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초점] 마동석 '황야', 글로벌 1위 반짝 영광에 그치지 않으려면
'할리우드에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있다면, 한국에는 MCU(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있다'
국내 영화계에서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갖는 독보적이면서도 독특한 위치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그가 비슷한 캐릭터로 출연하는 작품만 한데 묶어도 하나의 세계관이 구축된다는 농담은 'MCU' 혹은 '마동석이 곧 장르'라는 표현을 만들어냈다.
산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거대한 풍채와 묵직한 존재감, 그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거나 물러서지 않는 우직함, 맨손 하나로 좀비부터 악당까지 모두를 거침없이 때려잡는 시원하고 강력한 액션. 여기에 일순간 모두를 무장해제 시키는 가벼운 말장난과 순수한 코믹까지.
'마동석'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갖는 이미지는 작품마다 만능키처럼 활용되며 흥행의 원동력이 됐다. 연쇄살인마를 막는 영화 '이웃사람' 속 사채업자 건달, 카메오지만 신스틸러로 깊은 인상을 남긴 '베테랑'의 아트박스 사장, 이외에도 실종된 여고생을 찾는 체육 교사 역할의 '동네사람들'과 납치당한 아내를 구하러 가는 '성난황소', 살인마를 잡으려 경찰과 손을 잡는 깡패의 '악인전'과 좀비 떼에서 아내를 지키려 고군분투하는 '부산행'까지.
전형성을 탈피하고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데 성공한 '굿바이 싱글', '시동', '백두산', '압꾸정' 등도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대중이 기억하는 모습은 대개 앞선 작품들 속 캐릭터다.
해석의 여지 없이 이분법적이고 단순한 권선징악(勸善懲惡)과 몇 차례 위기 뒤 무조건적인 승리로 이어지는 결말. 누구든 원 펀치로 제압하는 압도적인 강력함 등. 작품마다 반복되는 그의 캐릭터와 마주하는 관객들은 자연스레 다음 장면은 물론 영화의 결말까지 예상하게 된다. 의외성 혹은 독창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은 일부 관객들 사이에서 기시감을 넘어 피로감이 느껴진다는 이야기마저 나오게 만들었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황야'의 경우는 이같은 국내 관객의 성토가 절정에 달한 작품이다.
'황야'는 세계 멸망 이후 폐허가 된 세상에서 오직 힘이 지배하는 무법천지 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영화. 마동석 씨는 이번 작품에서 기존의 맨 손 복싱 액션에 더해 칼과 총을 활용하며 납치된 소녀를 찾아 나선 사냥꾼 '남산' 역할을 완성했다.
그러나 바위 같은 주먹을 휘두르며 아낌없이 총을 쏘아대는 그의 경쾌하고 시원한 액션에도 국내 관객들의 반응은 신통찮다. 영화는 네이버 영화 평점 4.9점, 국내 영화 커뮤니티 키노라이츠 신호등 평점 지수 40%, 영화 추천 서비스 왓챠피디아 평점 2.1점 등을 기록하며 관객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 대다수의 언론 평가에서도 호평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흥미로운 것은 국내에서 작품을 향해 쏟아지는 혹평과 별개로 '황야'가 글로벌 시장에서는 선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황야'는 공개 첫날 31개국에서 넷플릭스 영화 부문 글로벌 정상에 올랐다. 이후 89개국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7일에는 영어·비영어 부문 전체를 통틀어 글로벌 1위를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처럼 '황야'가 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끌어낸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대중문화 전문지 디사이더는 "마동석의 액션을 보고 싶은 관객에게 영화는 실망을 안기지 않는다. 스크린에서 마동석이 악당을 제압하는 능력과 존재감은 여전하다"라며 그의 액션에 높은 평가를 했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즈과 스페인 오트로스시네 또한 "악당을 잡는 모습이 충실하다"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기술로 폭발적인 육탄전 장면을 만들었다"라며 마동석 배우의 액션에 대해 호평했다.
'완벽한 맨손 전투와 총격전으로 액션 영화 애호가가 보기에 좋은 영화' '논스톱 액션과 풍부한 전투씬이 멈추지 않고 이어지며 재미를 더한다' '짧은 러닝타임 속 긴 액션 타임만으로도 볼 만한 가치다 있다' 등 글로벌 TV·영화 비평사이트 IMDb 내에서도 마동석 씨의 액션에 대한 해외 관객의 칭찬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해외 비평가와 관객조차 작품성과 완성도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지는 이들이 대다수다.
이처럼 국내외 관객과 평단 모두가 '황야'의 완성도에 아쉬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마동석 씨가 보여주는 특유의 액션과 그가 지닌 캐릭터성, 즉 '마동석 장르'가 해외에서는 아직 신선한 흥행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변화 없이 같은 것이 반복될 경우, 글로벌 1위는 반짝 영광에 그칠 수 있다.
최근 마동석 씨는 '황야'의 공개 이후 인터뷰에서 "영화를 만드는 엔터테이너로서 관객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통쾌함을 느낄 수 있는 선물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 계속해서 변화를 주고, 색다른 재미를 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지금도 노력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액션 배우를 넘어 시나리오 작업까지 제 손으로 하는 만큼, 제작자로서의 면모와 야심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국내 시장뿐 아니라, 전 세계 영화 시장을 노리는 만큼 배우 겸 제작자 마동석이 '황야'의 글로벌 1위에 만족하거나 국내 혹평에 실망하지 않길 바란다. 끊임없이 도전과 변화를 시도하겠다는 그가 멈추지 않는 포부로 '액션만큼 작품성도 A급인 영화'를 선보이길 기대해 본다.
YTN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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