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테일러 스위프트의 선택은

김유진 기자 2024. 2. 1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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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아이콘 넘어 경제·사회까지 엄청난 영향력
여론조사서 18% “스위프트의 선택, 투표에 고려”
민주당, 바이든 지지선언 기대…공화당은 바짝 경계
테일러 스위프트가 7일(현지시간) 도쿄돔에서 ‘에라스 투어’ 공연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세계적인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최근 제66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네 번째로 올해의 앨범 상을 수상했다. 프랭크 시내트라, 폴 사이먼, 스티비 원더 등이 보유한 그래미상 3번 수상의 기록을 뛰어넘은 것이다. 공연이 열리는 곳마다 엄청난 규모의 인파가 몰려들어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다는 의미로 ‘테일러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스위프트는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되고 있다.

문화의 아이콘을 넘어 경제·사회에까지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스위프트는 11월 미국 대선판을 좌우하는 변수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말 뉴스위크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8%는 스위프트가 지지하는 대선 후보에 투표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스위프트의 선택이 대선 구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미국 여야 정치권은 이미 득실 계산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던 스위프트의 지지 선언을 기대하며 선거 전략까지 다듬고 있는 반면 공화당은 스위프트가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할 가능성을 바짝 경계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제66회 그래미 어워드 시상식에 참석한 테일러 스위프트. AFP연합뉴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변화는 유색인들이 안전함과 대표성을 누릴 수 있어야 하고,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 선택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소수자(LGBTQIA+) 커뮤니티도 존재를 인정받고 포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4년 전 스위프트가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며 밝힌 이유다. 스위프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선 코로나19 대응, 소수자 인권 경시, 투표 방해 등을 들어 강도높게 비판해왔다.

이번에는 어떨까. 스위프트는 아직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나 스위프트가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 이력이 있고, 꾸준히 인종차별 반대나 성소수자 권리 존중 등의 목소리를 내 왔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민주당은 그의 지지선언을 기대하는 눈치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캠프가 스위프트 측에 지지 선언을 적극 요청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자 일부 극성 트럼프 지지자들은 스위프트를 둘러싼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 스위프트가 사실은 미 국방부의 비밀 요원이라거나, 그와 연인 미국프로풋볼(NFL) 선수인 트레비스 켈시가 ‘거짓 커플’이라는 식이다. 켈시의 소속팀인 캔자스시티 치프스가 12일(현지시간) 슈퍼볼에서 승리하고 나면 스위프트가 바이든 지지를 선언하는 시나리오가 짜여져 있다는 식의 음모론까지 주장한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28일(현지시간) 볼티모어에서 연인인 NFL 캔자스 치프스 팀 선수 트레비스 켈시와 경기장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마가(MAGA) 세력 내에서도 스위프트 공격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스위프트의 주요 팬층은 젊은층과 여성인데, 이들 사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기가 높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스위프트의 지지를 받는다고 해서 대선에 무조건 도움이 될 것으로 볼수는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명인의 지지가 오히려 양극화를 부추겨 표심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다.

스위프트가 어느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 또 이번에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대선 후보를 밝힐 지 등은 아직까지 미지수로 남아있다.

다만 그가 젊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지난해 9월 그가 “올해 선거에서도 (여러분의 목소리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기를 바란다”는 메시지와 함께 유권자 등록을 돕는 비영리단체의 링크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순식간에 3만5000명이 새롭게 유권자로 등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23% 증가한 수치였고, 특히 처음 투표 자격을 얻은 만 18세 유권자 등록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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