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찬스’ 아니라는 李의 남자 “80년대생의 대변인” [금배지 원정대]
모경종 전 민주당 당대표실 차장
비명 신동근 지역구 인천 서구을 도전장
30대 새신랑…장인 민원 들으며 출마 결심
“결혼·출산·육아 고민하는 세대 대변할 것”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
그림자처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뒤를 지켰던 수행비서 모경종(35) 전 당대표실 차장을 이 대표 지지자들은 이렇게 부르곤 했다. 단식과 구속영장 실질심사 등 굵직굵직한 사건 속에서 모경종 전 당대표실 차장은 이 대표를 부축하고, 때로 우산을 씌워주던 사람이었다.
모 전 차장은 “구속 영장이 기각되고 이 대표가 나올 때 모습이 아직도 너무 크게 남아있다”며 “처음 단식을 시작할 때부터 당 대표실에서 함께 자고 생활하며 이 대표가 얼마나 강한지를 알고 있었지만, 영장이 기각되고 나오는 모습에서는 측은지심이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그랬던 그가 이번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인천 서구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윤용조 전 당대표 비서실 부국장, 김지호 당대표실 정무조정부실장 등 당대표실 인사들이 잇따라 출마하면서 비이재명계 의원들을 축출하기 위한 ‘자객 공천’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모 전 차장은 “출마 생각은 이전부터 있었다”며 “아빠 찬스(이재명 찬스)는 조금도 쓰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신에 모 전 차장이 내세우는 출마의 변은 ‘세대’다. 1989년생인 그는 지난해 결혼했다. 새 신랑이 된 그는 신혼부부 등 젊은 세대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80년대생들의 대변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광주에서 태어나 전주에 있는 상산고를 졸업한 그가 출마하는 인천 서구을은 장인어른이 사는 지역구다.
문제는 이 지역구가 비이재명계 재선인 신동근 의원의 지역구라는 점이다. 현재 민주당은 이 대표 측근들이 비명계 현역 지역에 줄줄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공천을 앞둔 계파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에는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에 대한 당내 심판론까지 나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천 서구을은 친명과 비명이 맞붙는 대표적인 지역구로 꼽히고 있다. 신동근 의원과 모 전 차장, 허숙정 의원, 김종인 전 인천시 의원 등 민주당에서만 6명의 예비후보가 등록했다. 그 밖의 후보자 면면을 봐도 강남규 전 이재명 대선후보 선대위 정무특보, 서원선 전 이재명 대선후보 정무특보단장 등 친명계가 많다.
선거구 획정 결과에 따라 인천 서구갑의 재선 김교흥 의원이 서구을에 출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천 서구는 인구 증가로 기존의 갑·을에서 갑·을·병으로 분구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출한 획정안에서는 인천 서구을에 청라1·2·3동이 포함된다. 김교흥 의원의 지역 기반이 청라국제도시인 터라 선관위 획정안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민주당 재선 김교흥, 신동근 의원과 친명계 원외 인사들이 모두 당내 경쟁에 나설 수 있다.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검단 연장 사업과 관련해 서구 검단 지구에 설치되는 역사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모 전 차장은 “서구는 세대 유입이 많은 자치단체”라며 “사람이 많아지니 교통량도 많아졌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도 많아졌는데 교통에 대한 대책이 지지부진하다”고 말했다.
젊은 부부들을 위한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도 꼭 이뤄내고 싶다고 했다. 모 전 차장은 “검단 신도시라 불리는 아라동 지역에만 약 6만명, 2만5000세대가 사는데 국공립 어린이집이 부족하다”며 “결국 육아를 위해서 휴직을 하게 되고, 휴직을 못하면 부모 세대가 다시 육아를 맡는 게 고통스러운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어린이집 대기 수요가 너무 밀려있어 국공립을 못 보낸다고 한다”며 “통계에 따라 충분히 예상 가능한만큼 수요에 맞는 국공립 어린이집 공급을 과감하게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 전 차장의 고민은 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하고, 맞벌이를 하는 젊은 세대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를 하던 시절, 경기도청 청년비서관으로 채용됐던 그는 “80년대생이 2024년에 겪는 문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줄 수 있는 사람이 국회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정치권에서 화두가 된 ‘86세대 용퇴론’에 대해선 “세대별로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짜임새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 전 차장은 “당 대표실 출마자들이 친명이어서 출마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저도 그렇다”며 “지역을 위해 더 잘 뛸 사람, 더 좋은 결과물을 낼 사람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제가 ‘아빠 찬스’를 쓴다며 친명·비명 프레임에 가두려고 하지만 저는 그런 찬스라고 불릴 만한 조금의 도움도 받고 있지 않다”고 했다.
모 전 차장은 지난 2019년 10월 ‘노(No) 스펙 전형’을 통해 106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경기도 청년비서관으로 채용되면서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표와 인연을 맺고 정치에 뛰어들었다. 그는 자신을 ‘친명’이 아니라 ‘측명(側明)’이었다고 설명하며 “최근 이재명 대표와 악수하는 사진을 홍보 사진으로 활용하는 정치인들이 많지만, 저는 그 사진보다 함께 호흡을 맞췄던 시간을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의 인연을 강조하는 듯 강조하지 않는 그에게 수행비서를 지내며 배운 점을 물었다. 그는 가장 먼저 ‘낮추는 자세’를 말했다. 그는 “이 대표를 처음 경기도청에서 만났을 때 ‘남들이 생각했을 때 충분히 낮췄다는 수준까지 자신을 낮춰야 한다’고 했다”며 “자칫 오만하고 자만할 수 있었던 저를 중심잡게 해준 첫마디였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처럼 생각하고 판단하는 간접 경험을 통해 많은 성장을 이뤘다”고 했다. 친명이 아니라 측명이라는 사람, 이재명 대표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는 사람. 그가 국회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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