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보다 3.5살 어린데...트럼프, ‘고령 논란’ 피한 비결
헤일리, ‘고령 공세’... “동물 이름 맞추기’' 시험지 배포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2기 집권을 노리는 조 바이든(82)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78) 전 대통령은 모두 75세를 훌쩍 넘긴 고령 주자다. 모두 크고 작은 말실수로 구설에 올랐지만, 바이든을 둘러싼 우려가 유독 심하다. NYT와 시에나 칼리지가 최근 격전지인 6개 주(州)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대통령이 되기에 너무 늙었다(too old to be president)’고 답변한 유권자 비율은 바이든 대통령은 70%에 이른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비율이 39%에 그쳤다. 둘의 나이 차이는 3년 7개월에 불과하다. 바이든은 1942년 11월생, 트럼프는 1946년 6월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외모와 화법, 행동의 차이가 유권자들의 엇갈린 인식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NYT는 먼저 신체적 차이를 꼽았다. 바이든은 더 쉰 듯한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머리카락은 더 가늘어지고 하얗게 변했다. 자전거를 타다 넘어지거나 모래주머니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모습은 4년 전 대선 후보 당시보다 허약해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트럼프는 바이든과 달리 머리를 자주 염색한다. 행사 무대에 오를 때마다 오프닝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마초적’ 수사로 가득 찬 연설을 한 시간 이상씩 이어갈 정도로 체력도 좋다고 NYT는 전했다. 키 190㎝의 큰 체구도 건장함으로 비춰지는 대목이다. 리더십 전문 강연자인 캐롤 킨제이 고먼은 “트럼프도 조 바이든만큼 실수를 많이 하지만, 허세를 부리면서 실수를 하기 때문에 노쇠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열정처럼 보인다”고 NYT에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트럼프가 실수를 저질렀을 때 그냥 넘어가고 (바이든과 달리) ‘아, 나이를 먹었구나’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여러 차례 말실수로 입방아에 올랐던 바이든은 최근에도 그의 ‘기억력 쇠퇴’를 거론한 특검 보고서로 체면을 구겼다. 바이든의 부통령 재임 시절 기밀 문건 유출 의혹을 수사해온 로버트 허 특검은 8일 공개한 수사 보고서에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불기소 방침을 밝혔다. 그러면서 특검은 바이든 대통령을 기소해 재판하더라도 배심원들이 바이든이 의도적으로 법을 어겼다기보다 실수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바이든이 배심원들에게 자신을 “측은하고 선의를 가졌지만, 기억력이 나쁜 노인”으로 묘사할 수 있고, 배심원단이 그런 주장에 동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검은 “80을 훌쩍 넘겼을 전직 대통령”에게 유죄를 선고하라고 배심원들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 조사에서도 이런 모습이 연출됐다고 특검은 밝혔다. 특검은 바이든이 자신의 부통령 재직 기간을 기억하지 못했고, 장남 보가 몇 년도에 죽었는지 떠올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2009∼2017년 부통령을 지냈고, 장남은 2015년에 사망했다. 특검의 이날 발표를 두고 미국의 정치매체 ‘더힐’은 “트럼프의 선거 운동에 준 선물 같아 보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슈퍼팩(특별정치활동위원회)은 성명을 내고 “재판받기에 너무 늙었다면 대통령이 되기에도 너무 늙었다”고 했다.
바이든이 이날 저녁 연 긴급 기자회견은 바이든의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그는 “내 기억력은 나빠지지 않았다. 내 기억력은 좋다(fine). 나는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최적격 인물”이라고 말했다. 또 자신을 ‘기억력이 나쁜 노인’이라고 평가한 특검에 대해 “나는 노인이며,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지(what the hell I’m doing) 알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위기 상황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면서 터졌다. 바이든은 “멕시코의 대통령 엘시시는 인도주의적 물자가 들어가는 문을 열고 싶어하지 않았다. 나는 그와 대화했고 문을 열도록 그를 설득했다”고 말했는데,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멕시코 대통령으로 잘못 언급한 것이다. 하루 전인 7일 바이든은 뉴욕에서 열린 한 모금 행사에서 2021년 G7(7국) 정상회의를 회고하면서 당시 이 회의에 참석한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를 2017년 별세한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와 혼동하기도 했다.
‘기억력 쇠퇴’ 특검 보고서와 이후 바이든의 기자회견으로 대선 주자 고령 논란이 재점화하자, 공화당 경선 후보인 니키 헤일리(52)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80대 후보를 (경선에서) 떨어트리는 당이 대선을 이길 것”이라며 공세에 나섰다.
평소 75세 이상 정치인에 대해서는 정신 능력 감정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헤일리는 10일 사우스캐롤라이나 뉴베리에서 진행한 유세에서 “우리는 특검이 기억력이 감퇴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상대하고 있다”라며 바이든의 ‘기억력 쇠퇴’를 적은 특검 보고서를 언급했다. 헤일리 캠프는 이날 유세에서 뱀, 코끼리, 악어 등의 그림을 보고 동물 이름 말하기, 실선으로 그려진 의자 그림을 그대로 따라 그리기, 숫자와 알파벳을 상향식으로 교차해 선으로 잇기 등의 문항이 담긴 정신능력감정 시험지를 배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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