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서 ‘전철역 신설’ 정보 듣고 집 사들인 시의원, 무죄 확정

김혜리 기자 2024. 2. 1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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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정보 이용했는지 여부 증명 안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방의회 도시건설위원회 간담회에서 지하철역 신설 정보를 보고받고 인근 주택을 사들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시의원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안양시의회 의원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안양시의회 도시건설위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7년 6월 당시 안양시 ‘월곶-판교 복선전철’ 간담회에서 역 신설 사업추진계획을 듣고, 이를 이용해 남편 B씨에게 인근 건물을 매수하게 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A씨 부부가 사업계획이 일반에 공개되기 전에 신설될 역에 인접한 주택을 미리 취득하기로 모의한 것이라고 봤다. B씨는 실제로 간담회가 열린 다음 달 역 신설 예정지로부터 약 157m 떨어진 곳에 있는 토지와 건물을 5억2900만원에 사들인 뒤 부부 명의로 등기를 이전했다.

A씨 측은 재판에서 해당 간담회에서 나온 정보가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간담회는 단순히 의견만 논의하는 자리였고, 신설 역의 위치가 변경될 가능도 컸다는 것이다. 또 B씨에게 신설 역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 사실도 없을뿐더러, B씨가 토지랑 건물을 사들인 시점엔 신설 역 관련 정보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1심은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간담회에서 들은 역 신설에 관한 정보는 부패방지법 규정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선 신설 역 관련 정보가 외부에 알려지면 인근 지역의 지가 상승을 유발하는 등 복잡한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어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이 상당한 이익 있는 정보”라고 봤다. 당시 간담회 자료엔 ‘공람 전까지는 비공개 협조’라 적혀 있었던 점, B씨가 매매계약을 체결한 당시에 신설 역에 대한 정보는 전혀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점 등도 고려했다.

1심 재판부는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고, 불법 정보를 이용한 투기를 조장하는 등 사회적 폐해가 상당하다”며 A씨 부부에게 각각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1심의 판단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간담회에서 들은 정보가 ‘비밀’은 맞다면서도, A씨 부부가 해당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을 취득했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신설 역 관련 정보를 취득하고 B씨와 함께 이를 이용해 부동산을 취득한 것인지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A씨가 간담회에서 신설 역 관련 정보를 취득하기 전후부터 B씨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A씨가 B씨에게 신설 역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였거나, B씨가 A씨에게 부동산 매수 사실을 알렸음을 알 수 있는 뚜렷한 증거는 전혀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부패방지법을 위반한 죄의 성립과 증거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이를 확정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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