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기자 눈으로 본 축구대표팀 감독, 자리 지키기가 최선인가 (칼럼)

김현희 2024. 2. 1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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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 책임져야 하는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결정부터 잘못됐다.
- 왜 외신으로부터 선수들이 알아서 전술 만드는 팀이라는 소리 들어야 하는가
아시안컵을 마치고 귀국 당시의 클린스만 감독. 사진=MHN스포츠DB

(MHN스포츠 김현희 기자) 대한민국 구기스포츠의 양대 산맥이라 불릴 수 있는 야구와 축구. 이 두 종목은 국내를 넘어 국제무대에서도 큰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국제무대에서는 승패 여부를 떠나 어떻게 경기를 했느냐에 따라사 칭찬과 비판이 한 순간에 갈린다. 지난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이나 도쿄 올림픽에서 야구 대표팀이 상당한 질타를 받았던 것도 경기에 임하는 태도와 내용이 기대 이하였기 때문이었다. 반면, 아시안게임을 비롯하여 APBC와 U-23 대회에서 호평을 받았던 것은 금메달 여부보다 젊은 선수들이 형님들보다 훨씬 나은 경기력을 선보여 팬들로 하여금 '한국야구의 미래가 그렇게 어두운 것 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단체 스포츠에서는 선수들의 개별 역량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러한 역량을 하나로 묶어가며 유연하게 선수들을 이끌어가는 것은 반드시 감독이 해야 한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선수를 차출해도 기대 이하의 지도력을 보여주는 이도 있고, 최약체라고 평가받는 대표팀 전력임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지도력을 보여주는 이도 있다. 이는 야구에서도 충분히 증명됐다.

그런데, 이번 축구 아시안컵은 안타깝지만 전자에 가까웠다. 대표팀 구성 자체는 역대급이었을지 몰라도 이를 잘 꿰어야 하는 감독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일본의 모 언론사의 경우, 선수들이 알아서 전술을 만들어 가는 것 같다는 주장을 펼치지도 했다. 그만큼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이후 이렇다 할 본인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

신기한 것은 클린스만 감독에 대해 축구팬은 물론, 축구 전문가들, 심지어는 연예인들과 인플루언서들까지 한결같이 부정적인 목소리를 상당히 크게 내고 있다는 점이다. 역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들 중 이 정도로 비판의 목소리를 받은 이가 있었나 싶었을 정도다. 심지어는 독일 현지에서도 클린스만 감독 선임 당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보도가 전달되어 오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클린스만 호(號)가 아시안컵 조별리그부터 삐걱거렸다는 점이다. 바레인전 승리를 빼면, 요르단과 말레이시아 등 한 수 아래 중동/동남아 국가들과 무승부에 머물렀고, 16강 사우디 아라비아전, 8강 호주전도 선수 개개인 역량에 의지한 바가 크다. 요르단전 0-2 패배는 그러한 과정이 물리면서 발생한 참사인 셈이다.

이후 축구협회장과 클린스만 감독은 이러한 목소리에 기름을 붓는 결정을 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해임은 없고, 북중미 월드컵까지 그대로 계약 기간을 지켜주겠다는 것이다. 다수의 축구 해설위원들과 전문가들이 다소 비싼 대가를 들여서라도 경질하는 것이 옳다는 충언에 역행하는 결정을 한 것이다. 성적에 대한 책임은 전혀 안 지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과 같다.

사실 이제까지 외국인 감독이 선임될 때마다 0-5 패배 등 위기설이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앞선 감독들은 무엇인가 성과를 남기고 사임하거나, 본인의 축구 스타일을 장기간 이식하면서 마지막에 성과를 내어 계약 기간을 지켜왔다. 그 당시에는 선임했던 감독들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 클린스만에게는 그러한 신뢰의 고리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치명타다.

이에 SNS에서는 IMF 시대 당시의 금모으기 운동을 떠올리면서 "축구협회가 위약금 규모 때문에 경질을 못 하겠다면, 우리가 금이라도 모아서 위약금을 만들어 주겠다."라는 게시물까지 발견됐다. 혹자는 아예 국민청원까지 올렸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모른다는 클린스만 감독은 높은 연봉은 연봉대로 수령하면서 대표팀을 이끌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사실 이 모든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축구협회가 애초 감독 선임 당시부터 후보군을 신중하게 추려 최종 결정을 했어야 했다. 월드컵 기준으로 4년 기간을 보장해야 하는 대표팀 감독은 그만큼 긴 계약기간 만큼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감독의 뜻을 따라 4년간 쉼 없는 지원을 시행하면 된다. 그러나 현 감독 체제에서는 그러한 '지원'이 의미가 있나 싶을 만큼 각지에서 부정적인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성적에 대한 책임도 함께 져야 하는 국가대표팀 감독. 그러나 이를 애써 모른 척 하는 현직 사령탑에게 대한축구협회는 국민들에게 어떻게 답변을 할 것인가?

 

사진=MHN스포츠 박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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