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가왕’ 총기획자 서혜진, “전유진이 왕좌에 앉아 있지만 떨고있더라”[서병기 연예톡톡]

2024. 2. 1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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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가왕' 남자편도 제작한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제 1대 현역가왕’은 누가 될 것인가?

오는 13일 밤 9시 40분 MBN ‘현역가왕’ 최종회가 방송된다. 이날은 제 1대 현역가왕과 함께 트로트 한일전을 승리로 이끌 최정예 국가대표 탑7이 탄생한다.

'현역가왕'은 6%대의 시청률로 시작했으나, 결승전 1라운드가 방송된 지난 6일 11회분이 전국 시청률 16.1%(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지상파-종편-케이블 채널을 포함해 한 주 간 방송된 예능 중 시청률 1위라는 압도적인 성과를 탄생시켰다.

결승전 2라운드가 펼쳐질 오는 13일 최종회에서는 2020년 '보이스트롯'이 올린 MBN 기존 최고 시청률(18.129%)을 깰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이 날은 TOP10인 전유진-박혜신-마이진-윤수현-김다현-별사랑-린-강혜연-김양 -마리아가 결승전 2라운드 최후의 결전을 펼친다. '현역가왕'을 기획한 서혜진 크레아 스튜디오 대표를 만나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트로트 오디션은 송가인을 배출한 2019년 '미스토롯', 임영웅을 탄생시킨 2020년 '미스터트롯'을 거치면서 남발됐다. 지겨워질만도 했다. 하지만 이 두 프로그램을 기획, 제작한 서혜진 대표는 '불타는 트롯맨'에 이어 '현역가왕'까지 제작했다. 그렇게 하고도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았다.

-왜 시청률이 많이 나온다고 생각하나?

▶전성기에 비하면 적게 나오고 있다.(그럴만 하다. 2019년 ‘미스트롯’이 18.1%로 당시 종편 예능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2220년 ‘미스터트롯’ 최종회가 35.7% 시청률을 기록했다.)

사람들은 트롯은 한 물 갔다, 지겹다, 안된다고 했다. 요즘 AI폰이 나오지 않나. 우리도 이렇게 리뉴얼해서 탑재한 거다. 오디션이 트롯 장르에서 시청자에게 새롭게 다가간 건데, 이걸 브렌딩하고, 기술력을 탑재한 것다. 계속 업데이트 해 나갈 것이다. 휴대폰을 쓰는 사람이 있는 한 기종의 발전은 계속 되듯이. 시청률은 그 발전의 증거라고 생각하고 감사하다.

-왜 트로트 장르에서 현역들을 뽑아 출연시켰는가.

▶'미스트롯' 등에서 아마추어와 현역이 함께 경연했다. 시청자들 귀가 많이 높아졌다. 현역은 좀 다르다. 고배를 마신 사람도 실력이 없는 건 아니다. 그래서 현역만 불러 해보자고 하니 노윤 작가가 '현역가왕'이라고 제목을 정했다. 노윤 작가는 '아내의 맛'도 제목을 지었다. 트로트에서 새로운 인물을 찾기는 어렵다. 초등학교에서 일년에 한두명 나올까 말까다. 현역을 능가할 소름 끼치는 재능을 가진 애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린다. 현역은 자비를 들어 무대를 만들 정도로 무대 욕심이 많고 경쟁심도 강하다. 그런 점들도 현역들로 출연진을 구성한 이유다.

-트롯 소비자 환경 분석을 어떻게 했는가

▶한마디로 팬덤의 시대다. 트롯 팬덤이 원래 많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소소하게 용돈을 쥐어주는 듯한 소규모 팬덤문화가 있었다면,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을 통해 그 씨앗이 폭발했다고 본다. 출연자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팬덤도 성장했다. 그런데 팬데믹 시기에 접어들면서 이것만 봐야 했다. 그러면서 팬덤은 더욱 급속도로 성장했다.

