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22% 감소했는데 사교육비 36% 급증..늘봄·교육특구로 잡을까

유효송 기자 2024. 2. 1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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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5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의학 대학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의대 입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7일 서울 시내의 한 입시 전문 학원에 의대 입시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뉴스1
교육당국이 올해 늘봄학교와 교육발전특구 등을 앞세워 공교육 강화와 사교육비 경감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국가의 돌봄 기능을 강화하고, 지방자치단체·기업 등과 손잡는 '큰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사교육의 정점인 대학입시가 변하지 않는 한 단편적인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는데다 의대 모집 정원이 확대되면서 입시 경쟁이 과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그동안 백약이 무효였던 사교육 문제를 잡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10년간 사교육비 36% 급증
학령인구는 줄어드는데 오히려 사교육 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매년 실시하는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도 이를 반영한다. 실제로 2015년에 17조8346억원으로 최저치를 기록한 사교육비는 코로나19 사태 첫 해인 2020년을 제외하고 2016년부터 꾸준히 증가해왔다. 특히 재작년 초·중·고교생의 사교육비 총액은 25조9538억원으로, 2007년 조사 직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 전 2012년(19조395억원)에 비해 36.3%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7.3%였는데, 이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특히 초등학생의 사교육비는 2012년 7조7554억원에서 2022년 11조9055억원으로 53.5% 급증했다. 이어 고등학교가 5조1679억원에서 7조832억원으로 34.8% 늘었고, 중학교는 15.8% 증가했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같은 기간 초·중·고학생 수는 672만1176명에서 527만5054명으로 21.5% 급감했다.

여기에 그동안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던 영유아 영역까지 합하면 전체 사교육비는 이보다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딸을 서울 한 사립초등학교에 입학시킨 A씨는 "같은 반 아이들 중 영어유치원(영유)에 다니지 않았던 학생은 딸과 다른 학생 단 2명뿐"이라며 "새학기에 친구들 사이에서 '넌 어디 나왔냐'고 묻는데 당연히 영유를 나왔다고 생각하고 묻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6세 자녀를 영어유치원을 보내고 있는 B씨는 "기본 학비 170~180만원에 교재비와 방과후 활동을 합하면 한달 200만원은 쉽게 넘는다"며 "아이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지출하고있지만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하소연했다.

역대 정부들이 사교육 문제에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학교교육의 만족도를 높여 국민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것을 교육정책의 목표 중 하나로 삼았다. 주요한 사교육비 정책으로 '학원비 경감방안(2008년 )', '공교육 경쟁력 향상을 통한 사교육비 경감 대책(2009년)', '공교육 강화-사교육 경감 선순환 방안(2011년)' 등을 내놨다. 이후 박근혜 정부도 초중고교 및 대학입학전형 등에서의 선행학습 유발 행위 금지를 위한 '선행교육규제법' 제정과 시행을 했고, 2014년에 '사교육 경감 및 공교육 정상화 대책'을 마련했다. 문재인 정부는 종합 대책 형식으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연도별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교육비 대응방안'을 발표해왔다.
늘봄·교육특구 본격 시동..구원투수 될까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도 성과 계획서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목표로 24조 2000억원을 제시했다. 2022년 총액 대비 7%(1조8000억원)를 끌어내리는게 목표였다. 그러면서 "주요 추진과제가 2023년 하반기, 내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라며 "정책 효과는 2024년 이후 나타날 것"고 밝혔다.

대표적인 정책이 늘봄학교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희망하는 초등학생 누구나 오전 7시부터 최대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돌봄과 방과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올 1학기 2000개 이상, 2학기부터 전국 모든 초등학교로 적용 대상을 확대한다. 늘봄학교를 이용하는 모든 초1에게는 학교 적응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매일 2시간 무료 제공한다. 이를 두고 맞벌이 가정 초등학생이 돌봄 공백으로 '학원 뺑뺑이'를 돌아야만 하는 상황 속에 초등 사교육비가 치솟았던 것을 고려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란게 학교 현장 안팎의 기대다. 교육부는 이를 토대로 한달간 약 40시간의 무료 프로그램을 제공해 40만원의 사교육비를 절약, 한 해 총 1조3000억원 가량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지자체와 공교육이 손잡고 청사진을 그려나가는 교육발전특구도 '사교육 없는 지역·학교 조성' 계획의 중점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오는 3월과 7월에 지정할 교육발전특구와 연계해 전 연령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모델을 개발한다. 이 과정에서 교육발전특구 신청지역 공모 때 지자체와 교육청이 '사교육비 제로 모델'을 수립해 제시하도록 독려할 방침이다.

정부의 이런 대책에도 교육 현장을 둘러싼 우려가 사그라들지는 않고 있다. 의대 모집정원 확대와 무전공 정책 등으로 현역 입시생의 입시 경쟁이 치열해지고 N수생(졸업생)이 쏟아져 나올 것이란 예측도 적잖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2024학년도 의대 준비생은 9532명 추정되는데 올해 1만5851명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이과 수험생도 현재 4.1%추정에서 6.8%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작년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정책연구에 실린 '일반계 고등학교 문·이과별 교육투자 비교 분석' 연구에 따르면 이과생이 문과생에 비해 연평균 사교육비를 약 214만 원 더 쓰고 주당 자습시간이 약 6시간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늘봄학교와 교육발전특구 등 교육부 정책이 지역과 공교육 선순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사교육비 경감과 출산율 반등에 있어서 기대할만한 지점"이라면서도 "이들 모두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되려면 결국 과도한 서열 경쟁, 입시 과열 등을 해소하는 등 교육 전체 판도를 바꾸는 노력도 함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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