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 출·퇴근길 사거리에서 이름 들고 인사 왜 하는 거예요?
선거를 앞두고 각 당 후보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유세가 있다. 출·퇴근 시간 후보가 거리에 서서 자신의 이름과 사진이 걸린 피켓을 들고 인사를 하는 것이다. 유권자와 피부를 맞대고 대화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정치인들은 왜 이런 유세를 하는 걸까.
4·10 총선에 뛰는 예비후보들이 설명하는 가장 큰 이유는 평일에 지역구 밖으로 출퇴근하는 유권자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가장 유효한 수단이란 점이다.
서울·부산 등 도심 지역구에서는 지하철역이 가장 중요한 거점이 되는데, 지하철이 없거나 촘촘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출퇴근 시간대 교통량이 많은 사거리나 고속도로 나들목(IC)이 공략 포인트다. 경기 여주·양평에 도전장을 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지역이 넓어서 물리적으로 맨투맨으로 손잡고 눈 맞추는 걸 다하기엔 힘들다. 솔직히 아침 7시30분이나 8시 이런 시간에 유권자를 만날 다른 공간도 없다”며 “후보자 입장에선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사람의 눈에 띌 수 있는 유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아침에 하면 ‘저 사람이 참 부지런하구나 하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말했다.
특히 정치 신인에겐 이름을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소속의 심재돈 인천 동·미추홀갑 예비후보는 통화에서 “아침에 차로 직장에 출근하는 분들에게 인사를 많이 한다”며 “상대 당 후보는 현역인데, 원외 후발 주자는 공보물도 없으니, 그렇게 이름 석 자를 알려야 한다. 그래야 관심 있는 분들이 인터넷에 내 이름을 검색이라도 해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다른 후보들이 다 하는 분위기에서 고육지책인 측면도 있다. 다른 후보들이 하는데 본인만 안 하면 당장 당원들이 “그런 것도 안 한다”고 지적하기 때문이다. 경기 지역 한 의원실 관계자는 “본선에 들어가면 중요한 사거리 각 코너에 4개 당 후보가 각각 서서 인사를 하기도 한다”며 “그런 분위기에서 혼자 빠지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길거리 차량 상대 유세를 꾸준히 하면 선거운동 효과를 느끼는 부분도 있다고 한다. 차를 탄 유권자들이 클랙슨을 울리거나 창문을 내려 지지 의사를 표시해주기 때문이다. 수도권 지역구의 한 중진 의원은 “이기는 선거일 때는 선거운동 후반이 되면 창문을 내리고 손을 흔들어 주고, 지지한다고 소리쳐 주는 분들이 많아져 승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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