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이자율 7000%? ‘불법 빚 독촉’ 속수무책으로 당하면 안 된다
건설업체 관리직으로 일하던 30대 남성 A씨는 작년 초 한 인터넷 대출 카페를 통해 급하게 20만원을 빌렸다. 대출 조건은 까다로웠다. 텔레그램 방에 초대돼 차용증 외에도 가족·직장·지인 연락처와 친척·지인의 인스타그램 계정 정보를 넘겨야 했다. 대출 기간은 7일, 상환 금액 40만원, 연체 시 이자는 하루 2만원. 대출 기간 내 상환하더라도 연 이자율이 4500%를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후 이 불법대부업체는 “A씨가 돈을 갚지 않았다”며 가족·직장·자녀 선생님 등에게 A씨가 돈을 빌린 사실을 유포했고, 소셜미디어에 A씨를 태그하면서 차용증과 A씨의 나체사진 등을 올렸다. 이들은 A씨가 과거 다른 불법대부업체를 이용하면서 보냈던 나체사진을 활용해 협박했다. A씨의 나체 사진은 여러 불법대부업체가 연합해 만든 텔레그램 방에 이미 퍼진 상태였다. 불법대부업체 간에는 채무자의 채무 이력, 신용 정보, 각종 민감 정보 등을 주고 받는 ‘끈끈한 네트워크’가 작동하고 있었다.
◇성 착취·지인 추심...금감원 지원 나서
최근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성 착취 추심을 “뿌리 뽑아야 할 악랄한 불법 대부계약”으로 보고 A씨 사건에 대해 무효화 소송지원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대출 시 지인과 가족의 연락처를 확보해 연 7000%가 넘는 이자율을 매긴 다음, 채무자가 이를 갚지 못하자 지인, 가족, 직장 동료에게 연락해 수차례 욕하고 협박한 지인 추심 사례에 대해서도 금감원이 지원에 나섰다. 피해자가 법령상 이자를 상환했는데도 불법적인 추심이 이어진 경우였다. 이 과정에서 채무자는 회사에 사채를 쓴 사실이 알려져 직장을 관두기까지 했다.
금감원은 “거래상대방이 등록대부업체인지 먼저 확인하고, 주소록·사진파일·앱설치 등을 요구하면 대출상담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또 대부업자로부터 불법추심피해가 우려되면 ‘채무자 대리인 무료 지원 제도’를 신청할 것을 조언했다. 이는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가 불법추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등 피해구제를 무료로 지원하는 제도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22년 금융감독원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 센터에 접수된 불법 추심 상담·신고 건수는 1109건으로 2020년 580건에서 2년 새 약 2배가 됐다. 고금리와 물가 상승에 ‘급전’이 필요해 불법 사금융에 손을 대는 서민들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채권추심인이 “빚 감면 해주겠다”면?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금융소비자들은 관련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불법적인 채권추심, 이른바 ‘빚 독촉’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금감원은 불법 채권추심과 관련해 작년 11월과 12월에 이어 지난달 29일 세 차례나 소비자 경보를 내렸다. 이 중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을 추렸다.
먼저 채권추심인에게는 채무 감면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점을 유념하자. 즉, 채권추심인이 빚을 덜어주겠다고 구두로 약속하면 감면 서류를 요청해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돈을 빌려준 사람(채권자)이 빚을 덜어주겠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도 채권추심인이 중간에서 거짓으로 구두 약속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채무자가 빚을 다 갚고 나서도 여러 핑계를 대면서 채무를 종결해주지 않는 수법을 쓴다.
또 채권추심인이 추심 과정에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하는 경우, 단지 공포감을 조성할 목적으로 채무자를 속이는 것일 수 있다. 실제 채권자와 달리 채권추심회사는 직접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다. 특히 강제집행을 언급하면 확정 판결이나 가압류·가처분 명령 등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근거 없이 채무자를 압박할 목적으로 이런 말을 하면, 이는 불법 채권추심에 해당한다.
◇연 이자율 20% 초과는 무효, 개인 계좌로 상환하면 안 돼
이자제한법상 연 이자율 20%를 초과하면 무효인데도 일 단위로 고리의 이자를 책정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경우 채무확인서를 서면으로 요청한 다음 금감원에 신고할 수 있다.
또 이자를 연체한 즉시 대출금 전체를 갚으라고 하는 불공정 약관에 대해서도 채권 추심 중단을 요청하고, 금감원에 신고할 것을 조언했다. 대부 약정서에 변제 기일, 이자율, 이자 납입일 등을 정확히 쓰지 않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편 채권추심인이 변제금을 현금이나 개인 명의 계좌로 입금을 요구할 때 이대로 따르면 안 된다. 채무자는 채권자 또는 채권추심회사 명의의 계좌로만 변제금을 입금해야 한다. 횡령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채권추심인이 추후 ‘딴소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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