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무서워요" 간절히 구조 요청한 가자지구 6세 소녀 끝내 숨져

연락두절 후 12일 만에 친척이 시신 발견
적신월사 "구조대원 2명도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숨져"

지난달 17일(현지시각) 요르단강 서안지구 툴카렘 난민 캠프에서 적신월사(이슬람 적십자사) 구급차가 지상 작전 중인 이스라엘군 차량을 지나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6세 팔레스타인 소녀가 이스라엘군 공격을 받고 간절하게 도움을 호소했지만 지난 10일(현지시간)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소녀가 적신월사에 전화로 구조 요청을 하고 연락이 두절된 지 12일 만이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군 간 전쟁이 5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민간인 구조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AFP 통신, 알자지라 방송 등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6세 소녀 힌드 라자브가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외곽 텔알하와 지역의 주유소 근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적신월사가 힌드를 구하기 위해 당일 파견한 구조대원 2명도 이날 힌드와 가족의 시신이 있는 차량 가까이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적신월사가 공개한 사진에는 소녀가 탔던 기아 피칸토(모닝) 차량이 총탄에 구멍이 나고 옆에 있던 구급차는 완전히 타서 전소된 모습이 담겼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힌드는 지난달 29일 삼촌 가족과 함께 차를 타고 가자시티에서 빠져나오다가 이스라엘군의 총격을 받았다.

함께 차에 타고 있던 다른 가족 5명 모두 현장에서 사망했고, 힌드는 적신월사에 전화로 "너무 무섭다. 제발 데리러 와달라"며 간절히 구조 요청을 한 뒤 연락이 끊겼다.하마스 측 가자지구 보건부는 힌드의 사망 사실을 확인하며 "힌드와 다른 가족, 구조대원 모두 점령군(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적신월사는 이날 성명에서 "힌드를 구조하기 위해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할 수 있도록 사전에 조율했음에도 이스라엘군이 고의로 구조대원들을 겨냥했다"고 주장했다.

적신월사 대변인 네발 파르사크는 "마지막 교신에서 출동한 구조대원들은 '점령군이 그들에게 레이저 광선을 겨눴다'고 말했다"면서 "총성과 폭발음을 끝으로 교신이 끊겼다"고 전했다.

이들의 시신은 힌드를 찾기 위해 이날 가자시티 텔알하와 지역에 간 힌드의 다른 가족들에 의해 발견됐다.

힌드의 할아버지 바하 하마다는 AFP 통신에 "이스라엘군이 오늘 새벽에 철수했기 때문에 텔알하와 지역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해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50여명을 인질로 잡아간 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대규모 공습과 지상 작전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개전 이후 가자지구 누적 사망자는 2만8064명, 누적 부상자 수는 6만7611명에 달한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