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공화국②] "내 말이 옳다" 확증편향·극단주의 부추기는 알고리즘
'튀어야 돈번다' 유튜버 수익구조, 혐오·극단주의 확산에 한몫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에서 사용된 흉기는 칼이 아닌 나무젓가락이다. 자작극이 의심된다." 여야 모두 유감을 표명하고, 경찰이 사실관계를 밝혔음에도, 유튜브에서는 허위정보와 선동 영상을 퍼 나르며 음모론에 불을 지폈다.
서이초등학교 사건 당시엔 "3선 의원 손녀의 학부모가 숨진 교사를 괴롭혔다"는 허위정보가 퍼졌고, 이를 경찰이 사실무근임을 밝혔음에도 해당 의원에 대한 비난 댓글은 끊이지 않았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만든 폐단의 대표적인 사례다. 사람들이 '확증 편향'에 빠져 올바른 판단이 어려워진 것이다.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 찾아보고, 반대되는 견해를 거부하다 보니 사회를 양극화 상태로 치닫게 한다.
유튜브 알고리즘 사용자의 시청 기록, 좋아요, 싫어요, 검색 기록 등을 분석해 계속해서 관심을 가질 만한 영상을 추천한다. 이렇게 자신의 성향에 맞춰 필터링된 정보만을 접하게 되는 현상을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고 한다.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 자체가 '필터 버블'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다.
유튜브가 추천해주는 채널들을 보다 보면 어느덧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사고와 생각을 한다고 믿게 된다. 이는 고정관념과 편견을 키우고 사회적 극단주의가 판을 치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 필터 버블 관련 조사' 결과, 자신과 반대되는 정치적 견해와 정보에 대한 거부감이 늘어나는 추이를 보였다.
전체 응답자 중 균형적인 차원에서 반대되는 정보나 뉴스를 찾아본다는 비율이 2021년 25.8%에서 2023년 17.8%로 감소했다. 일부러 다른 정치 성향의 유튜브 방송을 찾아보는 비율은 13.1%에 불과했다. 특히 자신의 정치적인 지식 수준이 높다고 응답한 진보 지지자들은 43.8%, 보수 지지자는 40%로 나타나 무당층 15.1%의 비율보다 약 3배 높았다.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발표한 '한국인의 유튜브 뉴스 이용과 확증편향성' 논문도 이를 뒷받침한다. 논문에 따르면 주요 진보·보수 유튜브 채널 3개씩 총 6개 채널을 선정해 시청자 123만8632명을 추적한 결과 확증편향적으로 한쪽 진영 안에서만 시청하는 이들은 22만9840명이었다. 양쪽 진영 모두를 시청하는 4만8951명보다 무려 5배 가량 많았다.
유권자들은 정확하고 균형 잡힌 판단을 위해 다양한 시각과 사실에 기반한 정보를 접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미 유튜브의 영향력은 기성 언론 매체의 뉴스 신뢰도 보다 막강해졌다. 지난해 10월 한국인들의 유튜브 사용시간은 1000억분을 넘어섰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발표한 유튜브 앱의 사용시간 변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튜브 앱 사용시간은 2020년 10월 671억분에서 2023년 10월 1044억분으로 3년 동안 약 1.6배 증가했다. 유튜브 사용시간은 카카오톡 사용시간 319억분보다 약 3배, 네이버 사용시간 222억분보다 약 5배 많았다.
유튜브의 수익배분 알고리즘도 사회적 혐오·극단주의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추천수·구독 수가 늘어날 수록 채널 노출빈도가 많아지고, 그래야 유튜버의 수익이 커진다. 상대방을 비방하는 자극적인 제목과 영상을 게시하는 이유다. 사람들의 확증편향이 곧 수익과 직결되는 구조다. 자극적인 영상으로 지지자들을 모은 후 자신의 후원 계좌를 공개해 수익을 창출하거나 조회수를 높여 광고 수익을 얻는다. 알고리즘을 통해 추천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주목을 받기 위해 자극적인 영상을 만드는 행위는 반복된다.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간한 '디지털뉴스 리포트 2020'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유튜브가 '가짜 정보로 가장 우려되는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유튜브는 31%로 1위를 차지했다.
홍숙영 한세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는 "자신의 성향에 맞는 정보만 접하는 사람은 편협한 사고를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는 AI나 알고리즘에 의해서 추천되는 정보만 찾게 되는 '필터 버블'에 갇혀서 살아가고 있다. 이런 것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다원주의가 필요하다. 미디어 활용 기술과 미디어를 해석하는 능력인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를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dong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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