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고난과 역경, 은퇴와 이적’ 하나원큐 김시온 두 번의 터닝포인트

최서진 2024. 2. 1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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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최서진 기자] 2014년 부산 BNK썸의 전신인 구리 KDB생명에 입단해 줄곧 한 팀에서 뛴 김시온은 2017~2018시즌 종료 후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1년간 휴식을 취한 뒤 돌아왔는데, 이 시기가 김시온의 선수생활 중 첫 번째 터닝포인트였다. 2023~2024시즌 개막을 앞둔 지난해 9월, 부천 하나원큐는 1라운드 지명권을 BNK에 양도하고 김시온을 영입했다. 김시온과 김정은이 합류한 하나원큐는 이전까지 붙었던 ‘꼴찌’라는 꼬리표를 떼고 4위에 오르는 반전 드라마를 쓰는 중이다. 마치 ‘계속 있었던 선수’처럼 하나원큐에서 잘 지내는 김시온은 두 번째 터닝포인트를 맞았다.(인터뷰는 1월 15일에 진행됐습니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2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적 후 하나원큐에서 생활은 어떤가요?
정말 너무 잘 지내고 있어요. 어색함이 전혀 없어요(웃음). 다들 여기서 한 몇 년 있던 사람 같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분위기가 좋은 것도 있고, 제가 애들한테도 장난도 많이 치고 언니들한테도 살갑게 구는 스타일이라서 어려움 없이 적응했어요.

친한 신지현 선수가 도와준 점도 있나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인데, 사실 왔을 때는 (신)지현이가 대표팀에 있어서 바로 못 만났어요. 지현이가 돌아왔을 때 제가 혼자서도 너무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지현이가 집순이라 밖에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가끔 밥 먹으러 나가서 놀고 그래요.

쉴 때는 주로 뭐하나요?
사람 많은 곳에 가요. 예를 들면 백화점 같은 곳에 가서 쇼핑하는 게 아니라 사람 구경하러 가요(웃음).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 보는 거예요. 숙소에 있을 때 가끔 무료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거든요. 근데 복작복작한 공간에 가 있으면 살아있음을 느껴요. 애니메이션도 좋아해요. 주술회전도 봤고, 원펀맨도 봤고, 진격의 거인이나 도쿄구울도 봤어요. 유명한 거는 다 본 것 같아요. (진격의 거인에 징그러운 장면도 많이 나오지 않나요?) 아 근데 그만큼 떡밥을 잘 회수하는 애니메이션도 없어요. 이외에도 스파이 패밀리, 최고의 아이도 봤죠. 최근에 가장 재밌게 본 건 약사의 혼잣말이에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쯤 되면 일본어를 좀 하겠는데요?
전혀 아니에요(웃음). ‘오네가이시마스(부탁합니다)’, ‘나후로도(과연, 역시)’ 정도가 다일 것 같은데요.

두 번째 터닝포인트
김시온이 WKBL에서 평균 20분 이상 출전한 건 BNK에서 뛴 지난 시즌이 처음이었지만, 식스맨이었고 출전 시간의 편차도 컸다. 그러나 이제 하나원큐 김시온은 주전이 됐다. 올 시즌 평균 27분 16초를 뛰며 5.1점 4.1리바운드 2.0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처음 주전으로 뛰는 탓에 순간 망설이는 등 어려움이 많지만, 포기하지 않고 나아간다.

이적 소식은 언제 접하게 됐나요?
한의원에 있었거든요. 박신자컵 마지막 경기 때 목을 살짝 다쳐서 침 맞고 있었어요. 근데 박정은 감독님께 전화가 왔죠. ‘전화가 올 리 없는데 한의원에 와서 연락을 주셨나?’라고 생각했어요. 박정은 감독님이 트레이드가 됐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얼떨떨했죠. 그리고 김도완 감독님께 전화가 왔어요. ‘이제 데리고 온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전에도 제게 관심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어요. 왔으니 잘해야 하는데 너무 못하고 있네요. 만나서는 가능성이나 능력을 보고 데리고 왔으니 하나원큐에서 농구하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다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BNK 선수들과 마지막 인사도 했나요?
사실 인사를 못했어요. 박신자컵 끝나고 휴가였거든요. 그래서 짐 챙기고 애들한테 따로 연락하고, 연락 오고 하면서 인사했어요. 그때는 아쉬웠죠. 근데 인사 못하고 온 게 오히려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너무 많이 울까 봐요(웃음). 웃으며 만나는 게 더 좋으니까. 시즌 시작하고 경기장에서 인사했죠.

하나원큐에 처음 왔을 때는 어땠나요?
재활하는 선수들도 많았고, 대표팀에 간 선수들도 있어서 저까지 한 6, 7명이 훈련을 했어요. 그렇게 적은 인원으로 훈련해본 것도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항상 10명 넘게 훈련하다가 적은 인원으로 하니까 죽겠는 거예요(웃음). 그래도 덕분에 금방 친해진 것도 있는 것 같아요.

하나원큐에 와서 하는 농구는 어땠나요?
BNK 때 하던 농구와 다른 농구라 좀 힘들었죠. 시즌 초반에는 되는 대로 해봤는데, 시즌을 거듭하며 동료들도 나름대로 밸런스를 잡아가면서 할 일을 찾아가니까 제가 공격을 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약간 멈칫하는 게 왔죠. 그래서 레이업도 몇 번 놓치고, 나 때문에 공격권 하나를 날리는구나 하면서 공격을 못 하게 되고 움츠러들기도 했죠.