트롯 팬덤은 다른 장르에 비해 시간 있는 사람의 전유물이다. 동호회 형태의 색깔이 강하다. 자식에게도 하지 못하는 말들을 여기서는 실컷 할 수 있어 외롭지 않고, 응징력이 강해진다. 임영웅 팬덤이 그렇게 발전했다. '미스터트롯' 팬덤이 강화되면서 임영웅 팬덤은 다양한 기부까지 하는 거대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방송국도 팬덤 문화 덕을 보고 있다. 트롯 오디션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팬덤 충성도가 아니면 지금 상태로 끌고 오기 힘들다. 팬덤이 방송국을 먹여살린다. 트로트 팬덤은 아이돌 팬덤에 비해 마음을 잘 바꾸지 않는다. ‘불타는 장미단’도 시청률 5~6%를 유지하고 있다. 팬덤은 콘서트에서 결집한다. 그렇게 되면 기존보다 규모가 2~3배 확장된다. 손태진 팬덤도 3만 이상으로 확장됐다. 또, 코로나가 끝나고 시청 패턴이 바뀌어 밤 12시 이후에는 팬들도 TV를 잘 안보더라. 결승 2차전 방송 시작 시간을 조금 당겼다.

-그런 팬덤 문화가 '현역가왕'에는 어떻게 활용됐나.

▶전유진이 2020~2021년 '미스트롯2'에 참가해 본선 3차 8회에서 탈락했다.(당시 팀원들을 배려하느라 전유진이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말도 나왔다.) 얼마후 평소 존경하던 대학교수님을 만났는데, 첫 마디가 '전유진 왜 떨어뜨렸어?'였다. 그 교수님한테 그런 얘기를 들을지 몰랐다. 전유진은 그때 15살 중학생, 변성기였다. 지금은 고음을 뚫고 나오는 엄청난 성장을 했다.(개인적으로 전유진이 '아름다운 강산'을 공간감 넘치게 부를 때 감탄하면서 들었다.)

전유진은 팬덤의 지지가 강해지면서 코어가 단단해지고, 라이벌과 경쟁도 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라이벌이 서로를 키우는 관계다. 혼자 싸우지는 못한다. 전유진 팬덤과 김다현 팬덤은 경쟁하면서 윈윈한다. 다현이 패자부활전에서 살아남아 결국 준결승 진출을 확정짓자 한 할머니가 '아니고, 내가 이제 잠을 자겠다'라고 했다. 이쯤 되면 찐팬이다.

이 패자부활전은 3명이 한조씩 3개조의 1등만 파이널에 진출하는 승부방식이었다. 순위는 국민판정단만이 결정했다. 그러니 전유진과 김다현이 속한 조에 가지 않으려고, 남은 2조에 몰린 류원정 × 두리 ×신미래의 경쟁이 '트롯 역사상 가장 치열한 전투'라는 제목을 달고 '짤'로 돌더라.

-노윤 작가와 항상 콤비를 이룬다. 노윤 작가의 말도 참 잘 듣는 것 보면 콤비가 잘 맞는 듯 하다.

▶내가 경영자라면, 작가들은 현장 소장이다. 건설 현장의 말을 안들으면 리스크 관리가 안된다. 철제가 안들어갔는지, 파업을 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작가들이 플레이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 해당 작가들은 출연자의 탈락과 진출 등 희노애락 감정을 직접 나눈다. 나는 격하게 감동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 말을 들어준다.

뇨윤 작가는 '현역가왕'을 하면서 세미, 꺾기, 정통, 발라드 트롯 등 다양한 트롯을 들려주기를 원했다. 팬덤이 나눠지더라도 다양한 트롯을 관객에게 들려주고픈 욕구가 있더라. '현역가왕'은 현역들만 자기 목소리로 할 수 있으니까, 그런 시도가 가능하리라고 봤다.

-노래를 부르고 무대 뒤로 나가는 사람, 탈락자의 이야기도 계속 카메라가 담았다.

▶탈락자의 이야기도 가감없이 보여준다. 치열하게 싸웠지만, 떨어지고 소감을 가족이나 팬에게 말하면서 운다. 억울한 기분도 없지는 않겠지만 팬들에게 미안해서다. 무명일 때 팬들이 지지해준 데 대한 미안함, 그게 짠하더라. 우리는 그런 얘기를 담아내고 싶었다.

-현역 출연자들에 대해 얘기 좀 해달라. 발라드에서 온 린의 출연이 인상적이다.

▶린은 트롯의 확장이 가능하다. 타장르에서 그냥 넘어온 게 아니다. 디시 갤에서도 '이 여자는 진심이다. 가요무대도 나오고'라고 했다. 린이 어릴때 노래를 부르자, 교장 선생님이 칭찬을 한 게 노래를 부르게 된 계기라고 했다. 트롯을 불렀던 어린 시절, 트롯 앨범을 내고 싶다고 했다. 린은 표정이 잘먹힌다. '삼다도 소식','한오백년'을 부를 때 보면 변검술처럼 얼굴을 갈아낀다. 비음이 들어간 린의 알앤비 트롯을 결승에서도 볼 수 있다.

