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일에 日공연? K팝 '해외 투어' 규모 커졌지만···팬덤 불만도[허지영의 케잇슈]
돔부터 스타디움까지···규모·수익 늘어나
국내 팬덤에겐 '다른 나라 이야기' 보이콧 흐름도
요즘 가요계에는 무슨 이슈가 있을까? 가요 담당 허지영 기자가 친절하게 읽어드립니다.
2024년 새해를 맞아 많은 K팝 가수가 '해외 투어'를 선언했다. 아이유, 세븐틴, 엔하이픈, 있지, 에이티즈 등이 올해 상반기 대규모 월드 투어를 예정한 상황이다. 그러나 우후죽순 월드 투어길에 오르는 통에 정작 국내에서 인지도를 쌓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특히 국내 팬덤에서는 아이돌의 해외 성공이 그저 다른 나라의 이야기로 들릴 뿐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 돔 투어, 스타디움 투어...위상에 수익까지 = 엔데믹을 맞아 공연계가 회복되는 흐름을 따라 K팝 가수의 월드 투어도 급물살을 탔다. 일본 콘서트 프로모터즈협회(ACPC)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일본에서 진행된 K팝 가수의 콘서트 동원 관객 수는 275만 명으로, 하반기 공연을 고려할 시 연간 기준으로 2019년 기록인 356만 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K팝이 글로벌화되며 월드 투어의 수요도 증가했다. 지난해 빌보드가 발표한 '올해의 투어(The Year in Touring)' 조사에 따르면 매출 기준 전 세계 공연 시장에서 K팝 무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5.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과거 주로 일본 및 인도네시아 등지에 한정됐던 월드 투어는 북미·유럽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트와이스를 비롯해 트렌드지, 싸이커스 등 신인급 아이돌도 유럽 및 북미 월드 투어로 각지의 팬을 만나는 추세다. 인기 아이돌 에스파도 지난해 댈러스, 마이애미, 애틀랜타, 워싱턴 D.C., 시카고, 보스턴, 뉴욕 등 북미 8개 도시에서 티켓을 전석 매진시키며 북미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월드 투어는 해가 다르게 규모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블랙핑크가 월드 투어 '본 핑크'로 전 세계 34개국 64개 도시에서 180만 명의 관중을 동원하며 K팝 세계화에 앞장섰다.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 이름을 올린 보이그룹 에이티즈도 지난해부터 1년 2개월간 진행한 월드 투어 '더 펠로우십'을 통해 서울과 일본, 미주, 유럽, 남미, 아시아에서 총 40만 명의 팬을 만났다. 같은 해 트와이스는 전 세계 25개 도시 43회를 순회하는 다섯 번째 월드 투어를 통해 K팝 걸그룹으로서는 처음으로 북미 스타디움에 입성했다. '천만 앨범' 판매고를 올린 세븐틴은 일본 5대 돔 투어와 방콕·불라칸·마카오 스타디움 투어인 '팔로우'를 통해 무려 70만 명이 넘는 팬을 만났다.
월드 투어로 벌어들이는 수익도 만만치 않다. 빌보드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투어(공연) 매출 톱 100위 내에 든 K팝 그룹은 6개 팀으로 나타났다. K팝 그룹 중 가장 많이 벌어들인 그룹은 블랙핑크로, 지난해 월드 투어로 약 1900억원 수익을 창출했다. 이는 전 세계 투어 매출액 10위다. 이어 방탄소년단 슈가가 744억5840원, 트와이스가 706억7680만원,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610억2720만원, 세븐틴이 564억6320만원, 엔하이픈이 430억3200만원을 월드 투어로 벌어들였다. 데뷔 3년 이내 신인으로는 르세라핌이 약 103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선전했다.
◇ 국내 팬덤 서운함도...조화로운 활동 플랜 필요해 = K팝 아이돌에게 '해외 투어'는 중요한 스케줄이다.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고 무대 역량을 기를 수 있으며, 국내 활동보다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에 일부 K팝 그룹은 데뷔 후 곧바로 월드 투어 길에 오르거나, 월드 투어로 1년 이상의 국내 활동 공백기를 만들기도 한다. 국내 팬덤에서는 아쉬운 목소리와 함께 대중성과 인지도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일례로 세븐틴은 지난해 7월부터 약 6개월간 진행한 월드 투어 '팔로우'의 앙코르 투어인 '팔로우 어게인'을 오는 3월부터 개최한다.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시작해 오사카 얀마 스타디움, 가나가와 닛산 스타디움에서 각 2회씩 6회의 공연을 연다. 다만 국내 팬들은 지난해 미니 10집 'FML'을 발매한 지 두 달만에 월드 투어에 나서고, 같은 해 10월 미니 11집 '음악의 신'을 발매한 뒤 또다시 월드 투어에 나선다는 점에서 국내 활동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아울러 앙코르 투어가 일본에서는 4회 진행되는 데 비해 한국에서는 2회만 진행한다는 점, 세븐틴의 데뷔 일인 5월 30일에 일본에서 공연한다는 점을 들며 '한국 아이돌이 한국에 소원하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일부 국내 팬 사이에서는 '세븐틴 앙코르 공연 불매' 보이콧 흐름도 관측되는 상황이다.
보이그룹 에이티즈는 1년 2개월간의 월드 투어를 통해 탄탄한 해외 팬덤을 확보하고, 미국 '빌보드 200' 1위 및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 2위 등 눈부신 성적을 거뒀지만 여전히 국내 인지도는 해외에 비해 아쉽다는 평이 따라온다. 에이티즈 역시 이를 인정했다. 지난해 12월 발매된 정규 2집 '더 월드 에피소드 파이널 : 월' 기자간담회에서 멤버 홍중은 "에이티즈 하면 어쩔 수 없이 따라붙는 질문이다. 저희도 사실 진중하게 고민한 지점이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다만 "앞으로의 계획을 수정할 생각은 없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한 걸음 한 걸음 나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국내 인지도가 K팝 아티스트의 매우 중요한 성공 지표라고 할 수는 없다. 수익을 고려한다면 월드 투어는 필수 불가결한 활동이기도 하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K팝 아이돌이 해외 투어로 얻는 수익을 무시할 순 없지만, 국내 활동에 긴 공백기가 생길 시 여러모로 부담스러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신인이 월드 투어부터 나서게 되면 국내 인지도를 확보하기가 어려워진다"면서도 "최근 아이돌은 월드 투어로 얻는 해외 인지도도 중요하다. 기획사와 아티스트가 그룹 방향성을 어떻게 설계하는지에 따라 국내와 해외 인지도의 경중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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