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내가 바로 조선 최초의 오페라 테너이자 동양 최고 테너요" 일제 강점기의 또 다른 이야기
일제 강점기 동양 최고의 테너라는 호평을 받은 성악가. 오페라 개척자.
'동양 최고의 테너' 이인선은 어떤 사람이었나
전설적인 테너 티토 스키파(Tito Schipa)가 활약했던 라 스칼라 극장이 있는 곳, 밀라노에 가는 것은 이인선의 꿈이었습니다. 스키파는 유성기 음반 시대, 경성에서도 꽤 알려진 스타였습니다. 이인선은 밀라노에서 스키파의 스승이었던 에밀리오 피콜리(Emilio Piccoli)와 테너 알프레도 체키(Alfredo Cecchi)를 사사했고, 틈틈이 밀라노 왕립의학원에서 의학 공부도 했습니다.
1937년, 밀라노에서 돌아온 이인선은 경성 부민관에서 귀국 독창회를 열었습니다. '이 땅에서는 처음 듣는 듯한 놀라운 성량과 세련된 선율에 도취경에 빠진 2천 청중은 자리를 떠날 줄 모르며 박수갈채로 열광적 감탄을 마지 아니하였고….'(조선일보 1937년 5월 22일)라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독창회는 대성공이었습니다. 그는 도쿄와 베이징, 칭다오에서도 독창회를 열어 '동양의 스키파' '동양 최고의 테너'라는 칭송을 받았습니다.
그는 제자들을 가르치고 이탈리아 가곡과 오페라 관련 서적을 펴내며 한국의 오페라 개척에 나섰습니다. 광복 후인 1946년, 역시 성악가였던 동생 이유선과 박승유, 김자경, 송진혁, 김영순 등 제자들과 함께 '국제 오페라사'를 창립하고, 1948년 1월, 명동 시공관에서 한국 최초의 오페라, 베르디의 '춘희(라 트라비아타)'를 공연합니다. 이인선이 알프레도, 김자경이 비올레타를 노래했죠. 우리 음악사에 남을 역사적인 무대였습니다. 1950년 1월에는 비제의 '카르멘' 총감독과 주역을 맡아 공연했습니다.
이인선은 '카르멘' 공연을 마치고 한국전쟁 발발 전인 1950년 4월, 미국 내슈빌종합병원으로 연구차 가는 도중 도쿄와 하와이에 들러 독창회를 열었습니다. 1951년에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디션에 합격했지만 회비 1천 달러 낼 돈이 없어 출연을 연기해야 했습니다. 이후 그는 미국에서 의사 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성악을 놓지 않다가, 1960년 간암으로 타계했습니다. 미국에서 병원을 차리고 돈을 벌어 오페라 운동을 재개하겠다는 그의 꿈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일 테노레, 테너 이인선 아니라 윤이선
극 중 오페라 '꿈꾸는 자들'은 어떤 작품인가
테너가 주인공인 뮤지컬 '일 테노레'에는 당연히 오페라가 등장합니다. 베르디의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가 대사로 언급되고, '리골레토' 중 유명 테너 아리아인 '여자의 마음'이 울려 퍼지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일 테노레'에서 가장 중요한 오페라는 '꿈꾸는 자들'입니다. 오스트리아 제국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베네치아 사람들 이야기인데, 안토니오와 나탈리아라는 캐릭터의 러브 스토리도 나오는 이탈리아 오페라입니다. 그런데 '꿈꾸는 자들'은 누가 작곡한 오페라인가요? 처음 들어보는 것 같은데요?
[SBS 뉴스 사이트에서 해당 동영상 보기]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7528923&plink=YOUTUBE&cooper=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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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 같은 현실 속에 미래를 꿈꾼 젊은이들
이 뮤지컬은 결국 '현실이 암흑 같을수록 더 밝은 미래의 새로운 세상을 꿈꿨고, 우리가 애쓰면 그만큼 세상이 나아질 거라 믿었던, 나라를 빼앗겼지만 꿈은 빼앗기지 않았던', 100년 전 이 땅을 살았던 젊은이들의 이야기입니다. 박천휴 작가는 '극도로 화려한 예술인 오페라와, 비극적이고 어두운 역사인 일제 강점기의 대비를 통해, 인생의 고통조차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려 애쓰며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이 공연의 무대는 스토리의 큰 줄기인 독립운동과 오페라가 모두 앞이 아닌 뒤에서, 단 한순간을 위해 준비한다는 공통점에 착안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무대 조명이 환하게 켜지는 그 순간을 위해 어두운 백스테이지에 일하는 사람들. 독립운동 거사도 이와 비슷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수현 문화전문기자 shki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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