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장려 1억 세금이 3000만원?… 부영 직원들 세제혜택 관건
“부영그룹에 취직해라.” “부영그룹으로 옮겨라.”
이번 설 명절에 고향을 찾은 취준생 김모(30)씨는 가족들로부터 “부영그룹에 취직을 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아이를 낳으면 1억원을 준다는데 그런 회사가 어디 있느냐”는게 가족들의 이구동성이었다.
직장생활 2년차인 이모(33)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씨는 “최근 부영그룹의 출산장려책이 알려지면서 부모님들의 관심도가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영그룹의 파격적인 출산장려책이 연일 화두다. 부영그룹이 저출산 극복과 직원들의 출산 장려를 위해 ‘자녀 1인당 출산장려금 1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부영그룹의 출산장려금 1억원 지급을 놓고 세제 혜택 방안에 대한 내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절세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출산직원 자녀에 1억원 지급”…부영, 파격 출산장려책
11일 재계에 따르면 부영그룹이 지난 2021년 이후 태어난 직원 자녀에게 현금 1억원을 지급하는 파격적인 출산장려책을 내놓았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지난 5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심각한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 이후 태어난 직원 자녀 70명에게 1인당 현금 1억원을 지원하는 출산장려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출산장려책에 따른 지원 규모는 총 70억원이다.
이 회장은 이 같은 방침을 소개하면서 “해당 정책을 앞으로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나아가 “국가로부터 토지가 제공된다면 셋째까지 출산하는 임직원 가정은 출생아 3명분의 출산장려금이나 국민주택 규모의 영구임대주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개했다.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사례는 기업으로서는 최초다.
부영은 2021년 이후 출산한 직원 가정에 총 70억원을 전달했다. 연년생 자녀를 출산한 세 가족과 쌍둥이 자녀를 출산한 두 가족은 각각 2억원의 장려금을 받았다.
부영그룹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출산장려금 제도 외에 자녀 대학 학자금 지급, 직계가족 의료비 지원, 자녀 수당 지급 등의 복지제도를 운영 중이다.
지난달 3일 아이를 출산한 손정현 주임은 “아이를 낳고 기른다는 게 경제적으로 얼마나 어려운지 출산 전후로 걱정이 많았는데, 회사의 파격적인 지원 덕분에 앞으로 둘째도 계획할 수 있게 됐다” 면서 “회사가 큰 버팀목이 돼줘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출산직원 1억원’…세제혜택 가능할까
부영그룹의 ‘1억원 출산장려금’을 놓고 세제 당국이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기업이 저출산 해소에 자발적으로 나선 공익적 취지를 살리고 다른 기업들의 동참을 끌어내면서도 세법에 어긋나지 않는 세제지원이 가능할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시무식에서 이중근 부영 회장은 2021년 이후 출산한 임직원 자녀 70여명에게 1억원씩 70억원을 지급했다.
문제는 세금이다. 부영은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근로소득’이 아닌 ‘증여’ 방식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근로소득은 과세표준 구간별로 15%(4600만원 이하), 24%(8800만원), 35%(1억5000만원 이하), 38%(1억5000만원 초과) 세율이 각각 적용된다. 가령, 기본연봉 5000만원 이라면 추가분 1억원에 대해 대략 3000만원 안팎의 근로소득세를 내야 한다.
증여 방식이라면 1억원 이하 증여세율 10%만 적용돼 1000만원만 납부하면 된다.
이중근 회장이 지난해 5∼6월 전남 순천의 고향마을 주민 280여명에게 최대 1억원씩을 ‘기부’ 하면서 증여세를 선(先)공제하고 최대 9000만원 가량을 현금 입금했다.
이처럼 부영그룹이 ‘기부’ 방식을, 회사 직원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민간기업의 폭넓은 저출산 지원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그 필요성이 있지만, 동시에 절세로 악용될 소지까지 차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타소득과세 등 제3의과세방안도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여러 장단점이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까지 지원이 필요한지, 그에 따른 문제는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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