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여자친구를 죽였습니다”… 결혼 앞둔 예비 신부 잔혹하게 살해한 20대
“제가 여자친구를 죽였습니다.”
지난해 7월 24일 112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내가 여자친구를 죽였다. 난도질해서 죽였다.” 전화를 건 A(28)씨는 경찰에게 자신의 범행 사실을 털어놨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흉기에 찔려 숨져 있던 B(여·24)씨와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범행 현장에 머물러 있던 A씨를 발견했다. A씨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정신지체냐” 말 한마디에…
지난 2022년 5월 교제를 시작한 A씨와 B씨는 올해 3월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다. 교제 6개월 만인 2022년 11월 이들은 동거하며 장밋빛 신혼 생활을 꿈꿔왔다. 하지만 이들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동거를 시작한 지 몇 달이 채 되지 않은 지난해 2월부터 A씨는 이웃 주민과 층간 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서로 고소하고 경찰 조사까지 받으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여기에 결혼을 앞두고 늘어난 부채로 경제적 문제까지 시달리며 둘의 다툼도 잦아졌다.
사건 당일인 지난해 7월 24일에도 A씨와 B씨는 함께 동거하던 강원 영월군 영월읍 덕포리 한 아파트에서 말다툼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A씨는 B씨로부터 “정신지체냐?”라는 말을 들었고, 이에 격분해 집에 있던 흉기로 B씨를 살해했다.
A씨의 범행은 잔혹했다. A씨는 흉기로 B씨를 무려 191차례 찔렀다. 가슴을 여러 차례 찔린 B씨가 “오빠”라는 말을 내뱉었지만, A씨는 B씨의 입을 막은 채 또다시 흉기를 휘둘렀다.
A씨는 범행 후 경찰에 전화해 자수했고, 자신이 근무하는 직장 동료에게도 전해해 “너무 힘들어서 여자친구 죽였어요. 그냥”이라며 범행사실을 알렸다. 그리곤 자해를 시도했다. 경찰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수술을 거쳐 회복했고, 살인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와 A씨 측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범행 당시 피고인은 일시적인 정신마비로 인한 심신상실 또는 심신 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인이 범행 직후 112와 직장 동료에게 전화하는 등 자신의 범행 내용과 의미를 명확하게 인식한 점, 신경·정신질환 등으로 치료받은 흔적 역시 찾아보기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범행이 “우발적 범행”이라 판단했고, 범행 직후 경찰에 신고한 점, 피고인 측이 유족 측에 유족구조금을 지급한 점 등을 참작해 A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징역 25년을 구형한 검찰의 형량에 한참 못 미치는 형량이다. 재범할 개연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요청한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도 기각했다.
◇”양형 부당” 항소… 항소심 법원의 판단은
A씨는 1심 선고 5일 만인 지난달 16일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를 제기했다.
A씨 항소에 맞춰 검찰 역시 지난달 18일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검찰은 “결혼을 약속한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했고,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면서 항소 이유를 밝혔다.
B씨의 유족 측도 최근 1심 선고에 반발해 B씨의 이름과 생전 모습을 공개하며 A씨의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유족 측은 “왜 살해했는지 도저히 알 수 없다. 한평생 아팠던 딸이 마지막 순간에도 고통스럽게 갔는데 도와달라”고 했다. 항소심 첫 공판은 다음 달 20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 심리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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