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檢기소 3.5년 경쟁사 82%·50% 오를 때···삼성은 33%
경쟁사·파트너 시총 50~200% 껑충
가석방 후 한때 취업제한 논란도
5일 1심에서 19개 모든 혐의 무죄
檢은 즉각 항소···법적리스크 연장
204%(엔비디아), 82.6%(마이크론), 50.5%(TSMC), 33.2%(삼성전자(005930)).
2020년 9월 1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검찰에 기소된 뒤 이달 8일까지 삼성의 글로벌 반도체 경쟁사와 파트너들의 시가총액 상승률 추이다. 검찰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혐의 수사를 시작하며 재판 횟수만 106번이 열렸고 이 회장은 95회 출석했다. 삼성 압수수색은 계열사 10곳에 대해 37회나 진행됐다. 소환조사는 300명, 860회 이뤄졌고 이 회장 기소부터 지난 5일 모든 혐의는 무죄로 끝난 1심 선고까지 1252일이 걸렸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이 회장은 1심에서 검찰이 제시한 19개 혐의에 대한 전부 무혐의를 받았지만 사흘 만에 검찰은 항소했다. 이에 재계와 경제계에서는 “무리한 항소”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우선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검찰의 핵심 수사력을 대거 투입했음에도 1심에서 ‘전부 무죄’가 나왔다. 검찰의 즉시 항소에 삼성전자 경영의 불확실성도 끝나지 않고 계속될 전망이다.
이 회장 기소 이후 엔비디아, TSMC,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경쟁사들과 비교했을 때 삼성전자의 시총 상승률이 현저하게 낮은 것은 삼성의 법적 리스크가 일부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상대적인 기업가치 하락이 검찰 수사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3년 이상 수사는 글로벌 인수합병(M&A)과 투자 등 핵심 의사결정에 일부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실제 삼성전자는 2016년 6월 미국의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한 뒤 굵직한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이 멈췄다. 삼성전자는 2012년 이후 매년 한 건 이상 글로벌 기업을 인수했다. 삼성은 CSR(2012년·AP개발), 뉴로로지카(2013년·의료기기), 스마트싱스(2014년·사물인터넷 플랫폼), 예스코일렉트로닉스(2015년·LED개발) 등 글로벌 기업들을 차례로 인수하며 가전·반도체 중심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었다.
엔비디아는 2019년 멜라녹스테크놀로지(Mellanox Technologies)를 69억 달러에 인수하며 고성능 컴퓨팅 시장에 진출했고 2020년에는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기업 암(Arm)을 인수에 나섰다. 인수는 유럽 경쟁당국의 반대로 실패하긴 했지만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
파운드리 경쟁사인 대만 TSMC와도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2021년 삼성의 반도체 설비투자액은 381억달러로 TSMC보다 20% 많았지만 이듬해 TSMC가 40억달러 더 많이 지출하며 역전됐다. 지난해 추정치도 70억달러 TSMC가 더 많은 것으로 가트너는 평가했다.
경쟁사와 파트너들이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 거래를 하는 동안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됐던 이 회장은 2021년 8·15 광복절을 맞아 207일만에 가석방됐는데 한동안 취업제한이 걸려있어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것마저도 사회적 논란이 된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만에 하나라도 이 회장이 유죄 판결을 받고 법정구속이 되면 최고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재판 중에 그룹의 명운 거는 큰 의사결정은 상당 부분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 회장은 1심에서 검찰이 제시한 19개 혐의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에 의해 모든 의혹이 해소되며 법조계와 재계에서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검찰이 이 회장 기소 직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업무상 배임혐의에 대해서 무리한 논리를 적용했다는 평가다. 법원도 판결문에서 “법령상 기준으로 합병 비율이 정해졌다”며 “추상적이 가능성만으로 손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밖에 법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허위정보 유포에 대해 “합병의 긍정적 측면을 잘 정리한 것일 뿐 허위 설명이 아니다”라고 판결문에서 밝혔다. 또 제일모직 자사주 매입으로 인위적으로 주가를 부양시켰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도 “자본시장법상 취득 요건과 절차를 준수한 적법매입”이라고 판결하는 등 주요 쟁점에 대한 검찰의 논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사흘 만에 "증거 판단과 법리 판단에 있어 1심 판결과 견해차가 크다"며 항소했다.
검찰의 즉각 항소에 3년이 이상 계속된 삼성의 법적 리스크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위법한 활동을 했다면 당연히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모든 공소 사실에 대한 무죄가 난 상황에서 검찰의 즉각 항소가 설득력이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검찰, 이재용 1심 무죄에 항소
- 이재용 회장 딸 원주씨, 美 NGO서 인턴 근무…자기소개 뭐라고 했나 보니
- 이재용, 무죄 선고 다음날 중동行…글로벌 현장경영 정상화
- 이복현 “이재용 선고, 삼성 사법 리스크 일단락 계기”
- 3년 5개월의 공방…법원 '이재용, 불법 승계 없었다'
- '30초에 '93억'도 아깝지 않다'…스위프트 가세로 더 뜨거워진 '슈퍼볼' 광고 전쟁
- '설날에 시댁 가기 싫어요'…차례상 엎고 법정으로 가는 사유 될까[이슈, 풀어주리]
- 아버지 죽었다더니…‘사망사고 만취 벤츠녀’의 황당한 반전
- 나이 속여 술 마시고 신고 영업정지…尹 현장서 '당장 조치하라' 지시
- 교통사고 내고 음주측정 거부한 가수 김정훈 결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