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세계적 조각가야"…허위 이력에 속아 '20억대 조형물' 산 지자체

김태성 기자 최성국 기자 2024. 2. 1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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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하의도 천사상 300여개·병풍도 12제자 조각상 맡겨
'파리 제7대학 명예교수·피렌체 미술관 전속 작가' 경력 소개
전남 신안군 하의도 야외 조각 미술관에 설치된 천사상. (신안군 제공) 2024.2.8/뉴스1 ⓒ News1

(광주=뉴스1) 김태성 최성국 기자 =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신안 하의도에는 '천사상(天使像) 미술관'이 있다. 허위 이력으로 여러 지자체를 속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최모씨(71)가 작업한 곳이다.

하의도 전체(34.63㎢)를 배경삼아 318점의 천사조각상과 3점의 기념조형물로 2019년 6월 조성된 미술관이다.

신안군은 지난 2018년 하의도에 대한 작업을 하고 싶다고 연락해온 최씨에게 미술관 조성을 맡겼다. 천사상 등 설치비용으로는 19억원 상당이 투입됐다.

당시 신안군은 역점시책으로 1도 1뮤지엄 정책을 추구하고 있었는데, 문화 예술 산업을 통한 지역활성화 방안으로 1004섬을 모티브로 갖고 있던 터라 천사상을 만드는 최씨의 제안에 솔깃했다.

최씨가 신안군에 제출한 이력은 '화려' 그 자체였다.

<뉴스1>이 확보한 당시 최씨의 이력을 살펴보면 1971~1973년 파리 에꼴 데 보자르를 졸업하고, 1979년엔 파리 제4대학을 졸업, 1982년부터 13년간 베를린대학 예술학부 교수를 역임한 것으로 돼 있다.

1981년부터 1986년까진 피렌체 미술관 전속 작가로 활동했고 2001~2004년엔 가톨릭 대학교 교수로 재직, 파리 제7대학 예술학부의 현직 명예교수로 소개됐다.

1979년엔 나가사키 피폭 위령탑을 조성했고, 파리 아트저널에서 1999년 '21세기를 이끌어가는 예술인'에도 선정됐다고 했다. 파리, 로마, 도쿄, 서울 등에서 40여차례 개인전 초대전을 개최하고 2004~2008년엔 광주 비엔날레와 부산 비엔날레에 초대작가로 활동했다고 했다.

최씨는 2008년부터 이뤄진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에서 태어나 6·25 전쟁고아로 7세 때 이탈리아 저명한 화가 집안으로 입양됐다"며 '세계적인 성상 작가'를 자부했다.

실제 그는 천사상 미술관 개관과 관련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 때문에 하의도를 몇 차례 방문했다. 그 느낌을 신안군에 전했더니 섬 전체가 천사로 수놓아진 '천사상 미술관'에 대한 계획을 제안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안군은 영월에 위치한 최씨의 작품들을 벤치마킹 방문하기까지 했다.

최씨의 300여개 천사조각상은 이렇게 '전시 물품구입 심의'를 물흐르듯 통과했다.

신안군 관계자는 "DJ 고향인 하의도를 평화의 섬으로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던 중 '천사'와 매칭하게 됐다. 그 때 최 작가를 만나게 됐고, 그 작가도 호의적이어서 우리도 감사하게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군은 2020년 5월엔 최씨에게 작은 섬 병풍도의 '예수 12제자 천사조각상' 설치도 맡겼다. 조성비용으로는 1억2000여만원이 투입됐다.

전남 신안군 하의도 천사상 미술관에 설치된 조각작품 모습. 신안군 제공) 2024.2.8/뉴스1

하지만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최씨가 1995년 사기 범죄로 복역했던 사기 등 6범의 전과자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최씨는 비엔날레에서 전시 작가로 활동한 적이 없고, 나가사키 피폭 위령탑 조성에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를린대학 교수로 재직했다고 표기된 기간에는 복역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상황을 인지한 신안군은 최씨의 경력이 허위인 것으로 보고 경찰에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군 관계자는 "당시 최 작가가 화려한 이력서를 제출했고 2008년부터 각종 언론에 경력과 작품 활동이 소개돼 이력을 의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국외 이력 확인은 접근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신안군은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최씨가 설치한 300여개의 천사상과 12제자 천사조각상의 적정성을 공론화해 처리나 존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수사에서 허위 경력 위조 등이 밝혀진 후 논의돼야 할 일"이라며 "해당 사업에 예산이 많이 투입됐고, 철거에도 장단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해당 문제를 공론화해 현 상태로 유지할지, 철거할지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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