사실 린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오기에는 연차가 높다. 트롯에서 안받아주는 것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트롯팬들이 타 장르에 대해 거부감이 있다. 악플 걱정도 했다. 그런데 린이 유연해서 놀랐다. 아이들과 잘 어울리고, 동료 분위기를 잘 이끌어내더라. '현역가왕'에 와서 노래 잘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고, 실력자들을 많이 알게되어 좋았다고 유튜브에 겸손하게 인터뷰를 했다.

-다른 출연자들도..

▶현역들에게는 이번 무대가 좋은 기회다. 두리는 화려하고 다채롭고 안정적이다. 그래서인지 감성적 노래가 잘 안먹힐 수 있다. 실력파 별사랑은 노래를 잘 하는데, 스스로 스타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런 점들을 어떻게 보완해 나갈지 스스로 경험하고 체크해보는 시간이다. 강혜연은 남자팬이 많고, 정통 트로트의 단아한 분위기의 류원정도 남성팬이 많은 편이다.

한국인의 한을 표출하는 마리아는 끝나면 한국에 귀화해야 할 듯하다(하하하). 마리아는 2000년생, 현실적인 MZ세대다. 스스로 마리아 효과는 1~2년 갈 것이라고 한다. 바로 제 2의 마리아가 나올 것이라고 하더라.

마이진은 보수적인 남자 시청자들이 어떻게 보는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사이다 고음과 화려한 댄스 실력을 지닌 만능 마이진만의 독특한 색깔이 있다.

오는 3월 26일 첫 방송되는 ‘트롯한일전’에 나가면 매력 있는 친구들이 많다. 트롯한일전은 나도 안가본 길이라 어떻게 될지 정확하게 예상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 새로운 믹스를 보여드릴 것이다.

-마스터(심사위원)에 대한 얘기도...

▶그냥 '잘 들었다'. '수고 많이 했다'는 말을 싫어한다. 공연 관람이 아니고 경연 평가 자리다. 윤명선 마스터는 직설적이고 솔직하다. 듣는 사람이 아프지만 받아들인다. 그래서 성장하는 참가자도 있다.(윤명선 마스터는 평가 할때 '한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로 시작할 때가 많은데, 무엇을 물어볼지 궁금해진다. 10회 신곡대결에서 김양이 '바람의 연가'를 불렀을때, 윤명선 마스터가 '그동안 부담스러웠는데, 지금 마음을 왜 이렇게 내려놓으셨죠'라는 한 것은 최고의 심사평이라 생각한다.)

설운도의 심사평은 후련하다. 주현미는 지적이고, 애정이 있다. '그것만 고치면'이라고 포인트를 잡아준다.

-진행자인 신동엽이 울컥해 진행을 못한 장면이 있었다

▶신동엽이 울컥해 말이 안나와 발표를 못했다. 나도 이런 모습은 처음 봤다. 참가 가수들이 너무 열심히 한 걸 아니까 본인도 안타까웠을 것이다. MC가 탈락한 사람 이름을 냉정하게 불러야 하는 직업이겠지만, 신동엽이 참가자의 마음에 공감했기 때문에 그런 모습이 나오지 않았을까.

-'현역가왕' 이후에는 어떤 프로그램을 기획·제작하나.

▶우선 아이돌 오디션 '언더 피프틴'을 10회 정도로 제작하려고 하고, '현역가왕' 남자편을 해보려고한다. 남자편은 빠르면 연말에 녹화를 시작해 내년 편성이 가능할 것 같다. 남자편은 또 다른 장르에서 올 것을 기대한다. '현역'은 다양하게 열어놓고 있다.

-제 질문과 상관 없이 하고싶은 말을 해보시라

▶'현역가왕'이라는 오디션을 보면 극한의 경쟁에 몰린다. 딱히 잘못하지 않았는데, 어떤 이유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레이스에서 떨어진다. 이게 우리의 인생 같다. 또 다른 멍울이 있는 거다. ‘1위 탈환전’으로 다른 현역을 밀어내고 1위 의자에 앉아도 허탈하다. 시청자 분들이 이를 보면서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전유진이 좋을 것 같지만 벌벌 떨고 있다. 학교에서 반장도 해본 적 없는데 이렇게 주목을 받으니, 잘못 되면 본인이 긴장한다. 모두가 똑같은 상태로 레이스에서 바둥바둥 거리며 임하고 있다. 이를 보면 짠하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을 응원하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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