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이야기 다룬 책 잇따라 출간…소셜미디어 시대에 책의 힘은 더 강해졌다

이영관 기자 2024. 2. 1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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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앞두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관한 책 두 권이 출간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하나는 국민의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기획위원 이준우씨가 지난 7일 낸 ‘그는 그날 머리를 쓸어넘기지 않았다’(기파랑). 조국 청문회 당시 자유한국당 보좌관으로 조민의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 비리를 폭로한 그가 조국 가족을 둘러싼 몇 년 간의 의혹을 망라한 책. 다른 하나는 조국이 민정수석을 역임할 당시 보좌관이었던 황현선씨가 지난 5일 출간한 ‘조국 그리고 민정수석실’(메디치미디어)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추진했던 검찰개혁의 추진 과정, 2019년 정국을 뒤덮었던 이른바 ‘조국 사태’ 등에 대해 썼다.

그는 그날 머리를 쓸어넘기지 않았다
조국 그리고 민정수석실

최근 정치적 사건에 휩쓸린 일반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출판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2021년 고발한 공익제보자 A씨는 작년 11월 그 전말을 담은 책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법카’(천년의상상)를 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수행비서였던 문상철씨는 작년 11월 정치인 안희정의 성장, 그리고 성폭행 등 추락을 담은 책 ‘몰락의 시간’(메디치미디어)을 출간했다. 대통령·유력 정치인 등 소수만이 관련 경험을 책으로 냈던 과거와 달리, 저자 면면이 다양하다.

수많은 매체로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 시대에 왜 책을 내는 것일까. 유튜브, 소셜미디어 등 매체가 범람하지만, 자기 서사를 구축하는 매체로서 책의 힘이 여전히 강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책의 물성은 일회성이 강한 온라인 공간과 달리 지속적이며, 분량에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방송 인터뷰 등엔 분량상 담을 수 없는 이야기도 책에선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과거엔 출마 예정자나 이름 있는 정치인이 책을 내 왔지만, 지금은 직위 등에 상관없이 이슈 메이킹을 할 수 있는 정치 관련 콘텐츠를 가진 이들이 책을 내는 일이 늘어났다”며 “책이 다른 매체와 달리 길이·분량·깊이 측면에서 지속 가능성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했다.

많은 독자는 정치적 사건을 담은 책을 한 인간의 삶을 기록한 에세이로 읽는다. 각자의 이유로 고통받던 시간 동안 수없이 고민을 거듭하며 써내려간 글인 만큼, 누구나 공감할 법한 내용이 많다.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피해자 김잔디(가명)씨가 사건의 전말에 대해 쓴 책. 이를 낸 출판사 천년의상상 선완규 대표는 “사건의 당사자분들은 공통적으로 메모를 참 많이 한다. 혼자서 감당해야 했던 무게를 글로 적는다”며 “이름을 걸고 책을 내는 행위가 자신을 사회에 한복판에 던지는 일이지만, 자신의 훼손된 명예와 삶을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 출간을 희망하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정치 관련 책이 다수 출간되는 현상은 정치에 대한 권위주의적 접근이 유효하지 않게 됐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많은 독자가 국회 등 제도권 수준의 정치를 넘어, 각자의 삶에서 경험하는 정치에 주목하는 것이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정치적 위상이 무명에 가까운 이들도 책을 출간하는 현상은 권력이 없더라도 권력자에게 비판을 제기하는 ‘탈권위주의’의 심화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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