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소개(犬)팅...‘개사돈’ 맺고 우리 댕댕이 짝 찾는다
지난달 10일 찾은 서울 성수동의 한 반려견 유치원. 다양한 종의 강아지들이 서로 몸을 비비거나, 꼬리를 마구 흔들어댔다. 껴안는 듯한 자세를 취하는 강아지도 있었다. 3살짜리 푸들 ‘꼼’과 함께 이곳을 찾은 문선우(29) 목적은 소개(犬)팅. 문씨는 “꼼이가 집에 혼자 있는 시간마다 분리불안 증세가 보인다”며 “시간이 날 때마다 다른 강아지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이 증세가 나아지길 바라며 다른 반려견들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찾아 왔다”고 했다.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반려동물이 외로움을 탈까 봐 반려동물 끼리 짝이나 친구를 맺어주는 프로그램이 견주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무리 생활을 하는 강아지의 본래 습성을 살려주기 위해, 애견카페 등이나 동네 친구들을 ‘주선’해 주는 자리를 찾아가는 것. 이런 것이 꼭 소개팅과도 비슷해 ‘소개(犬)팅’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상대방과 ‘개사돈’을 맺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자신의 반려견의 ‘견생(犬生)’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길 바라며 짝이나 친구를 찾아준다고 한다. 강아지 유치원에서 6년째 지점장으로 있는 양모(38)씨는 “강아지의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서 이곳을 찾는 견주들은 서로 반려견의 나이, 종과 성별은 물론 ‘성수동 애견모임’ 같은 것을 꾸려 강아지들 끼리 맺어주기도 한다”며 “강아지 입장에서 ‘견(犬)생’을 살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길 바라는 손님들이 찾는다”고 했다. 애견 카페를 주기적으로 찾는다는 한모(27)씨는 “11살 말티푸종인 ‘땅콩’이가 애견 카페에서 친구들을 찾고,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할 수 있도록 강아지들이 많은 장소를 찾게 된다”고 했다.
반려동물을 위한 소개팅 앱까지 나오기도 한다. 반려동물을 위한 소개팅을 주선해 준다는 한 앱은 “반려동물의 사회화 교육은 스트레스 대처 능력을 키워주고 이로 인해 공격성을 줄여준다”며 “반려동물은 특히 동물들 끼리 만날 때 사회성이 가장 발달되는데, 꼭 다른 동물 친구를 만나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인기를 끄는 연애 예능 프로그램의 제목을 빌려 ‘개(犬)는 솔로’ ‘멍트 시그널’ 등 강아지끼리 친구나 짝을 맺어주는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무리생활을 하는 강아지의 습성을 살려주고, 다양한 환경에 노출돼 강아지 교육에 긍정적이다”고 한다. 동물복지연구소 이혜원 수의사는 “강아지는 무리 생활을 하며 놀이 행동을 하고 뛰어노는 것이 기본적인 습성이라 성향이 잘 맞으면 강아지의 사회화에 도움이 된다”며 “다만 강아지들도 사람처럼 내향적인 성격도 있고, 다른 강아지로부터 ‘트라우마’ 등이 있는 경우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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