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고 스러진 6개의 당명, 이준석이 ‘개혁신당’ 사수한 이유

김혜선 2024. 2. 1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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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 새로운선택, 원칙과상식 등 4개의 정치세력이 4월 총선을 위해 통합하기로 합의했다.

원칙과상식 소속 이원욱 의원은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 입장에서는 이전에 원칙과상식과 통합 과정에서 당명 '개혁미래당'에 대한 당원들의 반발이 심했다"며 "그래서 새로운미래 측에서 (개혁신당으로) 당명을 결정하는데 굉장히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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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둔 제3지대서 등장한 당명 6개
‘빅텐트’ 설립까지 당명 두고 첨예한 대립
살아남은 ‘개혁신당’…“보수·진보 이념 아닌 개혁”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지난 9일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 새로운선택, 원칙과상식 등 4개의 정치세력이 4월 총선을 위해 통합하기로 합의했다. 통합 당의 이름은 이준석 대표가 이끌던 ‘개혁신당’이다. 설날을 앞둔 깜짝 발표였지만, 통합 발표 직전까지 여러 차례 합의문 공개가 미뤄지는 등 진통을 겪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가장 논쟁적이었던 부분은 ‘당명’이었다. 김용남 개혁신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통합 발표 후 “막판에 기자회견이 늦춰진 것은 당명 결정 때문”이라고 했다. 원칙과상식 소속 이원욱 의원은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 입장에서는 이전에 원칙과상식과 통합 과정에서 당명 ‘개혁미래당’에 대한 당원들의 반발이 심했다”며 “그래서 새로운미래 측에서 (개혁신당으로) 당명을 결정하는데 굉장히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원칙과상식 조응천 의원, 새로운선택 금태섭 공동대표 등이 9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설 귀성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명은 정체성

통합을 위해 모인 각 당이 ‘당명’을 놓고 첨예한 대립을 벌인 것은 당명이 바로 정체성을 뜻하기 때문이다. 선거철 유권자에 한 표를 호소하기 위해서는 짧은 시간에 당이 담은 가치와 방향성을 보여줘야 한다. 당명에 어떤 정체성이 담기느냐에 따라 유권자의 선택도 갈린다.

당명의 정체성이 가장 뚜렷이 드러났던 사례는 지난 18대 총선에서 등장한 ‘친박연대’다. 당시 친박계 인사였던 서청원 등 의원들은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하자 탈당하고 친박연대를 결성했고, “살아서 박근혜 대표에게 돌아가게 해 달라”는 이들의 호소는 유권자들에 제대로 먹혔다. 친박연대는 지역구 6석, 비례대표 8석을 얻는 성과를 냈다.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당명은 순식간에 잊힌다. 22대 총선에서 일주일 만에 사라진 당명 ‘개혁미래당’은 이낙연 대표의 정체성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해 일주일 만에 사라졌다. 지난달 28일 새로운미래와 원칙과상식이 통합 과정에서 신당 이름으로 개혁미래당을 발표하자 당내에서는 “당의 정체성이 함축돼 들어가야 할 당명을 정치공학으로 결정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준석 대표는 “무임승차는 지하철이든, 당명이든 곤란하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당명은 지난 4일 창당대회에서 ‘새로운미래’로 결정됐다.

당명은 정치인 자신의 정체성으로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개혁신당과 통합한 양향자 의원도 자신이 창당한 ‘한국의희망’ 당명에 대한 애착이 크다. 양 의원은 합당 조건으로 한국의희망을 총선 후에 당명으로 바꾼자는 것을 내걸었다. 조응천·이원욱·김종민 의원이 주축이 된 ‘미래대연합’은 새로운미래에 합류하며 사라졌고, 불참을 선언한 조응천·이원욱 의원은 민주당 의원모임 이름이었던 ‘원칙과상식’으로 이어 활동했다. 이후 이원욱 의원은 원칙과상식이 김종민 의원이 만든 이름이었다는 것을 밝히며 “쓸만한 이름이 없어 허락을 받지 않고 사용 중이다”고 이름 사용에 대한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원칙과상식 이원욱 의원, 새로운선택 금태섭 공동대표, 개혁신당 김용남 정책위의장, 새로운미래 김종민 공동대표가 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새로운선택, 원칙과상식 등 제3지대 4개 세력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통합신당(가칭) 합당 방안에 합의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총선에서 제3지대 빅텐트의 공식 명칭은 ‘개혁신당’으로 최종 결정됐다. 이준석 대표는 MBN 인터뷰에서 “제3지대가 단순히 ‘보수, 진보, 중도’의 이념적 스펙트럼 경쟁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개혁이냐 아니냐’의 경쟁을 할 수 있는 판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인식이 합당 주체 간에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도 개혁신당의 가치 지향에 대해 “사회개혁에 대해 할 말을 하는 모습의 당으로 계속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협상 테이블에서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다만 각 정치세력들의 당명 논쟁에 지난 4일 새로운미래 창당대회에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가 던진 말이 의미심장하다.

“미래대연합, 새로운미래, 개혁신당, 한국의희망, 개혁미래당, 그리고 저희 새로운선택까지. 이제 6개의 정당이 등장했습니다. 밖에선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여러분, 당명이 대표를 누구 하는지가 어느 쪽이 최고위원 몇 명 하는지가 그렇게 중요합니까. 우리에게 진짜 중요한 것은 기존 양당체제를 깨고 제3지대가 힘을 모아서 정치의 새로운 전망을 열어가는 것 아닙니까?”

김혜선 (hyese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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