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공불락 UAE·사우디 ‘한국형 패트리엇’ 9조원대 수출 대박 비결은[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드론·미사일’ 유전 공격 노출, KAMD 요격 시스템 벤치마킹 원해
시험사격 100% 명중률·가격경쟁력·국가차원 세일즈 ‘3박자’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국산 중거리 지대공 유도미사일 ‘천궁-Ⅱ’(M-SAM Ⅱ)가 중동의 벽을 뚫으며 수출 효자 무기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 2022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와 약 35억달러(4조 6500여억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중동국가로는 처음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당시 LIG넥스원이 사우디 국방부와 약 32억달러(약 4조 2500억원) 규모의 천궁-Ⅱ 요격미사일 체계 수출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최근 사우디 방문을 통해 처음 공개된 것이다.
국방부는 신원식 장관의 UAE·사우디·카타르 방문(2월 1∼7일) 결과를 설명하면서 "이번 중동 3개국 방문을 통해 지난해 우리 대통령의 중동 국빈방문 이후 국방분야 후속 조치를 구체화했다"며 "앞으로 우리 방위산업이 보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천궁-Ⅱ를 비롯한 L-SAM(장거리 유격미사일), 다련장 요격체계인 K-239 천무, 드론 타격체계 등 다양한 미사일·드론 요격 및 타격 무기들이 폭넓게 수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탄도미사일 요격을 위해 뒤늦게 개발에 뛰어든 국산 천궁-Ⅱ 지대공 유도미사일 체계가 중동을 비롯한 세계 각국으로부터 인정받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적 탄도탄이 지상에 떨어지기 전에 요격하는 무기체계는 일부 방산 선진국에서만 성공했을 정도로 개발 과정에서 고도의 첨단 기술을 요구해 개발이 쉽지 않다. 음속의 4∼7배로 낙하하는 탄도탄을 공중에서 요격(Hit-to-Kill)하려면 탐지추적과 요격탄 위치 변경 등 고난도 기술이 있어야 한다. 풍랑과 강우, 구름 등 다양한 기상 조건도 극복해야 한다.
북한의 스커드 단거리 미사일이나 이 미사일을 개조한 예멘 후티 반군의 ‘부르칸(Burkan)-2’와 같은 기종은 낙하 속도가 마하 4∼5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고속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설령 개발했더라도 일부 방산 선진국이 독점하고 있는 요격무기체계 수출 시장을 뚫기는 더더욱 어렵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요격미사일체계 수출 시장을 한국이 연거푸 뚫은 것은 미사일 요격기술 등 K-방산의 우수한 성능과 가격 경쟁력, 국가 차원의 세일즈 등 3박자가 딱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적 항공기를 요격하는 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M-SAM) ‘천궁’을 기반으로 탄도탄까지 요격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된 체계가 M-SAM Ⅱ, 이른바 천궁-Ⅱ다. 2012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개발이 시작돼 2017년 6월 전투용적합 판정을 받았다. 한 해 전인 2016년 ADD 안흥시험장에서 10여차례 시험사격에서 100% 명중률을 기록했다.
2021년 7월에는 UAE 공군 관계자들이 천궁-Ⅱ 품질인증사격을 참관하고 성능을 직접 확인했다. 그해 7월과 8월 ADD 안흥시험장에서 군에 납품예정인 양산품을 대상으로 탄도탄과 항공기 대상 요격 시험을 했는데 두 차례 사격 모두 표적에 명중했다. 이후 UAE는 구매 협상을 본격화했고 결국 계약으로 이어졌다. 우리 측은 최근 몇차례 방한한 사우디 측 인사들을 초청해 천궁-Ⅱ 시범사격을 했고 그때마다 표적을 명중시켜 사우디 인사들이 ‘엄지척’을 했다고 국방부의 한 당국자는 11일 전했다.
LIG넥스원 측은 "미국, 유럽, 이스라엘과 같은 글로벌 방산업체들을 제치고 천궁-Ⅱ를 수출한 것은 우수한 성능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요격무기체계를 독자 개발한 국가는 미국과 한국이다. 이스라엘과 유럽은 미국과 합작으로 개발했다. 우리가 미국과 합작으로 개발했다면 수출하는데 미측이 온갖 조건을 내걸어 이처럼 속전속결이 어려웠을 수도 있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덕에 수출이 쉬워진 것이다.