BNK에서 뛰던 지난 시즌보다 출전 시간이 늘었잖아요.
지난 시즌 처음으로 20분(평균 21분 29초) 넘게 뛰었는데 스타일이 많이 달랐어요. 잘 되는 날은 한 30분 뛰었지만, 안 되는 날은 한 5분 뛰었죠. 근데 나름대로 체력 세이브가 됐었어요. 지금은 20분~30분 이상 뛰니까 올스타 휴식기 전에는 확실히 몸이 힘들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출전 시간 편차가 크면 오히려 힘들지 않나요?
박정은 감독님이 보고 되는 날, 안 되는 날을 판단해주셨어요. 그게 제게 맞기도 했고요. 안 되는 날 뛰면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잘 아니까요. BNK 때는 식스맨이었으니까 한번 안되면 거기에 너무 말렸어요. 지금은 득점 외에도 할 일이 많으니까, 잘 안되더라도 수비랑 리바운드 한다고 생각하면서 뛰고 있어요.

김도완 감독이 본인에게 원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이전까지 인영 언니랑 지현이 쪽으로 공격이 쏠리다 보니까 분산을 해서 팀 농구를 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하세요. 저는 아직 ‘이걸 내가 하면 욕심 아닐까, 무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주춤하는데, 감독님이 꼭 넣으라는 말이 아니라 시도를 자꾸 해보라고 하셔서 이번 올스타 휴식기 때 공격적으로 하려고 연습을 많이 했어요.

함께 뛰는 김정은 선수가 롤모델이라고 들었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다 같이 태릉선수촌에 가서 대회를 본 적이 있었어요. 사이드 쪽에 앉아서 봤는데, 그때 정은 언니랑 (이)경은 언니(신한은행)가 완전 신입이었을 거예요. 정은 언니를 딱 봤는데, 남자 선수들처럼 점프슛 빵빵 쏘고 1대1 하는데 정말 멋있다고 생각이 들었죠. 그 뒤로 등번호를 13번으로 했어요(웃음). 확실히 언니랑 같이 뛰면 든든해요. 해줄 때 딱 해주니까 편한 부분도 있죠. 같이 생활하면서 언니가 지금까지 인정받은 이유, 지금까지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확실하다고 느꼈어요. 자기 관리도 엄청나고, 마인드도 정말 좋거든요. 선수 이끄는 방법도 좋고요.

돌아보니 첫 번째 터닝포인트였다
2017~2018시즌 구리 KDB생명은 4승 31패라는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주얼 로이드는 부상으로 짐을 쌌고, 대체 외국선수였던 아이샤 서덜랜드도 위력적이지 않았다. 부상자도 속출했다. 이경은은 무릎 부상으로 단 12경기만 소화했고, 안혜지도 쇄골 부상을 입는 등 전력을 유지하지 못했다. 4승 31패, 너무 긴 암흑기 같았던 22연패. 가드진 줄부상에 부담감을 어깨에 메고 코트를 누빈 23살 김시온은 밀려오는 죄책감을 외면하기 어려웠다. 결국 유니폼을 고이 접어 서랍장에 넣고, 코트에서 등을 돌렸다. 1년간 농구가 없는 시간을 보낸 김시온은 문득 함께 뛰던 동료와 행복했던 순간이 생각났고 잊었던 농구에 대한 갈망이 밀려왔다. 그렇게 1년 만에 다시 코트로 돌아왔다.

2017~2018시즌 후 은퇴한 이유는 뭔가요?
그때는 농구가 너무 싫었어요. 코트에 나가기가 너무 싫은 거예요. 그때 KDB생명 시절인데, 아마 35경기 중에 4승 31패를 했을 거예요. 진 경기가 모두 저 때문인 것 같은 거예요. 가드들도 다 다쳤고요. 저밖에 가드가 없었다 보니 힘들었던 시기였어요.

쉰 기간은 어떻게 보냈나요?
한 달 반 정도 유럽 여행을 다녀왔어요.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등등 다녀왔는데 너무 좋았어요. 다시 가고 싶어요(웃음).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니까 풍경 구경을 많이 했어요. 그냥 걸어 다니는 길도 너무 예쁘고 다 새로우니까 너무 재밌었어요.

다시 코트로 돌아오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KDB생명 때 힘들기도 했지만, 애들이랑 정말 재밌었거든요. 그게 조금 그리웠던 것도 있고 ‘농구적으로 더 잘할 수 있을까?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쉬었던 게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만약 그때 안 그만뒀었더라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웃음).

지난 시즌 BNK가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는데, 어땠나요?
각자의 역할이 있었는데, 그 역할을 하니까 이기는 거예요. 그러면서 재밌기도 했고, 뛰면서 내가 이 팀에서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뛰었어요. (안)혜지랑 (이)소희에게 고마움도 크죠. 팀을 위해 많이 해줬잖아요. 인사이드에서 다른 동료들이 해줘서 빼주는 공을 받아 던지면 되기도 했고요.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죠.

하나원큐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일단 모든 팀을 한번 씩 이기는 게 목표예요. 전 구단 승리. 이보다 힘든 건 없거든요(웃음). 플레이오프 진출보다 더 어려울 수 있어요(웃음).

먼 훗날 은퇴할 때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나요?
하나를 잘했다기보다는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하는 선수. 부족함을 잘 메우는 선수였는데 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만약 팀이 정말 성대한 은퇴식을 열어주면 어떨 것 같아요?) 아 정말 안돼요. 말릴 거예요. 아니 제 은퇴식이지만 안 갈래요(웃음). 잔잔하게 은퇴하고 싶어요.

▼ 김시온 프로필
생년월일

1995년 5월 29일
신장/체중/포지션
175cm/67kg/가드
출신학교
상주중앙초-상주여중-상주여고
경력
2014~2018 구리 KDB생명
2019~2023 부산 BNK썸
2023~현재 부천 하나원큐

# 사진_문복주 기자,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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