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 환자의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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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소개를 해달라.
현재 29살이고, 4년 전부터 ‘샤인프릭’이라는 이름으로 세차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조민준이다.
세차에 의미를 두고 집착하게 된 이유가 있는가?
첫 차를 23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갖게 되었다. 아버지께서 학업에 뜻이 없던 내게 대학을 가면 차를 사주시겠다고 한 약속을 들어주신 거다. 23살에게 첫 차는 보물이고 엄청난 장난감이다. 세차에 대한 광기는 ‘내 소중한 첫 차의 세차를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세차에 대한 방법을 찾고 공부하다가 세차 제품도 종류가 많다는 사실과 함께 새로운 취미의 영역을 발견하게 되었다. 세차에 대해 엄청난 매력을 느꼈고, 하다 보니 청소를 좋아하는 적성에도 잘 맞았다. 미술을 전공해서 손으로 깔짝거리는 걸 좋아하다 보니 세차가 재밌다.
샤인프릭이라는 유튜브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만든 채널인가?
처음 채널을 만들게 된 계기는 학교 과제에서 출발한다. 서양학과 전공인데, 24살인 대학교 2학년 때 영상 예술을 공부하고 있었다. 영상을 찍어야 편집을 하고 공부를 하는데, 세차를 좋아하니까 세차에 대해 찍어 보기로 했다. 처음엔 네이버 카페나 블로그에 세차 관련 사진과 글을 포스팅 했는데, 학교 과제가 동기가 되어 본격적으로 영상으로 찍게 된 것이다. 그렇게 샤인프릭이라는 가상의 브랜드를 만들어서 세차 유튜브가 탄생하게 되었다.
차 한 대를 세차하는 데 시간이 얼만큼 걸리나?
세차만 5~7시간이 걸리고, 촬영까지 하면 12시간 정도 걸린다. 그래서 차주에게 차를 1박 2일 동안 맡기고 가라고 하지만, 구경하고 싶어서 못 떠나는 분들이 대다수다. 세차의 프로세스를 하나하나 하다 보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조그마한 잡티조차 묻어 있는 걸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러운 차를 신차보다 깨끗하게 만드는 게 목표다.
샤인프릭을 나타내는 일러스트는 본인이 직접 그린 것인가?
그렇다. 세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세차 용품에 대한 수집 욕구가 있다. 나도 나만의 세차 용품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 스티커를 만들어서 물건에 붙이니 감성이 있는 것 같아서 좋았다. 더 나아가 나만의 브랜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굿즈를 만들어봤다. 제품 주문이나 배송을 혼자 하다 보니까 할 수 있는 만큼만 판매해서 수량이 많지는 않다. 소량 입고라서 금방 품절된다. 아직은 영상 촬영이라는 본업에 집중하고 싶다.
세차는 무엇이라고 정의 내리고 싶은가?
세차는 힐링이다. 큰 재산 중에 하나인 자동차가 더러워진 상태에서 깨끗해지고 반짝이는 상태로 바뀌는 것을 보면 영롱함을 느낀다. 반짝반짝하게 만드는 과정 자체가 힐링이다. 세차를 하면 잡생각도 사라진다. 꼼꼼히 세차하는 과정을 ‘디테일링’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것을 ‘디테힐링’이라고 부르고 싶다.
평소 추구하는 옷 스타일이나 패션 철학이 궁금하다.
무난하고 튀지 않는 옷, 톤과 텍스처가 어울리는 옷이 좋다. 만약 하의가 광나는 재질의 슬랙스인데 상의가 그 옷과 안 어울리는 질감이면 신경 쓰인다. 컬러도 상의와 하의가 안 어울리는 것은 싫다. 좋은 스타일링은 컬러와 톤, 텍스처의 조화가 잘된 것이다.
크레이지 카 워시 크루 옷을 직접 입어보니 어떠한가?
핏도 내 스타일이고, 옷감의 질도 좋은 것 같다. 스트리트 감성을 데일리 패션으로 접근한 점은 좋은데, 세차할 때 물도 많이 튀고 거품도 많이 묻으니까 좀 더 세차용 의류로 접근해도 좋을 듯하다. 나 같은 마니아들은 세차 문화를 담은 유틸리티나 기능성이 좋은 옷을 항상 꿈꾼다.
크레이지 카 워시 크루라는 브랜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랑하는 세차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의류 브랜드라서 너무 좋다. 어찌 보면 세차를 ‘문화’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집 청소 같은 노동의 일부라고 많이들 생각하기에 사람들이 자동 세차를 많이 하는데, 그런 섬세한 문화를 추구하는 브랜드가 있다는 게 기쁘다. 세차 문화를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할지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Contributing Editor : 김선아 | Photography : 오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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