독자 개발했으니 수출 협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후속 군수지원이나 공장 설립, 운용 요원 교육훈련 등의 토탈시스템 차원으로 접근해 협상이 쉬웠다는 것이다.
미국의 패트리엇(PAC-3)과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이스라엘 방공무기 등과 비교했을 때 가격 경쟁력이 우수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미사일 1발당 가격은 사드가 150억원, PAC-3가 40억∼60여억원인데 천궁-Ⅱ는 1발당 15억∼17억원 수준이다. 사우디와 UAE는 PAC-3를 도입해 운용하고 있고, 사우디는 사드체계까지 갖추고 있다. 그런데도 후속 방공무기체계 도입 사업에서 한국의 천궁-Ⅱ를 선택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와함께 사우디와 UAE 측은 주변국 위협도를 북한이 남측을 위협하는 강도와 유사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이 북한의 위협에 맞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를 구축하고 있는 것을 ‘모델’로 삼고, 특히 상층·하층 구간별로 요격무기가 다른데도 이를 통합 운용하는 한국군의 능력을 배우고 싶어 한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사우디와 UAE의 천궁-Ⅱ 요격무기 수입은 KAMD 방어시스템 전반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한국과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어한 셈이다.
사우디와 UAE는 예멘 후티 반군의 탄도미사일과 드론, 무인기 등의 실질적 공격 위협을 상시적으로 받고 있다. 후티 반군이 2022년 1월 ‘줄피가르’ 탄도미사일과 드론으로 UAE를, 같은 해 3월에는 드론으로 사우디 정유시설을 각각 공격한 것이 최근의 사례다.
군 관계자는 "중동 일부 국가들은 한국이 북한 위협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굉장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중동 국가들이 우리 미사일방어체계의 핵심무기인 천궁-Ⅱ에 눈을 돌린 것도 이런 상황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상 등 국가 차원에서 세일즈와 마케팅을 지원한 것도 큰 힘이 됐다.
지난해 10월 사우디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칼리드 빈 살만 알 사우드 국방장관과 압둘라 빈 반다르 알 사우드 국가방위부 장관을 접견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사우디와의 국방·방산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여기에다 윤 대통령과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국방·방산 분야 협력 강화 등이 포함된 ‘한-사우디 공동성명’도 채택했다. 당시 윤 대통령을 수행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리야드 현지 브리핑에서 "대공 방어체계, 화력 무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규모 방산 협력 논의가 막바지 단계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사우디와 천궁-Ⅱ 계약은 이런 정상외교가 바탕이 됐다고 국방부는 평가했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이번 신 장관 방문을 계기로 사우디·UAE와의 정상외교 후속 조치를 계속 협의해나갈 계획인데, 이들 국가와 후속 무기체계 계약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전했다.
천궁-Ⅱ는 항공기보다 크기가 작고 높은 고도에서 고속으로 날아오는 탄도탄을 요격하는 첨단 기술이 망라됐다. 고속의 탄도탄을 포착하기 위한 탐지추적 기술이 레이더에 적용됐고, 종말단계에서 유도탄의 위치를 신속히 변경하는 ‘측추력기술’과 고에너지 파편 탄두로 탄도탄을 직접 파괴하는 기술도 들어갔다.
‘측추력기술은’ 천궁 개발 과정에서 어려운 과제 중 하나였다. 요격미사일을 발사한 후 초기 진행 방향을 바꾸고, 종말단계에서 위치를 변경하는 기술인데 당시 어느 개발국에서도 시도한 적이 없는 ‘측추력기’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최대 사거리가 40㎞인 천궁-Ⅱ는 고도 40㎞ 이하로 접근하는 적 항공기와 미사일 요격에 쓴다.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에서 핵심 무기로, 1개 발사대에서 유도탄 최대 8기를 탑재해 연속 발사할 수 있다. ADD를 비롯해 요격탄 생산 및 체계통합을 맡은 LIG넥스원, 레이더 개발사인 한화시스템, 포대 제작을 맡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모두 개발 성공의 주역이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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