌헨 주전 중앙수비수로 유일하게 꾸준히 출전하는 선수다. 문제는 그의 체력이다. 곧 A매치 기간이지만, 한국 대표팀에 합류한 김민재는 또 경기를 뛰어야 한다. 쉴 시간이 없다. 뮌헨이 관리를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 놓인 뮌헨은 결국 다이어를 선택했다. 하지만 최근 흐름을 놓고 봤을 때, 김민재는 다이어에 비해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다. 당장 지난 시즌에는 나폴리 소속으로 강력한 신체 조건과 뛰어난 스피드, 놀라운 수비 지능을 활용해 나폴리의 33년 만의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을 이끌었다. 여기에 더해 리그 최우수 수비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김민재가 다이어와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국내 축구 팬들은 다이어가 김민재에게 수비적인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선수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뮌헨은 레버쿠젠에 0-3으로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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