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 좀 높았으면…1점 중, 후반이라도” KIA 24세 1루수의 바람직한 자세…거포로 가는 3단계[MD캔버라]
[마이데이리 = 캔버라(호주) 김진성 기자] “WAR 좀 높았으면 좋겠다.”
보통 젊은 선수들과 인터뷰를 해보면, 투수는 선발진 진입 혹은 10승, 타자는 3할 혹은 20홈런이라는, 다소 막연한 목표를 내건다. 그런데 개인목표로 WAR을 언급한 선수가 나타나 눈길을 모은다. 주인공은 KIA 타이거즈 거포 유망주 변우혁(24)이다.
변우혁과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각)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볼파크에서 얘기를 나눴다. 천안북일고를 졸업하고 2019년 1차 지명으로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뒤 2023시즌부터 트레이드를 통해 KIA에 합류했다. 고교 시절 명성과 지명 순번에 비해 아직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한 케이스다.
그런데 야구에 대한 마인드, 자세가 참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연차, 거포 유망주라면 홈런 욕심을 낼 법도 한데 아니었다. 변우혁은 스텝 바이 스텝의 의미를 안다. 그리고 팀에 기여하는 선수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WAR은 타격, 수비, 주루를 두루 잘하는 선수일수록 높다. 물론 특정 파트만 엄청나게 잘해도 WAR이 높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WAR이 높은 선수는 완성형 선수로 받아들여진다. 말 그대로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다. 내가 다른 선수보다 팀에 얼마나 더 공헌하느냐다.
출발은 애버리지다. 변우혁의 1군 통산 타율은 0.232다. 2023시즌에는 데뷔 후 가장 많은 83경기에 나갔으나 타율 0.225였다. 그는 “작년 마무리훈련부터 신경 쓴 부분이 있다. 폼과 밸런스가 좋아졌다. 제일 중요한 건 간결함이다. 간결하게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잘 준비하고 있다”라고 했다.
변우혁은 타격 준비자세나 폼이 예쁘다는 평가가 많다. 그래서인지 본인도 “큰 틀에선 바꾸지 말자고 이범호 코치님과 얘기가 됐다”라고 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보완할 점도 발견했다. 궁극적으로 애버리지를 올리기 위함이다. “2할5푼까지는 올리고 싶다”라고 했다. 2할5푼의 벽을 넘어야 2할7~8푼으로 갈 수 있다.
이렇게 해야 팀 기여도가 조금이라도 올라가고, 출전기회가 늘어난다. 변우혁의 주 포지션은 3루였지만, 김도영의 존재감으로 1루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변우혁은 황대인, 이우성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 “프로는 누구나 항상 경쟁이다. 내가 잘해야 팀에도 좋은 것이다. 내가 해야 할 것만 신경 쓴다”라고 했다.
애버리지를 통해 팀에 어느 정도 믿음을 주면, 다음단계는 1루수로서의 안정감이다. 수비를 빼놓을 수 없다. 전임 감독은 변우혁이 수비가 불안하다는 이미지와 달리 꽤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1루 수비를 리그 탑클래스라고 하긴 어려워도, 꽤 괜찮다.
변우혁은 “내 1루 수비는 안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수비는 나가면 나갈수록 는다. 작년에도 시즌을 치르면서 안정을 느꼈다. 자신 있다”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애버리지와 수비를 어느 정도 챙기면 팀 공헌도가 높아지고, 그러면 홈런도 노려볼 수 있다는 게 변우혁이 말하는 ‘거포로 가는 3단계’다.
애버리지가 어느 정도 나와야 장타도 나온다는 논리를 생각하면 간단하다. 변우혁은 “작년에 80경기 넘게 나가면서 경험을 쌓았다. 분명히 좋아질 것이다. 애버리지가 있어야 경기에 많이 나가고, 경기에 많이 나가야 홈런도 나온다”라고 했다.
이런 상황서 내놓는 자신감은 신뢰가 간다. 변우혁은 “작년에 아킬레스건이 좀 안 좋아서 빠졌는데, 사실 별 이상은 없었다. SSG 로에니스 엘라아스(좌완)가 좀 까다롭긴 하지만, 왼손(타율 0.333 3홈런 11타점)에게 강하다. 내가 어떤 상태인지가 중요하다. 1군에서 못 칠 공은 없다고 생각한다. 목표 의식이 생겼다”라고 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변우혁의 WAR은 2019년 -0.01, 2022는 0.14, 2023시즌 0.45였다. 통산 0.58. 아직 다른 선수들에 비해 1승을 더 기여하지는 못한 셈이다. 그러나 스스로 밝힌 거포로 가는 과정을 잘 밟으면 WAR도 높아질 수 있다.
변우혁은 그제서야 수치를 얘기했다. “2할5푼 이상, 15홈런 이상 치고 싶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WAR은 1점 중, 후반만 되면 좋겠다"라고 했다. 현실적인 목표이며, 팀원으로서 가져야 할 바람직한 자세다. 폭풍성장하는 선수도 있지만, 변우혁처럼 조금씩, 꾸준히 나아지는 것도 의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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