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여진 계속… 의료계 '집단행동 예고'에 정부 ‘엄정 대응’

이민경 2024. 2. 1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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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명 의대 증원 발표에 정부와 의료계 사이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의료계 집단행동에 엄정 대응 방침을 정한 가운데 의료계는 설 연휴가 끝난 뒤 파업 등 본격적인 집단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8일 부산 시내 한 대학교 의과대학으로 관계자가 들어가고 있다.   뉴스1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했으며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다음날인 12일 온라인 임시총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의협 집행부는 지난 6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와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등에 책임을 지겠다며 전격 사퇴했다. 다음날 의협은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방침을 정하며 “정부가 싫증 난 개 주인처럼 목줄을 내던지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이후 의협은 지난 10일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하고 집단행동 방식과 시점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실제 의협은 ‘총파업’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등 대대적인 집단행동을 예고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선 의협이 동네 의원을 운영하는 개원의 중심 단체이기에 참여율이 높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과거 의협이 주도한 집단행동은 의료 현장에서 큰 문제를 야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은 대형 의료기관 피해로 직결되기에 혼란이 우려된다. 실제 2020년 전공의 집단행동은 전공의 80%가 의료 현장을 이탈하는 등 ‘의료 공백’을 야기해 의대 증원 추진을 무산시키기도 했다.

대전협은 12일 온라인 임시총회를 열고 집단행동 여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박단 대전협 회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도 너무 지나친 숫자다. 할 수 있는 모든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집단행동 가능성을 예고했다.
조규홍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장(보건복지부 장관)이 9일 제4차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정부, 의사들 집단행동에 ‘엄정 대응’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에 ‘엄정 대응’ 카드를 꺼내 들었다. 보건복지부는 의대 증원 규모를 발표하기 전부터 파업 돌입 즉시 업무복귀 명령을 내리고 따르지 않는 경우 징계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1일 방송에 출연해 “정부는 비상진료 대책과 불법 행동에 대한 단호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놓고 있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실제 복지부는 의협이 집단행동 방침을 밝힌 후 의료법에 근거해 곧바로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경계’로 상향하고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해 의협 집행부에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를 명령했다. 의료법 59조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과 시도지사는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 휴업·폐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으면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 전공의 교육을 담당하는 수련병원에는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도 명했다.

◆과거 전공의 집단 휴진 고소 취하한 정부…“이번 상황은 달라”

정부는 2020년 7월 당정 협의를 거쳐 2022학년도 대입부터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씩 10년간 총 4000명을 늘리는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했다. 필수·지역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계획이었다.

하지만 의협과 대전협은 집단행동에 나서며 정부 방침에 강력하게 반대했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휴진율은 60%에 달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전국의 전공의와 전임의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대전협은 회원들에게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라는 행동 지침을 내리며 반발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주도로 의대생들 또한 수업과 실습을 거부했다. 대다수의 의대생이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응시를 거부한 탓에 시험은 한차례 연기됐으며 이 역시 거부한 의대생들을 위해선 의료법 시행령이 개정돼 시험 기회가 추가로 부여됐다. 정부는 업무개시 명령을 어긴 전공의 등 10명을 고발했다가 취하하기도 했다.

정부가 이처럼 의대 정원 방침을 철회한 데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의료 공백을 야기할 수 없다는 이유가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된 후 의료계와 논의한다는 합의문에 서명해 갈등상황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번 상황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는 현재 실무적으로 업무개시 명령을 전공의 개개인에게 보낼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행위가 있을 경우 법에 따라 대응하고 의사면허 박탈 사례가 나올 수 있을 만큼 강경하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성태윤 정택실장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의대 증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0년 의대 증원 철회 “정책 설명과 여론 결집 실패 때문”

전문가들은 정부가 여론을 결집하는 데 실패해 정책 철회라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한다.

2020년 당시 코로나19 유행 상황 속에서 의사의 집단행동은 의료 행위를 저버리는 등 국민 지지를 받기 어려운 행동이었음에도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의 공적 가치를 알리는데 실패한 원인이 크다는 것이다.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정책분석평가학회보에 실린 논문 ‘2020년 의대 정원 확대 정책 입안의 실패 요인’에서 “정부는 사안에 따라 의협, 대전협, 의대협 등 의료계 내부의 다양한 이익집단과의 협의하면서 정책 의제 설정의 주도권을 갖지 못했다”며 “의료 서비스 이용자인 국민의 의견이 반영되는 소통구조가 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해 여론을 결집해 알리는 기제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학 정원 확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의료 공공성 확립을 위한 장기적 계획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사회적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취약한 공공·필수·지역의료 분야 의료인력 양성과 관리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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