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 채권 수익 114% 치솟자…'범죄와의 전쟁' 선포한 중남미
중남미 국가들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범죄 조직 소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치안 강화에 힘쓴 엘살바도르 국채 수익률이 100% 이상 급등하고, 살인율이 10년 전 대비 50분의 1로 급감하는 등의 성과가 나타나면서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국채 수익률은 지난 한 해 114% 올랐다. 개발도상국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초 8억달러(약 1조600억원)에 달하는 국채를 매입하고 지역 단기 채무를 연장하는 등의 노력이 받쳐준 덕분이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제통화기금(IMF)과 합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이달 초 엘살바도르 국채 수익률은 5% 이상 올랐다. 치안 정책도 성과를 보이며 사회가 안정될 조짐에 해외 투자자들은 엘살바도르를 더욱 주목하고 있다.
엘살바도르, 살인율 급감…부켈레 대통령 연임으로 이어져
엘살바도르의 치안은 지난 2년간 극적으로 안정됐다. 2022년 3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경찰이 영장이나 증거가 없어도 시민을 체포하거나 수색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면서부터다. 그 결과 살인율은 경이적인 수준으로 감소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부켈레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인 2018년과 비교해 엘살바도르 살인율은 현재까지 84% 가량 감소했다. 2015년 10만명 당 105.2건으로 전세계 최고 수준이던 엘살바도르 살인율은 지난해 2.4건으로 크게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살인율(2.6건)보다 낮은 수치다. 미국이나 멕시코로 망명하는 국민 수도 2010년대 초반에 비해 지난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디아리오엘살바도르는 보도했다.
급격히 줄어든 살인 범죄율은 대통령의 지지율로 이어졌다. 부켈레 대통령의 지지율은 90%에 이른다. 그는 인권 침해 논란, 폭력 조직과의 거래 의혹 등 끊이지 않는 논란에도 본인을 '세상에서 가장 쿨한 독재자'라고 부르며 대수롭지 않은 듯 반응하고 있다. 4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헌법상 연임 금지라는 조항을 깨고 대통령 선거에서 80% 이상을 득표하며 5년 임기를 연장했다.
엘살바도르 고위 관리들은 이같은 성과를 자축하는 분위기다. 구스타보 빌라토로 엘살바도르 법무부 장관은 인터뷰에서 "엘살바도르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이미 6억명이 넘는 라틴 아메리카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그들은 결국 통치자들에게 엘살바도르와 비슷한 일을 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남미 전역은 '범죄와의 전쟁'
빌라토로 장관의 예언대로 엘살바도르의 치안 정책은 중남미 전역으로 퍼지는 추세다. 지난해 하반기 페루 시장들은 대통령에게 먼저 치안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에게 엘살바도르 '부켈레 계획' 일부를 모방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헌법상의 권리를 유보하고 군대가 경찰이 맡던 일을 수행하도록 허용했다.
에콰도르는 '부켈레식 감옥'을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진하고 있다. 수감자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로 해상에는 배를 띄워 수상 감옥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에콰도르는 강력 범죄가 주변국에 비해 비교적 드물었던 평화로운 국가였으나 수년새 치안이 급격히 나빠지며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8월 유력 대선 후보였던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가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암살당하고, 지난 1월에는 방송국에 무장괴한 10명이 침입한 장면이 생중계 되기도 했다. 이에 올해 초 에콰도르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하지만 중남미에 불어닥친 '부켈레 붐'이 되려 민주주의가 약한 중남미 국가들을 독재로 이끌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남미 국가에서 민주주의가 빈곤·치안 등 각종 사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며 권위주의가 힘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남미 여론조사 기관 라티노바로메트로에 따르면, 지난해 남미에서 최소 13개국 국민 40% 이상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권위주의 정부 집권은 개의치 않는다'고 답했다.
타일러 마티아스 휴먼라이츠워치 연구원은 "엘살바도르 뿐만 아니라 중남미 전역에서 권위주의적 포퓰리즘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것이 늘어나는 폭력의 유일한 해결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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