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을 속였다...무너진 토요타의 품질경영

이태성 기자 2024. 2. 1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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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토요타 게이트①-자회사 스캔들에서 토요타 뿌리로 번진 품질 부정
[편집자주] 글로벌 자동차 판매 1위 기업 토요타가 품질 조작 이슈에 휩싸였다. 자회사로부터 번진 이 스캔들이 토요타그룹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도 토요타는 글로벌 1위라는 위치를 수성할 수 있을지, 현대차그룹은 이번 일을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 등을 짚어본다.

(뉴욕시티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 2023년 4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개최된 뉴욕 국제자동차쇼의 토요타 부스에 설치된 로고. 2023.4.5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1123만3039대. 지난해 토요타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한 차량의 숫자다. 2위인 폭스바겐과 약 200만대, 3위 현대차·기아와는 400만대 차이가 날 정도로 압도적인 판매량이다. 토요타가 생산한 자동차는 '품질이 좋다' '고장이 나지 않는다'는 믿음이 가져다 준 결과다. 토요타그룹을 지탱해온 이 믿음이 서서히 부서지고 있다. '품질경영'이라는 토요타 신화는 장기간에 걸친 인증 조작 사태가 드러나며 빛을 잃었다.

토요타의 품질 인증 스캔들은 토요타의 자회사 다이하쓰 직원의 내부고발로부터 비롯됐다. 지난해 4월 다이하쓰에서 충돌 안전 시험에 조작이 있었다는 고발을 접수한 일본 규제기관이 안전도 테스트 차량에서 일부 부품을 임의로 조정한 사실을 확인했다. 차량 안전도 테스트 차량과 판매용 차량을 다르게 만든 것이다. 일본 판매용 하이브리드카 등 총 6개 차종의 품질인증을 부정하게 취득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다이하쓰는 일본 내 경차 점유율이 33%에 달하는 회사다. 사태가 간단하지 않다고 판단한 다이하쓰와 일본 정부는 '제3자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추가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겠다고 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지난해 12월 위원회는 1989년부터 다이하쓰에서 에어백을 포함해 총 174건의 부정 인증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다이하쓰가 차량의 에어백이 제때 터지지 않자 타이머를 이용해 에어백이 터지는 시점을 조절해 인증을 받는 등의 수법을 썼다고 했다. 총 64개 차종에서 조작이 이뤄졌고, 여기에는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제조된 도요타의 '프로박스', '루미' 등 도요타의 22개 차종, 스바루 9개 차종, 마쓰다 2개 차종도 포함됐다.

35년간 이뤄진 부정행위에 대해 토요타의 입장은 "다이하쓰의 인증업무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깊게 반성한다"는 것이었다. 토요타의 관리 책임은 인정했지만 다이하쓰에서 일어난 비리라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토요타자동직기에서 비슷한 사건이 불거지며 토요타는 직접적인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토요타자동직기는 1934년 승용차용 엔진을 개발한 회사다. 여기서 1937년 자동차 부분이 분리돼 현재의 토요타자동차가 됐다. 사실상 토요타그룹의 뿌리다. 토요타자동직기는 2020년부터 디젤 엔진 생산 과정에서 품질 인증 시험 중 부정을 저질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엔진의 출력 시험 시 연료 분사량을 조절해 성능이 더 좋아 보이도록 데이터를 조작했다. 토요타에 납품하는 자동차용 디젤 엔진 인증 시험에서도 부정이 있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토요타는 해당 엔진이 장착된 랜드크루저 등 10개 차종에 대한 출하를 멈추고, 일본 내 4개 공장 6개 생산라인의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지난달 30일 나고야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회사 차원의 책임을 인정했다. 아키오 회장은 "제조를 통해 사회에 공헌한다는 창업의 원점을 잊고 있었다"며 "고객을 불편하게 하고 심려를 끼친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일본 현지 언론은 자회사에서 발생한 부정이 토요타의 개발 기간 단축 압박 탓에 일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토요타의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공장 가동 중단에 판매량 감소, 대규모 리콜이 기다리고 있어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조단위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폭스바겐은 디젤 게이트 이후 1070만대에 이르는 리콜 비용으로 10조원 이상을 지출해야 했다.

무엇보다 금이 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쉽지 않다. 훼손된 브랜드 가치를 복구하는 데 몇 년이 걸릴 지 모른다. 추가 조사로 어떤 문제가 더 발견될지도 알수 없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토요타는 품질 인증을 속이는 범죄를 저질렀고 이는 신뢰성 측면에서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며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니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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